[부천 호텔 참변] 투숙객 7명 사망···스프링클러 없고 에어매트는 뒤집혀

부천=이승령 기자 2024. 8. 23.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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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당국, 화재 발생 10여분만 출동했지만
스프링클러 없어 유독가스 빠르게 확산
에어메트 뛰어내린 2명 모두 숨져
소방당국, 화재 원인으로 '전기' 꼽아
화재수사본부, 합동 감식 진행
조선호 경기도소방재난본부장이 23일 오전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부천 호텔 화재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부천=이승령 기자
[서울경제]

22일 19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경기도 부천시 소재 한 호텔 내부에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소방 당국이 화재 발생 10여 분 만에 출동했지만 유독가스가 빠르게 퍼지면서 피해가 커진 것이다. 사망자 중 2명은 소방 당국이 설치한 에어매트(공기안전매트)에 떨어진 후에 사망하면서 인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23일 소방 당국에 따르면 화재는 22일 오후 7시 34분께 처음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초 발화 장소는 해당 호텔 810호 객실로 추정되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화재 발생 전 호텔 투숙객 1명이 810호 객실에 들어갔다가 “타는 냄새가 난다”며 호텔 측에 객실 교체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화재 당시 810호는 비어 있었으며 투숙객은 27명인 것으로 파악됐다. 화재는 오후 10시 26분께 진압됐지만 사망 7명(남성 4명·여성 3명), 중상 3명, 경상 9명 등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국과수는 숨진 7명의 시신을 부검한 뒤 “사망자 중 5명은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인한 사망, 나머지 2명은 추락에 따른 사망으로 각각 추정된다”는 1차 구두 소견을 경찰에 전달했다.

소방은 연기와 유독가스로 인해 피해 규모가 커진 것으로 보고 있다. 선착대가 화재 발생 10여 분 만에 현장에 도착했지만 이미 연기가 호텔 내부에 퍼져 있었다는 것이 소방 관계자의 설명이다. 투숙객들이 연기와 유독가스로 대피에 어려움을 겪은 만큼 사상자들 또한 발화 지점 인근인 7층과 8층 객실 내부와 계단 및 복도 등지에서 주로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다.

2003년에 준공된 해당 호텔 내부에는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 않았는데 이로 인해 사망자가 늘어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스프링클러는 2017년부터 6층 이상 규모의 건물에 층마다 설치하도록 의무화돼 있지만 설치 의무가 소급 적용되지는 않는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도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 소급 적용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다. 국민의힘 원내지도부는 이날 소급 적용 등 화재 예방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화재가 발생한 호텔 7층의 한 객실에서 구조를 요청하던 남녀 투숙객 2명이 호텔 외부 1층에 설치된 소방 에어매트로 뛰어내렸다 사망하면서 피해가 커졌다. 소방이 설치한 에어매트는 4.5m×7.5m×3.0m 규격의 ‘IC100’ 제품이며 10층 이하용으로 무게는 126㎏까지 버틸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방 관계자는 “처음에는 에어매트가 정상적으로 펼쳐져 있었는데 이들이 뛰어내린 뒤 뒤집힌 걸로 파악됐다”며 “중앙 부분으로 낙하해야 가장 안전한데 객실 창문이 좁은 탓에 떨어진 분이 모서리 부분으로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소방청은 에어매트 통합 매뉴얼을 제작해 일선 현장에 배포하기로 했다. 그동안 현장에서는 소방 당국 차원의 매뉴얼 없이 각 소방서가 구매한 제품 설명서에 따라 에어매트를 설치·운영해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에어매트가 불확실성이 큰 피난 기구라고 지적한다. 최영상 대구보건대 소방안전관리학과 교수는 “에어매트가 뒤집혀서 사고가 났다는 건 처음 듣는 일”이라며 “에어매트는 화재 현장에서 사용할 때 불확실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소방 당국은 에어매트 규격은 물론 설치 과정에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일각에서는 매트가 뒤집히는 일이 이례적인 일이라는 지적도 나오는 만큼 향후 인재 여부에 대한 철저한 진상 규명도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부천 호텔 화재 수사본부는 화재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오전 11시부터 낮 12시 30분까지 화재가 발생한 호텔에서 합동 현장 감식을 진행했다. 합동 감식에는 경기도소방재난본부 화재조사팀과 경기남부경찰청 과학수사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 5개 기관 33명이 투입됐다.

소방 당국은 전기적 요인으로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조 본부장은 화재 현장을 방문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앞에서 “전기적 요인이 가장 유력한 것으로 보고 있다”며 “발화실 문을 열고 나오는 바람에 급격히 (연기) 확산이 이뤄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부천=이승령 기자 yigija94@sedaily.com채민석 기자 vegemin@sedaily.com장형임 기자 jang@sedaily.com박민주 기자 m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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