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쩡히 걷는데”...장애진단서 악용 보험사기친 일가족, 2심도 유죄
아들이 장애를 입어 제대로 걷거나 움직이지 못한다고 보험사를 속여 1억여원의 보험금을 타낸 아버지와 범행을 공모한 그의 자녀 등 3명에게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유죄가 선고됐다.
대전지법 형사항소5-3부(재판장 이효선)는 23일 보험사기방지특별법 위반 사건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1심 선고와 같이 아버지 A씨에게 징역 1년을, 딸 B씨에게 징역 10개월을 각각 선고했다. 또 이들에게 타낸 보험금 중 1억4000여 만원을 보험사에 배상하라고 명령했다.
일가족 3명은 아들인 C씨가 2016년 3월 서울의 한 병원에서 ‘복합부위통증증후군’(CRPS) 진단을 받은 뒤, 이를 악용해 ‘양다리와 오른팔에 심각한 장애가 발생했다’고 보험사를 속여 보험금을 타내기로 공모했다. 이어 2021년 11월 29일 병원에서 발급받은 C씨의 후유장애 진단서를 이용, 2개 보험사로부터 1억8000만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C씨가 통증으로 걷기 어렵고, 오른팔을 못써 왼손으로 식사하는 등 일상생활이 불가능하다며 의료기관과 보험사를 속였다.
이들은 돈이 떨어지자 또 보험사 3곳에 추가로 12억9000만원의 보험금을 청구했는데, 병원에서 나와 멀쩡하게 일어서 걷는 C씨 모습이 보험사 직원에게 발각되면서 범행이 미수에 그쳤다.
범행을 부인하던 이들은 경찰이 C씨의 평소 활동 모습이 담긴 주거지 인근 방범카메라(CCTV) 녹화 영상을 보여주며 추궁하자 혐의를 인정했다. 이 영상에는 걷지 못한다던 C씨가 멀쩡히 걷는 모습이 담겨있었다.
2심 재판부는 A씨와 B씨에 대해 “1억8000만원 상당의 편취액 가운데 2000만원을 제외하곤 피해 보상을 하지 않고 있다”며 “2심에서 450만원을 추가로 변제했으나 전체 편취액을 보면 원심 형을 변경할만한 사정이 없어 양형부당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이들의 항소를 기각했다.
2심 재판부는 1심에서 징역 8개월이 선고된 아들 C씨에 대해선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으로 감형했다. 재판부는 “C씨는 정상적으로 걷고 팔을 사용할 수 있는데도 잘 움직이지 못하는 것처럼 연기하는 등 범행에 가담해 죄책이 가볍지 않다”면서도 “다쳐서 치료받은 것은 사실이고, 누나와 아버지의 지시로 범행을 했고, 편취한 돈을 본인이 사용하지 않은 점을 참작하면 실형 선고가 가혹할 수 있다”며 감형 사유를 밝혔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