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또 후진국형 화재, 원인 규명하고 엄중히 책임 물어야

연합뉴스 2024. 8. 23. 17:0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경기도 부천시에 있는 한 호텔에서 불이 나 7명이 숨지고 12명이 다쳤다.

건물 내부에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 않았고 인명 구조용 에어매트가 투숙객의 낙하로 인해 뒤집히는 등 여러 정황을 고려하면 당국의 대응 미숙과 사회의 안전불감증이 빚어낸 후진국형 인재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

당국은 "810호에 들어갔다가 타는 냄새가 나 호텔 측에 방을 바꿔 달라고 요청했다"는 한 투숙객의 진술을 토대로 빈 객실에서 누전 등 전기적 요인으로 인해 불이 난 것으로 추정한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한쪽은 현장 정리, 한쪽은 현장 감식 (부천=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23일 오전 전날 화재가 발생한 경기도 부천시의 한 호텔에서 경찰 및 소방 관계자 등이 합동 감식 및 현장 정리를 하고 있다. 2024.8.23 superdoo82@yna.co.kr

(서울=연합뉴스) 경기도 부천시에 있는 한 호텔에서 불이 나 7명이 숨지고 12명이 다쳤다. 건물 내부에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 않았고 인명 구조용 에어매트가 투숙객의 낙하로 인해 뒤집히는 등 여러 정황을 고려하면 당국의 대응 미숙과 사회의 안전불감증이 빚어낸 후진국형 인재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

23일 소방당국과 경찰에 따르면 전날 오후 7시39분께 부천시 중동에 있는 9층짜리 호텔 8층에서 불이 났다. 810호 객실에서 시작된 불로 건물은 순식간에 검은 연기로 가득 찼다. 사상자 대부분이 810호 인근의 8∼9층 투숙객이어서 유독가스 속에서 대피로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보인다. 당국은 "810호에 들어갔다가 타는 냄새가 나 호텔 측에 방을 바꿔 달라고 요청했다"는 한 투숙객의 진술을 토대로 빈 객실에서 누전 등 전기적 요인으로 인해 불이 난 것으로 추정한다. 불이 난 호텔 건물은 2003년 준공됐는데, 모든 객실에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스프링클러는 관련법 개정으로 2017년부터 6층 이상 모든 신축 건물에 설치하도록 의무화됐다.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정상적으로 작동했다면 적어도 불이 번지는 것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2017년 이전 준공된 건물의 경우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가 없다고 하나 법과 제도가 책임 회피의 핑계가 될 수 없다.

당국의 화재 대응 과정을 보면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 특히 7명의 사망자 가운데 2명이 몇 초 간격으로 소방 에어매트에 뛰어내렸다가 사망한 것을 두고 SNS 등에선 여러 주장이 잇따르고 있다. 당국은 먼저 뛰어내린 여성이 매트 모서리 쪽으로 떨어진 충격으로 매트가 뒤집힌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관계자들조차 "매트가 뒤집히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라며 지적하는 만큼 구체적 경위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 문제의 매트는 18년 전인 2006년에 지급돼 7년인 사용 가능 기한을 훨씬 넘긴 상태였다고 한다. 매트가 다소 경사가 있는 지역에 설치된 탓인지, 공기량은 적절했는지, 낙후된 장비를 계속 사용한 이유나 장비 관리 매뉴얼 준수 여부 등도 확인돼야 한다.

정부는 2018년 밀양 세종병원 화재 참사를 계기로 화재시 '피난 약자'를 위해 병원과 영화관, 사우나 등 다중이용시설의 안전 성능을 보강하도록 했고, 그중에는 스프링클러가 없는 3층 이상 건물도 포함됐다. 하지만 안전점검 인력이 부족한 데다 고물가·고임금으로 시설 공사비가 너무 올라 임의로 일부 건물을 선정해 점검하고 있다고 한다. 정부는 이런 현실까지 반영해 특단의 재발 방지 대책을 강구해 국민의 불안을 덜어야 한다. 아울러 화재 원인을 철저하게 규명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엄중하게 책임을 묻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 경기 화성시의 전지 업체인 아리셀 공장에서 불이 나 23명이 숨진 것이 불과 두 달 전의 일이었다. 일만 터지면 당국이 종합대책이라고 내놓지만 국민의 체감도는 낮다. 기존 대책에 허점은 없는지, 화재가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구조적 문제는 없는지 철저히 살피길 바란다.

▶제보는 카톡 okjebo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