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이 뜯어내고 오승욱 감독이 밝힌 '리볼버'의 모든 것

조연경 기자 2024. 8. 23.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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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볼버' 오승욱 감독 일문일답

오승욱 감독이 '리볼버'의 행간에 감춰진, 혹은 미처 눈치채지 못한 물음표들을 속 시원하게 털어놨다.

영화 '리볼버'는 모든 죄를 뒤집어쓰고 교도소에 들어갔던 전직 경찰 수영이 출소 후 오직 하나의 목적을 향해 직진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오승욱 감독은 개봉 3주 차를 맞아 관객들의 생생한 궁금증에 답변한 특별한 일문일답을 전했다.

해당 일문일답은 지난 메가박스 성수에서 개최된 오승욱 감독과 류승완 감독이 함께한 메가토크의 관객 질문과 그에 대한 답변으로 구성됐다. '리볼버'는 장르의 전형을 과감히 비트는 요소들과 풍부한 해석의 묘미가 있는 작품 답게 메가토크에서도 관객들의 다채로운 질문들이 쏟아졌지만, 시간 관계상 현장에서 모든 질문에 답하는 건 무리가 있었고, 이를 아쉬워한 오승욱 감독은 미처 답하지 못한 질문들에 직접 친필로 답변을 보냈다는 후문이다.

'리볼버'를 향한 관심에 보답하고자 한 글자 한 글자 진심을 눌러 담아 더욱 뜻 깊은 이번 일문일답은 작품을 향한 애정의 눈으로 디테일한 부분까지 놓치지 않은 '리볼버' 팬들 덕분에 하수영(전도연), 앤디(지창욱), 정윤선(임지연)은 물론, 극 중 수영의 몫인 아파트의 서류상 주인 황정미까지 캐릭터 설정에 얽힌 비하인드와 장면 장면의 의도를 엿볼 수 있어 작품의 재미를 배가 시킨다.

또한 "정윤선은 엔딩 신에서 무슨 생각과 감정을 가지고 있는 것이냐"는 마지막 질문에 오승욱 감독은 "뭔가를 해낸 하수영을 바라보며 수영과 친구가 되었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라고 말해 영화가 끝난 후에도 주인공들의 앞날이 어떻게 될지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만들었다. 친필 일문일답은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공식 인스타그램에서 확인할 수 있다.

다음은 오승욱 감독 일문일답 전문



-정윤선은 왜 하수영의 '에브리띵'이 좋았을까.
"자신이 못하는 것을 당당하게 해내는 하수영의 집념과 불굴의 의지에 반했다고 생각한다."

-하수영은 어떤 계기로 타락하고 저렇게 처절하게 된 걸까. 출소 당시 가족이나 친구조차 없고 처연할 정도로 돈에 집착하게 되는 설정은 어떤 주제 의식을 위해 설정된 것인가.
"죄를 지었지만, 앞으로 더 이상 죄를 짓지 않으려고 고통 받는 주인공들에게 마음이 간다. 고통과 절망을 뚫고 인간이기에 가져야 할 존엄성을 지키고자 하는 인물들에게 존경의 마음을 가지고 있다.

-주변 사람들이 하수영을 많이 사랑하는 것 같다. 하수영의 매력은 무엇인가.
"원하는 것을 찾으려는 의지를 지녔지만, 타자에 대한 감정 이입과 연민이 있는 인물이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하수영이 대적하는 상대(앤디)를 무섭게 표현하지 않은 이유가 있을까.
"앤디는 야비하고 허세로 삐뚤어진 사람인데 겁도 많아서 극단적인 악당까지는 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리볼버' 속 인물이 과한 악당이 되어버린다면 현실성과 재미를 잃어버린다고 생각했다."

-휠체어를 대웅전 앞까지 올라오게 한 이유도 궁금하다. 그리고 하수영은 문제 없이 밀고 올라온 휠체어를 그레이스(전혜진)는 왜 쉽게 밀고 나가지 못했나.
"하수영도 힘들게 올라갔다. 하지만 하수영은 경찰 시절 휠체어를 밀어 보았고, 그레이스는 태어나서 처음 휠체어를 밀었다."

-극 후반 신동호(김준한) 형사가 고민하는 이유를 만들기 위해 과거 하수영을 짝사랑했다는 설정을 넣은 것인가.
"저는 시간 순서에 따라 시나리오를 쓴다. 신 형사를 쓰면서 '삐뚤어진 마음을 지닌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하수영에게 고백했다 실패한 캐릭터로 만들었다. 저는 시나리오를 쓸 때 인물들의 과거 이력 때문에 결말이 만들어지는 것을 좋아한다."

-하수영과 민기현(정재영)이 나올 때 노을이 강조된 느낌인데 의도가 있었나.
"하수영과 병세가 악화된 민기현이 만나는 장면은 한여름의 늦은 오후, 서향집으로 들어오는 햇살 때문에 숨이 막히는 분위기였으면 했다."

-극 중 하수영은 '건달에게는 존댓말을 안 한다'고 하고 앤디, 본부장, 그레이스 그 누구에게도 존댓말을 쓰지 않는데, 무당에게 존댓말을 한다. 수영에게 '건달의 기준'이란 무엇인가.
"하수영이 존댓말을 안 하는 사람은 범죄자들과 범죄의 언저리에 기생하는 자들이다. 무당은 범죄자가 아니다."

-하수영은 위스키 취향이 아주 확고해 보인다. 정윤선이 얼음을 타고 와락 섞어버린 위스키를 마시던 때부터 수영이 윤선에게 마음을 연 것일까.
"정 마담의 그 행동이 임석용(이정재)과 얽힌 과거의 굴레를 호쾌하게 날려 버린 것이라 생각한다. 하수영은 그런 정 마담에게 느낌이 있었다."

-마지막 장면에 하수영의 얼굴이 클로즈업 됐다. 그녀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만감이 교차했겠지만, 그중 저주와 같은 리볼버를 사용해 사람을 죽이지 않고 뭔가 이뤄냈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전작 '킬리만자로' '무뢰한'과는 작품 스타일이 바뀐 듯하다. 계기가 있었나.
"'리볼버'는 콘티 작업부터 '얼굴의 영화'라 생각했다. 대화 장면이 주를 이루기에 말을 하는 인물과 말을 듣는 인물들의 감정을 얼굴 표정으로 담아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황정미는 극 중 풀린 스토리나 등장하는 신이 하나도 없다. 어떤 키를 가진 인물인가.
"영화 속 인물들이 저지른 죄악의 흔적인데, 그 흔적을 서둘러 덮어버렸으나 완전히 덮지 못해 흔적의 끄트머리가 슬그머니 비어져 나와 버린 추악한 죄악이라고 생각한다."

-인물들은 모두 각자의 사연이 있다. 어찌 보면 다 억울하고 불쌍한 면이 있어 보이는데 그중 누가 제일 불쌍하다고 생각하나.
"하수영이다."

-시나리오 속 하수영과, 전도연이 표현한 하수영의 차이가 있었는지 궁금하다.
"큰 차이는 없으나 훨씬 더 감정이 풍부해졌다. 하수영의 집념이 더욱 특별하게 표현됐다."

-정윤선은 마지막에 차에서 무슨 생각과 감정을 가지고 있었나.
"뭔가를 해낸 하수영을 바라보며 서울 일이 걱정이지만 하수영과 친구가 되었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조연경 엔터뉴스팀 기자 cho.yeongyeong@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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