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 건너 ‘대한의 민족’ 부르짖던 교토국제고 日 여름 고시엔 정상 우뚝 “야구는 역시 기본” 증명
[스포츠서울 | 장강훈 기자] “헝그리 정신의 승리다.” “기적이다.” “야구는 역시, 기본이 시작과 끝이다.”
말 그대로다. 전교생 138명 중 야구부원이 61명인 작은 학교. 현재는 일본인 비중이 높지만, 재일교포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1947년 설립했다. 당시 교명은 교토조선중학교. 1919년 임시정부 수립 후 한맺힌 강점기를 거쳤고, 광복의 기쁨에도 민족 교육의 필요성을 잊지 않은 선배들이 뜻을 모은 역사의 터전이다.
한국 정부는 1958년 정식 학교로 인가했고, 2003년 일본 정부의 인가를 받았다. 이때부터 불린 이름은 교토국제고. 일본의 ‘공식 학교’로 지정받기 위해 학생을 모아야했고, 1999년 일본 고교야구연맹 가입해 야구부를 창단했다.
야구부 창단 25년, 학교 설립 77년, 정식 학교 등록 21년 만에 일본 고교야구 역사를 새로 썼다.
교토국제고는 23일 일본 효고현 니시노미야시에 있는 한신고시엔구장에서 열린 제106회 여름 고시엔 본선 결승전에서 도쿄도 대표로 나선 간토다이이치고를 연장 접전 끝에 2-1로 눌렀다. 개교 이래 첫 우승이자 교토부 대표로는 68년 만에 탈환한 우승 트로피. 마침 올해는 고시엔구장 건설 100주년이어서, 일본 전역이 교토국제고의 고시엔 제패를 집중 조명했다.
그럴 수밖에 없다. 정식 경기를 치를 수 없는 작은 운동장을 야구부 훈련장으로 쓰는 교토국제고는 국제고 중에서도 ‘한국인’이 설립한 아주 작은 집단이다. 더구나 여름 고시엔은 전일본고교야구선수권 중에서도 ‘꽃’으로 불린다. 봄 고시엔은 1,2학년을 주축으로 한 일종의 선발전 성격이 짙지만, 여름 고시엔은 각교 최고 선수들이 출전하는 ‘왕중왕전’인 셈이다.
고3이 출전할 수 있는 마지막 고시엔이어서, 이들에게는 고교시절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도를 대표해 출전하므로 지역민에게도 축제의 장이다. 고시엔 구장 인근 여관은 ‘우리지역 아이들’을 응원하기 위한 부모와 시민, 동문 등으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열도의 모든 방언을 접할 수 있고, 간토와 간사이로 대표되는 지역 특색을 느낄 수 있는 무대이기도 하다.
이런 곳에서 ‘동해 바다 건너 야마토(大和) 땅은 거룩한 우리 조상 옛적 꿈자리’로 시작하는 한국어 교가를 우승팀 자격으로 부르는 건 한 번도 볼 수 없던 풍경이다. 여러 설(說)이 있지만, 일본 고대 통일왕국으로 불리는 야마토정권은 백제와 가야 등 한반도인이 일본으로 이주해 선진문화를 전파해 건설한 국가라는 사료도 있다. 일본 아키히토 왕이 “옛 칸무왕의 생모가 백제 무령왕의 자손이라고 속일본기에 기록돼 있어, 한국과 인연을 느낀다”고 말 한 게 한일 양국에서 크게 화제가 되기도 했다.
동해를 건너 야마토 땅(현 나라현)에 정착해 국가를 세우고 고대 일본 문화를 발전시켰다는 자긍심을 교가에 녹여낸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교토국제학교가 ‘민족 교육’을 위해 설립한 것으로 고려하면 ‘한국인이라는 자부심’이 뿌리인 셈이다. 이 교가를 일본 공영방송인 NHK를 통해 전국에 생중계됐고, ‘동해(東海)’라는 대한민국 영토가 한국어로 소개된 것도 자랑스러운 일이다.
교토국제고의 고시엔 평정은 좀처럼 웃을 일 없는 대한민국 국민에게 모처럼 청량감을 주는 소식이다. 국민분열을 조장하고 사소한 것까지 정파적으로 몰아세우는 정치권도 여야를 막론하고 “자랑스럽고 기쁜 일”이라고 박수 보내는 모습은 최근에는 좀처럼 볼 수 없던 장면이다.
대회 주관사인 마이니치신문은 “홈플레이트부터 외야까지 70m에 불과한 작은 그라운드에서 교토국제고는 평가전은커녕 타격훈련이나 내외야 컷오프 플레이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실전을 방불케 하는 긴장감을 바탕으로 수비 훈련을 철저히 해 경기감각을 유지한 덕분에 21년 만에 팀 홈런 하나 없이 여름 고시엔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고 극찬했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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