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철민 이화여대 교수팀, DNA 단일분자 측정시간 혁신적 단축
생물물리학·의생명과학 분야의 중요한 발전으로 인정받아
[이데일리 김윤정 기자] 이화여대는 물리학과 프론티어10-10사업단의 초빙 석학 주철민 교수 연구팀이 단일분자 생물물리학 연구를 위한 새로운 방법론 개발에 성공했다고 23일 밝혔다.
우리 몸 세포에서 모든 과정을 조절하는 DNA, RNA 및 단백질 분자의 작동 메커니즘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은 유전병 등 각종 질병의 원인과 진행 과정을 이해하고 나아가 새로운 진단법과 치료 약물을 설계하는 기초가 된다. 이를 위해 세포 내 생체 분자를 하나하나 관찰하며 그 작동 메커니즘을 밝혀내는 단일분자 생물물리학 분야가 각광받으며 전 세계적으로 활발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분자를 하나씩 관찰한다는 것은 개개의 분자가 만들어 내는 작은 변화까지 실시간으로 측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반면에 많은 수의 시료를 측정해야 하는 만큼 더 많은 측정시간을 필요로 하는 한계가 있었다.
주철민 교수 연구팀은 이화여대를 비롯해 네덜란드 델프트 공과대학교, 라이덴 대학교 연구진의 공동 연구를 통해 수만 가지 종류의 다양한 DNA 서열의 스크리닝을 기존 대비 수천 배 이상 빠르게 수행하는 단일분자측정기술인 ‘SPARXS’ 기술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길게는 수십 년까지 걸릴 것으로 예상되어 불가능의 영역으로만 여겨졌던 스크리닝 실험을 단 일주일 만에 완료할 수 있다. 특히 이 기술이 상용화되면 개인별 유전병 여부를 24시간 안에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양한 염기서열을 가진 수백만 가지의 DNA를 분자 수준에서 한 번에 측정, 분석하는 것이 가능해지면서 향후 기초 과학 및 의약학, 생명공학 등 응용 분야에서 새롭게 이용될 전망이다.
연구팀이 개발한 SPARXS 기술은 단일분자 형광기술과 차세대 시퀀싱이라는 두 가지 기존 기술을 결합하여 새로운 기술로 재탄생시킨 것이다. 단일분자 형광기술을 바탕으로 형광표지된 생체분자를 시각화하며, 이와 동시에 수백만 개의 DNA 염기서열을 차세대 시퀀싱 기술로 읽어냄으로써 새로운 차원의 실험데이터를 축적할 수 있게 만들었다.
주철민 교수는 “단일분자 측정은 힘들고 느리며 가능한 서열 변형의 수가 너무 방대하여 기존의 방법으로는 수년에서 수십 년까지도 걸릴 수 있는 비현실적인 목표였다”며 연구 당위성을 설명하고 “단일분자 형광기술과 차세대 시퀀싱의 두 기술을 결합할 수 있는지를 결정하는 데 1년이 걸렸고, 작동 방법 개발에 4년, 측정의 정확도와 일관성을 보장하며 생성된 방대한 데이터를 관리하는 데 추가로 2년이 걸렸다”며 장장 7년 이상이 소요된 장기 연구였음을 언급했다.
델프트공대 및 라이덴대 소속 제1 저자인 이보 세버린스 박사는 “데이터 내에서 상관관계와 패턴을 찾고 우리가 보는 패턴의 기작을 결정하기 위해 많은 논의가 필요했다”고 덧붙였다. 연구에 참여한 이화여대 김승현 연구교수는 “SPARXS라는 혁신적인 도구를 통해 DNA의 구조와 기능이 서열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지 체계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며 “나노기술에서 맞춤형 의료기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응용 분야에서 가장 적합한 서열을 신속하게 찾는 데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연구 의의를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생물물리학 분야를 넘어 의생명과학 전반에 걸쳐 중요한 발전으로 평가받는다. 개개의 생체 분자의 서열과 기능 사이의 관계를 실험적으로 측정가능하게 했다는 중요한 이정표를 세운 주철민 교수팀의 연구는 단일세포 분석, 환자맞춤형 등 생명과학 및 의약학 분야에서 새로운 길을 열 것으로 기대된다. 해당 연구 ‘시퀀스 공간에 걸친 단일 분자 구조 및 운동학적 연구’는 과학기술 분야의 가장 권위있는 학술지인 사이언스지에 23일 게재됐다.
이화여대는 세계적 수준의 성과 창출을 위한 창의 연구 생태계 조성을 위해 국제경쟁력을 갖춘 ‘선도분야’와 미래 유망 ‘도전분야’를 선정해 각 분야에서 세계적 석학 초빙을 비롯한 전폭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 생물물리분야의 세계적 대가인 주철민 교수는 서울대학교 물리학과를 최우등 졸업하고 미국 일리노이대학교 어바나-샴페인에서 생명공학 및 물리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뒤 2011년부터 네덜란드 델프트공과대학교 바이오나노과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2022년부터 이화여대 물리학과 소속 ‘양자물질 우수연구단’에 초빙돼 해당 분야의 연구를 이끌고 있다.
김윤정 (yoon95@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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