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골든블루, 창사 이래 첫 '희망퇴직' 돌입
대상자는 150여 명 달해…골든블루 "달라진 시장 환경 고려"
퇴직위로금 별도…기본 5개월+근속연수 더한 보상안 제시
[아이뉴스24 전다윗 기자] 국내 위스키 업계 1위 골든블루가 구조조정에 돌입한다. 맥주 사업조직 B&S(Beer and Sprits) 구성원을 중심으로 희망퇴직을 받는다. 이 회사가 희망퇴직을 단행하는 건 지난 2003년 창사 이래 처음이다.
골든블루는 23일 사내 게시판에 희망퇴직 신청자 모집 공고를 올렸다. 신청 기간은 이날부터 내달 2일 18시까지다. 회사 측은 "지속되고 있는 주류시장의 침체, 로컬 위스키 시장의 감소, B&S 사업부문 구조조정으로 희망퇴직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공고에 따르면 희망퇴직 대상자는 골든블루·골든블루인터내셔널 소속 과장, 차장, 부장급 직원이다. 직군 제한은 없다. 과장·차장급은 지난 2019년 10월 1일 이전 입사한 근속 5년 이상자, 부장급은 근속과 무관하게 신청 가능하다.
B&S 부문은 직급 상관없이 모든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는다. 영업직인 △B&S서울지점 △B&S부산지점 △B&S도매지점, 비영업직인 △B&S마케팅팀 △B&S영업기획팀 △구매물류팀 내 맥주 담당 직무 수행자가 대상이다.
이에 따라 골든블루 전체 임직원 250여 명 중 150여 명이 희망퇴직 대상자가 될 전망이다.
회사 측은 희망퇴직자에게 법정 퇴직금 외에 퇴직위로금을 별도 지급할 방침이다. 기본 5개월에 본인 근속 년수를 더한 수만큼 월별 기본급을 제공한다. 가령 근속 5년차의 경우 기본 5개월에 자신이 일한 5년을 더해 총 10개월치의 기본급을 받는다. 최대 보상 개월은 26개월이다.
골든블루는 희망퇴직 절차 완료 후 새로운 조직 운영 계획에 따라 인력을 재배치할 예정이다.
이번 희망퇴직의 주된 배경으론 칼스버그 그룹과의 유통 분쟁이 꼽힌다. 골든블루는 지난 2018년 5월부터 칼스버그 그룹과 수입·유통 계약을 맺고 맥주 사업을 영위해 왔다. 이를 전담하는 B&S 본부도 신설하고 약 50명의 인력을 채용했다. 하지만 칼스버그 그룹은 2021년 말 3년 8개월간의 수입·유통 계약을 종료하고 단기 계약으로 전환했다. 칼스버그는 정확한 이유를 밝히지 않았지만, 국내 직접 진출을 염두에 둔 행보로 업계는 보고 있다.
결국 칼스버그 그룹은 지난해 3월 골든블루에 계약 해지 통지서를 보냈고, 골든블루는 '글로벌 기업의 갑질'이라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한 상태다. 이후 골든블루는 국내에 남은 칼스버그 맥주 전량을 폐기하며 관련 사업이 사실상 올스톱됐다. 골든블루가 폐기한 칼스버그 맥주는 폐기 비용을 포함해 약 4억9000만원 상당이다.
최근 국내 위스키 시장의 인기가 한풀 꺾인 점도 골든블루가 조직 슬림화에 나선 이유다. 코로나19 시기 위스키 시장이 급성장하며 눈에 띄는 상승세를 보였던 골든블루의 실적도 올해 주춤하고 있다. 역대 최고 실적을 거뒀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8.4%, 59.2% 급감했다. 2분기 역시 전년 동기 대비 19.6% 줄어든 406억1908만원의 매출, 36.4% 감소한 108억75만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골든블루 관계자는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소비 트렌드가 유흥에서 혼술로 넘어가며 위스키 시장이 달라지고 있다. 달라진 시장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하고자 창사 최초로 희망퇴직을 단행하게 됐다"며 "회사를 떠나는 직원들에게 최대한의 보상안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했다. 새로운 출발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좋은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배당 정책과 임금 인상률 등으로 사측과 장기간 갈등을 빚고 있는 노조는 '소통 없는 일방적 구조조정'이라며 반발하는 분위기다. 이정훈 골든블루 노조 지부장은 "희망퇴직 공고 몇 시간 전에야 (회사가) 노조 측에 소식을 알려왔다. 아무런 논의도 협상도 없었다"며 "노조는 4년 전부터 조기 퇴직 프로그램(ERP) 도입을 요구해 왔지만, 사측은 '골든블루는 정년 없는 회사'라며 수차례 거절해 왔다. 그러다 갑작스럽게 노조 요구사항보다 대폭 축소된 내용의 희망퇴직을 단행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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