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군' 조윤수, 빛나는 보석이 연기에 美치면 일어나는 일 [인터뷰]
[스포츠투데이 김태형 기자] "이번 작품은 선배님들을 보면서 앞으로 제가 가져야 할 배우상을 정립하게 된 계기였다고 생각해요. 끊임없이 노력하고 탐구할 수 있는 열정이 있는 것조차도 재능이라고 생각해서 그런 점에 재능이 있는 배우가 되는 게 가장 큰 목표죠."
신예 조윤수의 당찬 포부다. 신예답지 않은 연기 경험도 눈길을 끈다. 조윤수는 2019년 웹드라마 '치즈필름'으로 데뷔해 넷플릭스 '소년심판', tvN '살인자의 쇼핑목록' 등의 작품과 지난 2월 '올모스트 메인'으로 연극 무대도 경험했다. 갖은 노력 끝에 박훈정 감독의 '마녀 세계관' 스핀오프 작품 '폭군'에 캐스팅되며 또 한 번 연기 스펙트럼을 넓혔다.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폭군'(연출 박훈정)은 '폭군 프로그램'의 마지막 샘플이 배달사고로 사라진 후 각기 다른 목적으로 그것을 차지하기 위해 모여든 사람들이 서로 쫓고 쫓기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추격 액션 스릴러다.
조윤수는 주연급 인물 채자경 역을 맡았다. 극 중 기술자이자 킬러로, 몸을 사리지 않고 마치 짐승처럼 거친 액션을 소화해야 하는 캐릭터다. 짧은 머리와 타투 등 파격적인 비주얼, 채자경과 내면의 쌍둥이 오빠를 오가는 이중인격까지, 조윤수에게는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매 신마다 예상했던 대로 된 것이 하나도 없더라. 머릿속으로 다음날 있을 것들을 미리 시뮬레이션을 그렸는데 그대로 나왔던 적이 한 번도 없었던 것 같다. 유연하게 대처를 하고 싶었는데 감독님의 디렉션을 이행하는 데 급했던 것 같다"는 조윤수다.
또한 자동차 추격신을 찍어야 하는데 운전면허가 없어서 1종 보통 운전면허를 취득했으며, 액션이 처음이어서 한 달 반 동안 격투기 학원도 다녔다고 고백했다. 박 감독에게 보여주기 위해 오디션 기간 동안 단편영화도 혼자 기획하고 대본을 써서 찍었다고.
"그만큼 간절했던 순간이었다"는 조윤수는 각고의 노력 끝에 '채자경' 그 자체가 됐다. 조윤수는 "액션에 있어서는 무술 감독님과 상의한 결과, 극 중 채자경이 운동선수나 요원은 아니기 때문에 격투기처럼 보이지 않으려 했다"며 "정제되지 않고 거칠고 짐승 같은, 날 것의 느낌을 표현하려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 신 한 신 액션신은 정말 쉬운 게 하나도 없더라. 그래도 진료실 액션신은 개인적으로 정말 몰입해서 즐겁게 찍었던 것 같다"고 밝혔다. 이러한 조윤수의 노력과 열정 덕분에 완성도 높은 액션신이 탄생했다.
또한 자신과 쌍둥이 오빠 인격을 오가는 이중인격으로 중요한 순간 두 인격이 티격태격하며 서로 충돌하는 모습은 흥미를 자극했다. 조윤수는 "자경이와 자경이 오빠의 성격이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에 고민이 많았다. 제일 포인트로 두고 싶었던 것은 자경이와 자경이 오빠가 서로 대화를 할 때 좀 더 현실 남매 같은 '케미'가 보이기를 바랐다"고 설명했다. 이어 "감독님께서 오빠라고 해서 일부러 목소리를 더 낮게 표현하는 걸 원하지 않으셨다. '결국 한 사람이 내는 목소리니까'라고 말씀해 주셨고, 또 인격이 변할 때 전조 증상 같은 것 없이 자연스럽게 왔다 갔다 할 수 있는 걸 원하셨다. 자경이가 흐린 눈의 광인이라면, 자경 오빠 쪽이 사람을 해칠 때 있어서 좀 더 신나 있고 의욕적이고 눈도 좀 더 반짝거린다. 목소리를 낮추는 대신 자경이의 톤을 제 평소 목소리 톤보다 반 톤 정도 살짝 올려서 설정을 했다"고 밝혔다.
또 채자경은 아버지를 잃고 왼쪽 머리에 상주 리본을 꽂는다. 조윤수는 "아버지 최 선생과의 유대감을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모습"이라고 해석했다. 이성을 잃고 감정이 메말랐어도 아버지와의 유대감은 유지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설명이다.
조윤수는 채자경에 몰입할 수 있었던 이유로 "감독님께서 '내가 생각했던 자경이의 이미지가 너랑 유사한 점이 많았고, 네가 가진 이미지가 어떤 캐릭터를 입혀놔도 크게 위화감이 들지 않을 것 같은 깨끗한 느낌이어서 선택했다'고 말씀하셨다. 그래서 '내가 자경이야'라는 생각을 하고 임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물 만난 고기처럼 시청자들의 눈길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박 감독의 '픽'이 이번에도 통했다며, '제2의 김다미' 등의 호평이 이어지는 중이다. 조윤수는 "제가 김다미 선배님을 좋아한다. 또 '마녀' 시리즈의 팬이다. 댓글을 봤는데 감독님의 '소나무 취향'이란 반응을 많이 봤다. '그 취향 덕분에 자경이를 만날 수 있었던 걸까, 운명인 걸까'란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조윤수는 '폭군'에 대한 주변 반응에 대해 "어머니가 '폭군'을 여덟 번째 보셨다. 정말 좋아해 주시고 재밌다고 하셨다. 처음에는 제가 옆에서 쫑알쫑알 설명을 하니까 집중을 못하셨는데 두 번째 보시고 재밌다고 하셨다. 주변에서도 '네가 아닌 줄 알았다' '고생한 게 잘 보인다' '고생했겠더라'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고 밝혔다. 또한 온라인 반응도 많이 살폈다며 "가장 기분 좋았던 댓글은 '캐스팅 잘했다, 찰떡이다'였다. '박훈정 감독은 어디서 또 저런 신인을 데려왔나'도 기억에 남는다"며 웃었다.
조윤수는 함께 호흡을 맞춘 차승원, 김선호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먼저 작품 내에서 가장 좋았던 장면으로 최 국장(김선호)의 최후를 꼽았다. 그는 "선배님들 연기를 모두 감탄하면서 봤는데, 집에서 보면서 가장 소름이 돋았던 건 최 국장의 마지막 신이었다. 그 부분만 10번을 돌려봤다. 10번 다 소름이 끼치더라. 대사도 그렇고 선배님의 감정과 표정까지 정말 좋았던 것 같다"고 밝혔다.
차승원과는 액션 합을 맞추면서 체력적으로 힘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자경이의 총은 권총인데 임상(차승원)의 총은 장총이다. 처음에 팔을 교차하듯이 해서 얼굴에 계속 맞기도 했고, 칼싸움처럼 보이게 만들어진 액션신이어서 완력으로 왔다 갔다 하는 장면이 많다 보니까 체력적으로 어려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촬영 현장에서 "계속 '요즘 어때?' '다친 덴 괜찮아졌어?' 계속 물어봐 주셨다. 한마디씩 응원의 말씀을 덧붙여 주셔서 감사하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이번 작품으로 제가 연기에 진심이었다는 걸 깨닫게 됐다. 살면서 이렇게 열심히 했나 싶을 정도다. 배우로서뿐만 아니라 사람으로서도 발전했던 것 같다"며 박 감독을 비롯한 스태프들에게 공을 돌렸다.
[스포츠투데이 김태형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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