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하 베팅 '월가 큰손'… 리츠·에너지주로 환승

문일호 기자(ttr15@mk.co.kr) 2024. 8. 23.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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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 투자 대가' 2분기 포트폴리오 분석해보니

월스트리트에서 손꼽히는 3대 투자 대가(워런 버핏, 빌 애크먼, 스탠리 드러켄밀러)는 다가올 경기 침체와 전쟁 위기를 대비해 각각 금리 인하와 에너지 주식에 미리 베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최근 공개된 이들의 2분기 투자 포트폴리오를 보면 알 수 있다. 그들은 채권이나 부동산 자산을 많이 갖고 있는 주식들에 공격적으로 투자해 주목된다.

최근 월가에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오는 9월 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투자의 대가들은 이미 금융투자시장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이다. 2분기의 기본적 특징은 인공지능(AI) 등 고평가된 주식을 팔고 최근 주가 급락 파도에 저평가된 주식으로 빠르게 환승한 것이다.

대가들이 미리 사들였거나 단단히 보유 중인 3대 업종(테마)으로는 옥시덴털페트롤리엄, 엑손모빌, 킨더모건 등의 에너지, 금리 인하 수혜주인 무디스, 브룩필드, 처브 등의 금융, 나이키, 울타뷰티 등의 소비재로 요약된다. 이 중 에너지주는 빅테크와 주가 상관계수가 낮아 주가가 반대로 가기 때문에 최근 대가들이 보유 비중을 늘리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서학개미 역시 AI 등 성장주 비중을 줄이고 다양한 업종의 저평가된 주식으로 대피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리틀 버핏' 애크먼, 브룩필드와 나이키 집중 매집

20일 블룸버그와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미국의 억만장자 헤지펀드 매니저인 빌 애크먼 퍼싱스퀘어 창립자는 지난 2분기에 브룩필드와 나이키를 신규 매수했다. 그 대신 구글 등 성장주를 대거 매도해 눈길을 끌었다. 이는 13F라는 미국 주요 기관투자자의 2분기 보고서를 통해 알 수 있다.

애크먼은 자신이 이끄는 헤지펀드 퍼싱스퀘어 지분가치를 4조8000억원까지 끌어올렸다. 특히 그는 미국 금리 변화에 베팅해 단기간에 큰돈을 번 것으로 유명하다. 2022년에 국채 가격 하락(금리 인상)에 베팅해 23억달러를 벌었고, 2023년에는 2개월(8~10월) 동안 미국 30년 만기 국채 공매도를 청산하면서 2억달러의 수익을 냈다.

올해 2분기에는 브룩필드라는 금리 인하 수혜주에 베팅했다. 이 주식을 처음으로 2억8500만달러어치나 매수해 포트폴리오 비중을 2.7%로 끌어올렸다. 브룩필드는 캐나다 최대 인프라스트럭처와 부동산 투자 회사다. 금리가 떨어지면 비용이 감소해 수익이 극대화되는 구조다. 금리 인하 기대감에 올해 브룩필드 순이익은 60억4150만달러로 추정된다. 이는 2023년(19억9240만달러) 대비 3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애크먼이 브룩필드에 투자한 이유로는 높은 배당성향(순익 대비 배당액)도 한몫한다. 2023년 기준 브룩필드의 배당성향은 45%다. 작년부터 자사주 소각도 열심이다. 2022년 말 대비 2023년 6월 말 기준 브룩필드의 유통주식 수는 4.1% 감소했다.

애크먼은 나이키를 오랜만에 매수했는데 이번에도 단기 투자인지를 놓고 월가가 갑론을박 중이다. 2018년에 6개월 동안 나이키 주식을 매매하며 1억달러의 수익을 올린 바 있다. 6년 만인 지난 2분기에 나이키 주식을 다시 샀는데 또다시 저가 매수 기회로 본 셈이다. 지난 2분기(4~6월) 나이키 주가는 19% 하락했다. 호카, 아디다스 등 나이키 경쟁자의 득세가 주가에 악재로 작용했는데 나이키의 2024년도 순익(5월 결산)은 전년 대비 19.1% 되레 증가했다.

드러켄밀러, 부동산 리츠와 에너지 주식 사들여

또 다른 월가의 거물이자 연평균 30%의 수익률로 유명한스탠리 드러켄밀러는 개인 자산을 투자하는 듀케인패밀리오피스를 통해 올 2분기 포트폴리오를 최근 공개했다. 2분기 매매동향을 보면 엔비디아 등 고평가된 성장주를 대거 팔아 현금을 확보했고 부동산 리츠 주식을 처음 매수했으며 에너지 주식 비중을 크게 늘렸다. 자신이 보유한 엔비디아 지분의 88%(약 150만주)를 매도했고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등도 대부분 매각했다.

그 대신 포트폴리오에 미드아메리카아파트먼트(MAA)를 3.2% 비중으로 매수했다. MAA는 워싱턴 등 미국 전역에서 아파트 단지를 매입·임대하는 전문 회사다. 리츠 특성상 벌어들인 순익의 90% 이상을 배당으로 돌려준다. 작년에는 순익의 120%를 배당으로 지급하기도 했다.

드러켄밀러는 2분기에 킨더모건이라는 에너지 주식을 직전 분기 대비 74% 늘려 주목받고 있다. 전체 자산 중 비중이 4.6%로 높아졌다. 실적이 감소해도 꾸준한 주주환원 의지로 드러켄밀러와 같은 '큰손'의 선택을 받았다. 2023년 기준 킨더모건의 배당성향은 106.2%에 달했다. 배당수익률도 지난 20일 기준 5.38%로 높은 편이다. 킨더모건의 실적과 배당은 천연가스 수요에 달렸는데 AI 시장이 본격 개화하면서 킨더모건의 중장기 실적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스티븐 엘리스 모닝스타 애널리스트는 "킨더모건은 AI와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미국 남부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확장에 나섰다"며 "30억달러 규모의 확장 비용은 향후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인 수익을 창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버핏, 금리 인하에 남몰래 베팅 중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최고경영자(CEO)의 올 2분기 주식 포트폴리오 하이라이트는 애플 주식 매각, 무디스와 처브로 대표되는 금리 수혜주 매수로 요약된다. 무디스는 세계 3대 신용평가사 중 한 곳으로, 금리가 떨어지면 대출이 활성화되고 기업의 채권 발행 업무가 늘어 실적이 개선되는 상장사다.

버핏은 2000년 9월 '던앤드브래드스트리트'라는 금융회사가 무디스를 분사하자 곧바로 주요 주주가 됐다. 지분율은 3.7%로 서열 8위에 올라 있다. 금융업종 중 뱅크오브아메리카와 같은 은행주는 지속적으로 팔면서 무디스는 지분율을 유지하고 있다.

버핏은 지난 1분기 스위스 손해보험사 처브를 처음 매수해 주목받았는데 2분기에도 주식을 4.3% 늘려 전체 자산 중 지분율이 2.5%가 됐다. 한 보험업종 관계자는 "요즘 손보사들의 순익은 채권 매각 이익이 좌우한다"며 "처브의 보유 자산 중 단기 채권 비중이 높아 금리가 하락하면 순익이 급증할 것"이라고 말했다.

원유와 천연가스 탐사·개발·생산회사인 옥시덴털페트롤리엄은 배당수익률이 1%대로 높지 않지만 계속 배당금을 인상하고 있다는 점이 버핏의 투자를 이끌어 냈다는 분석이다.

2021년 연간 기준 배당금은 주당 0.04달러였지만 2022년 0.52달러, 2023년 0.72달러를 거쳐 올해는 0.84달러까지 높아질 전망이다. 2020년에 적자를 냈지만 지난 2분기 기준 영업이익률이 23.6%로 고마진 주식으로도 분류된다.

버핏은 '미국의 올리브영'으로 불리는 울타뷰티 주식도 신규 매수했다. 이는 애크먼의 나이키 주식 재매수처럼 미국의 소비심리 유지에 기대를 건 투자라는 분석이 나온다.

[문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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