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스파이” 망상 빠졌던 ‘일본도 살인’ 30대…검찰 “심신미약 아냐”

검찰, 살인 등 혐의로 구속기소
“망상은 범행동기였을 뿐…행위의 결과 및 책임 판단능력 있어”

(시사저널=박선우 객원기자)

서울 은평구의 한 아파트에서 이웃주민에게 일본도를 휘둘러 숨지게 한 혐의로 경찰에 긴급 체포된 백아무개(37)씨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8월1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중국 스파이가 전쟁을 일으키려 한다'는 망상에 빠져 아파트 이웃주민을 일본도로 살해한 30대 남성이 구속기소 됐다. 다만 검찰은 해당 남성이 감형 요소 중 하나인 심신미약 상태서 범행한 건 아니라고 판단했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방검찰청 형사3부(김은하 부장검사)는 살인, 총포화약법 위반 혐의를 받는 남성 백아무개(37)씨를 구속기소 했다.

백씨는 지난 7월29일 오후 11시22분쯤 서울 은평구의 모 아파트에서 날 길이 약 75㎝, 전체 길이 약 102㎝의 일본도를 이웃주민 A(43)씨의 얼굴, 어깨 등에 10여 차례 휘둘러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에 따르면, 백씨는 약 3년 전 회사에서 퇴사한 후 정치·경제 분야 기사를 접해오다 작년 10월쯤부터 '중국 스파이가 대한민국에 전쟁을 일으키려 한다'는 취지의 망상에 빠졌다. 이후 같은 아파트 단지에서 우연히 자주 마주치던 피해자 A씨를 본인을 미행 및 감시하는 중국 스파이로 여겨 범행에 이르렀다는 설명이다.

검찰은 백씨의 범행이 '치밀하게 계획된 이상동기 범죄'라고 봤다. 일례로 백씨는 지난 1월 일본도를 구입하는 과정에서 소지 허가를 받고자 '장식용'으로 허위 신고하고, 도검 소지 사실을 숨기고자 골프 가방에 넣어 다니는 치밀함을 보였다. 일본도 사용 연습을 위한 목검도 추가로 사들였다.

다만 검찰은 백씨가 심신미약 상태서 범행한 건 아니라고 판단했다. 검찰 측은 백씨가 분명한 목표 의식하에 범행을 결행한 점, '일본도', '용무늬검, 검도검, 장검', '살인 사건' 등을 검색했던 점 등을 근거로 "망상이 범행 동기로 작용했을 뿐, 행위의 내용과 결과 및 그에 따른 책임을 충분히 판단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