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철치료 받고 계속 아파서”…‘치과 폭탄테러’ 감행한 70대의 범행동기

병원 측 재시술 제안에 예약잡아…예약일 다음날 폭탄 테러 감행
폭탄 제조법 관련해선 “어디서 배운 건 아냐…상식선에서 제작”

(시사저널=박선우 객원기자)

8월22일 오후 1시4분쯤 광주 서구 치평동의 한 치과병원에서 부탄가스와 인화물질이 든 종이상자에 불이 붙어 폭발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진은 범행 도구를 들고 치과병원으로 향하는 70대 남성 용의자의 모습 ⓒ연합뉴스=독자 제공

광주의 한 치과병원에 사제폭탄 테러를 감행한 70대 남성은 앞선 보철치료 이후 통증이 이어진다는 이유로 범행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23일 광주 서부경찰서 등에 따르면, 전날 광주 서구 치평동의 모 치과병원 출입구에 부탄가스로 만든 사제 폭발물을 투척해 폭발시킨 남성 A(79)씨는 지난 달 중순부터 해당 치과에서 5차례에 걸쳐 진료를 받았다. 보철(크라운)치료를 받은 A씨는 치료 이후에도 흔들리는 치아를 고정하기 위한 시술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A씨는 이달 중순쯤부터 "치료받은 이가 계속 흔들리고 통증이 심하다"는 취지로 병원에 항의해왔다. 병원 측은 환불 혹은 재시술을 제안했고, A씨도 이에 응해 지난 21일 재시술을 예약했으나 그는 예약 당일 병원에 오지 않고 이튿날 폭탄 테러를 감행했다. A씨는 경찰에 "통증이 심해 화가나서 범행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A씨가 범행을 미리 계획한 정황도 드러났다. 그는 재시술 예약일을 1~2일 앞두고 거처 인근에서 폭발물의 주재료인 부탄가스를 구입했다. 재시술 예약일 다음날이자 범행 당일인 22일엔 광산구의 모 주유소에서 인화물질을 구입, 인화물질을 주입한 통 주변에 부탄가스 4개를 묶는 수법으로 사제 폭발물을 제작했다. 범행 당시 음주 상태였던 A씨는 택배상자를 배달하는 것처럼 행세하며 폭발물이 든 상자를 병원 출입구에 두고 불을 붙여 폭발시켰다. A씨는 폭발물 제작 과정과 관련해 "어디에서 배운 건 아니고, 상식선에서 이렇게 만들면 폭발할 것으로 생각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범행 후 도주한 A씨는 광주 광산경찰서 인근 식당에서 재차 술을 마신 후 범행 약 2시간만에 자수했다. 자수한 A씨는 술이 깰 때까지 유치장에 입감해야 했을만큼 만취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오전부터 A씨를 상대로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사안의 중요성을 고려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