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고수' 염정아가 갈아끼운 새 얼굴 '여자마초'

아이즈 ize 정명화(칼럼니스트) 2024. 8. 23. 16:0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아이즈 ize 정명화(칼럼니스트)

'노웨이아웃', 사진=디즈니+

정치바닥에서 맨땅에 헤딩하며 산전수전을 치르고 시장이 된 '안명자'. 코너에 몰려 정치인생을 접을 위기에 처했지만, 그녀의 사전에 '노웨이 빠꾸'는 없다. 

디즈니플러스의 새 시리즈 '노웨이아웃:더 룰렛'은 매 에피소드의 주요 인물을 달리하며 한가지 사건을 중심을 서로 다른 시선에서 그리고 있다. 염정아가 맡은 호산시 시장 안명자는 에피소드 3화부터 본격적으로 등장한다. 안명자는 소속당의 수장에게 미운털이 박혀 과거 비리가 드러나고 정치인생이 최대 위기를 맞았다. 안명자는 이 절체절명의 위기를 탈출하기 위해 호산시의 골칫거리이자 200억원 현상금이 걸린 김국호(유재명)를 이용하려 한다. 극중에 등장하는 "얼굴만 봐도 겁나게 쎄보이네"는 안명자 캐릭터를 한마디로 설명하기에 적합한 대사다. 숏커트 헤어에 수트를 입고 강렬한 첫 등장을 알린 안명자는 거침없는 욕설과 흡연으로 기존에 없던 파격적인 여성 캐릭터를 선보인다. 

안명자는 정치생명의 연장을 위해 김국호를 호산시에서 추방하겠단 계획을 세우고, 어둠의 방식으로 해결하려 한다. 수행비서의 조인트를 차거나, 느물거리는 태도로 상대의 공격에 응수하는 모습은 성별만 바뀐 익숙한 정치인의 모습이기도 하다. 남자들의 세계에서 배운 그들의 방식대로 '쌈마이'처럼, 제대로 비합법적인 방법을 택한다. '인생은 아름다워'에 이어 최국희 감독의 작품에 출연한 염정아는 성공적 이미지 변신을 선보이며 남성 위주의 스릴러물에서 강력한 존재감을 발산하고 있다. 

'크로스', 사진=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에서 시청순위 1위를 달리고 있는 '노웨이아웃'과 역시 OTT플랫폼 넷플릭스에서 비영어권 글로벌 1위에 오른 '크로스'에서도 염정아는 기존의 여성스럽고 도회적인 이미지를 벗고 남성 호르몬으로 가득찬 듯한 '여자마초' 캐릭터인 경찰 '미선'을 연기했다. 강력반 형사인 미선은 같은 팀 선배조차도 조심스러워하는 터프한 성격을 가진 범죄현장에는 망설임없이 돌격하는 단순과격한 베테랑 형사다. 두 작품에서 염정아는 남자들로 가득한 세상에서 외양만 빼면 동성이라해도 어색하지 않을만큼 욕을 입에 달고 사는, 여장부 캐릭터를 선보였다. 무엇보다 염정아가 연기한 미선과 명자는 남자들의 세상에서 주도적이고 강력한 인물을 통해 기존에 없는 캐릭터를 만들어내며 새로운 가능성과 캐릭터 확장에 도전했다. 

또한, 염정아의 이러한 변신은 한국 영화와 드라마의 여성 캐릭터에 대한 시각을 새롭게 변화시키는 데 중요한 기폭제가 돼 줄 것으로 기대된다. 그가 연기한 강력한 여성 캐릭터들은 전통적인 성 역할의 경계를 허물고, 중년여배우가 연기할 수 있는 역할의 확장을 이루는 데 많은 의미를 시사하고 있다. 염정아의 새로운 도전은 한국 콘텐츠의 다양성과 가능성을 열어가는데 그 자신뿐 아니라 많은 후배 여배우들에게도 가능성을 열어보였다. 

사진=넷플릭스

다양한 작품을 통해 폭넓은 스펙트럼을 선보여온 염정아는 최근작들에서 남성적인 이미지와 액션 연기를 선보이며 개성있는 여성 캐릭터를 만들어내고 있다. 여기에 육두문자를 입에 달고 사는 거친 캐릭터를 과감하게 소화하며 캐릭터를 위한 몸사림 없는 연기를 펼친다. 평소 자신을 가리켜 '몸치'라고 칭할만큼 몸을 쓰는 연기에는 서툴다던 염정아는 '크로스'에서 국가대표 사격선수 출신의 베테랑 경찰 캐릭터를 위해 거침없는 액션까지 선보인다. 과거 서구적이고 도회적인 이미지로 사랑받던 그녀는 기존의 이미지를 과감하게 탈피, 호러와 코미디, 드라마와 멜로까지 장르를 넘나들며 다양한 변화에 도전했다. 그리고 어떤 작품에서도 비중 여부를 떠나 강한 존재감을 남기는,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끊임없이 성장하는 배우로 자리잡았다. 

데뷔 34년차 배우 염정아. 그에 대해 모든 걸 다 알고 있다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여전히 진화 중이기에 아직도 못 본 얼굴이 여전히 많다. 배우로서 새로운 영역을 발견해나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건 팬들에게 매우 즐거운 일이 될 듯싶다. 

Copyright © ize & iz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