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에 국고 24억 쓴 배드민턴협회…안세영은 “비효율”

공성윤 기자 2024. 8. 23.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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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올림픽 금메달 종목 단체 5곳 회계 들여다보니…배드민턴협회 보조금 액수 최다, 비중도 50% 넘어

(시사저널=공성윤 기자)

선수 지원을 둘러싸고 배드민턴 금메달리스트 안세영(22)과 대한배드민턴협회의 진실 공방이 이어지는 가운데, 배드민턴협회의 국고보조금이 이번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종목 단체 중 가장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보조금 비중도 전체 수익의 50%를 웃돌았다. 협회 측의 주장이 힘을 얻으려면 수십억원의 보조금 용처가 구체적으로 밝혀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시사저널은 2024 파리올림픽 금메달 수상 종목인 △배드민턴 △양궁 △사격 △태권도 △펜싱 등 5개 협회의 2022~23년 감사보고서를 통해 재무 현황을 살펴봤다. 감사보고서는 외부 회계법인의 감수를 거쳐 작성된다. 협회가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맞춰 자체 작성한 국세청 공시자료보다 더 객관적으로 평가된다.

안세영이 8월7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며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시사저널 최준필

"보조금 사용내역, 사기업 수준으로 공시해야"

배드민턴협회가 지난해에 받은 보조금은 88억원이다. 대한체육회가 전액 지급한다. 대한체육회 자금 중 정부·지자체·공공기관 등에서 나온 돈이 96.9%를 차지하니, 배드민턴협회 보조금은 사실상 국민 세금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배드민턴협회 외에 다른 단체의 보조금 수익을 높은 순서대로 나열하면 △대한민국태권도협회 51억원 △대한펜싱협회 39억원 △대한사격연맹 34억원 △대한양궁협회 26억원 등이다. 양궁협회 보조금이 가장 적지만 금메달 개수는 최다인 5개다. 개당 보조금 5억2000만원이 들어간 꼴이다. 반면 안세영 선수는 배드민턴 종목에서 유일하게 금메달을 땄다. 가장 보조금이 많이 투입된 금메달인 셈이다.

또 지난해 총수익에서 보조금이 차지하는 비중을 보면 배드민턴협회가 51.3%를 기록했다. 양궁협회(19.8%)와 사격연맹(44.9%)에 비하면 높고, 태권도협회(51.7%)와 펜싱협회(53.5%)보다는 낮다. 2022년에는 배드민턴협회 보조금 비중이 59.8%로 5개 단체 중 가장 높았다. 그해 보조금은 77억원으로 역시 최고 액수로 집계됐다.

전체 스포츠 단체를 놓고 봐도 배드민턴협회는 보조금이 많은 축에 속한다. 2022년 기준 국세청에 회계자료를 공시한 대한체육회 소속 54개 단체의 보조금 수익을 모두 집계한 결과, 배드민턴협회는 다섯 번째로 보조금이 많았다. 이와 관련해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배드민턴은 생활스포츠로 저변이 넓고, 국내외에서 개최하는 대회와 진행 중인 사업이 많기 때문에 보조금이 비교적 많이 지급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보조금 비중도 높은 편이다. 2022년 보조금 수익 상위 10개 단체 중 배드민턴협회를 포함한 8곳의 보조금 비중이 50%를 넘었다. 바꿔 말하면 그만큼 재정 자립도가 떨어진다는 뜻이다.

재정 자립도가 낮은 단체에 필연적으로 따라붙는 조건이 '공시 투명성'이다. 배드민턴협회의 2023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사업별 보조금 배분 내역 중 '강화훈련비'에 대한 교부액이 26억원이다. 48억원이 배정된 '기타' 항목을 제외하면 가장 높은 데다, 조사 대상인 5개 단체의 훈련비 보조금과 비교해도 단연 1위다. 배드민턴협회는 훈련비 보조금 26억원 중 실제 24억원을 집행했다.

그러나 안세영 선수는 대표팀 훈련의 비효율성을 주장했다. 그는 금메달 획득 직후 현지 기자회견에서 "무릎 부상이 생각보다 심각했는데 너무 안일하게 생각한 대표팀에 많이 실망했었다. 선수들을 체계적으로 잘 키워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안 선수는 작년 10월 항저우아시안게임 결승전에서 무릎 인대가 끊어진 바 있다.

안 선수의 발언 이후 배드민턴협회는 보도자료를 통해 "재활까지 4주가 걸릴 것으로 진단받고 조직 재생 주사 치료를 처치했다"고 발표했다. 할 수 있는 조치를 제때 했다는 취지다. 결국 선수에게 투입된 보조금의 세부 지출내역이 밝혀져야 책임 소재가 분명해질 것으로 보인다. 또 안 선수가 복식 위주의 훈련 방식에 대해서도 불만을 토로한 만큼, 단식 선수에 대한 지원이 어떻게 이뤄졌는지도 밝혀져야 할 부분이다.

8월7일 김택규 대한배드민턴협회장이 인천공항 입국장을 나오고 있다. 파리올림픽에 동행한 김 회장은 선수단보다 먼저 돌아왔다.ⓒ연합뉴스

요넥스 후원 유치했지만 여전한 '깜깜이 공시'

나아가 감사보고서상 '기타' 항목에 배정된 보조금 48억원의 용처도 공개가 필요한 대목이다. 일단 배드민턴협회 관계자는 "기타 사업은 승강제 리그와 유·청소년클럽 대회 등 국내 대회 유치에 대부분 사용됐다"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공익법인 전문 연구원은 "체육협회처럼 국고보조금을 받는 공익법인은 규모가 작아도 사기업 수준으로 회계 공시 사항을 구체화해야 뒷말이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렇다고 배드민턴협회가 보조금에만 목을 매고 있었던 건 아니다. 협회는 일본 스포츠 제조업체 요넥스(YONEX)와 2019년 후원계약을 맺은 뒤로 매년 후원금과 협찬금을 받고 있다. 작년에는 요넥스 한국총판을 맡고 있는 동승통상의 후원금을 포함해 43억원을 받았다. 일부 언론에서는 임원진의 자금 출연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배드민턴협회의 기부금이 0원"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는 협회가 다른 단체와 달리 후원금을 '기부금'으로 표시하지 않아 생긴 오해로 추정된다.

정작 문제는 요넥스와 김택규 협회장의 관계에 대한 의혹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8월14일 '배드민턴협회가 요넥스로부터 페이백 형태로 대회에 사용된 셔틀콕 30%를 가져갔고, 김 회장이 이를 임의로 사용했다'는 제보를 입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30%의 셔틀콕은 회계장부에 기록되지 않았다. 문체부는 현재 해당 내용을 조사 중이다. 협회 측은 셔틀콕 페이백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대회를 치르는 각 시도협회에 배분했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해당 시도협회는 김 회장의 측근"이라는 의혹이 추가 제기된 상황이다.

안 선수도 협회의 후원 유치에 불만을 표시했다. 그는 8월11일 연합뉴스에 "광고가 아니라 배드민턴으로도 경제적인 보상을 충분히 누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스폰서나 계약 부분을 막지 않고 많이 풀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요넥스로 인해 제한된 경제적 자유를 보장해 달라는 취지다. 현재 배드민턴협회는 국가대표 운영 지침에 따라 개인 차원의 후원 계약을 제한하고 있다. 또 협회가 지정한 경기복과 용품을 사용하게 돼 있다. 하지만 안세영은 요넥스 경기화에 불편함을 호소해 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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