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배터리가 벤츠에 장착된 이유[IT 칼럼]

2024. 8. 23.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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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14일 서울 시내 한 벤츠코리아 공식 서비스센터에 서비스 접수 표지판이 놓여 있다. 인천 청라아파트 지하주차장 화재 후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는 이날부터 자사 모든 전기차에 대한 무상점검을 개시했다. 연합뉴스



중국산 배터리를 장작한 벤츠 전기차가 인천 청라아파트에서 불이 난 후, 내 전기차의 배터리는 무엇이 들어 있는지 다들 궁금해하기 시작했다. 배터리는 전기차 가격을 좌우할 만큼 비싼 부품이라고 알려져 왔는데, 고급 외제차의 대명사 벤츠에 처음 듣는 브랜드의 배터리가 들어 있었다는 반전은 뉴스거리가 되기에 충분했다.

사실 이미 벤츠는 르노의 엔진도 가져다 장착했다. 급이 어울리지 않는다고 어느 민감한 소비자가 묻더라도, 공동 개발했다거나 최적화됐다고 설명하면 된다. 한편 르노는 자신들 차에 벤츠 엔진을 탑재했다고 판촉하니 서로 남는 장사다. 브랜드가 글로벌 공급망을 다스리는 시대, 부품이 어디 것인지가 무슨 대수냐고 생각한 듯싶다.

하지만 벤츠로서는 이번 중국산 배터리에 대한 소비자의 반응만큼은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다. 이미 그들 자신도 예감하고 있는 거대한 변화에 시장이 어떻게 반응할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사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변화란 바로 전기차 이행을 포함한 IT화, 그리고 그에 따른 완성차 브랜드의 위상 변화다.

BMW와 아우디까지 이들 독일 3사는 대중적인 프리미엄이라는 이율배반적인 개념을 아슬아슬 유지해 오면서 높은 이윤의 비즈니스를 구가할 수 있었다. 승차감이 어떻고 하차감이 어떻고 뭐라도 있을 것 같은 바로 그 느낌의 가격, 이를 부풀릴 수 있어야 웃돈, 그러니까 프리미엄이 붙는다. 그런데 그 프리미엄은 내연기관 시대엔 유용했지만, 유통기한이 있다.

자동차 시장은 변화가 없는 것 같지만, 지나고 나면 변화투성이다. 한때 미국은 압도적인 자동차 1위 생산국이었고, 호주 또한 무시 못 할 브랜드를 지녔던 나라였다. 볼보와 사브로 유명한 스웨덴도 지금은 중국 기업의 연구소 입지가 돼버리고 말았다. 중국도, 한국도 격변의 주체이자 수혜자였다.

‘중국산’이란 말에는 부정적 함축이 많다. 실제로 중국에서는 배터리가 계속 터지고 있다. 중국 검색 엔진에서 ‘突然起火的电动(돌연기화적전동)’이라고 검색해 보기만 해도 다양한 전동제품이 불붙고 있는 풍경이 나열된다. 올 초 난징의 아파트에서는 전기자전거 충전소에서 불이 타올라 15명이 사망하는 대형 인사사고도 발생했다. 마치 사회가 실험실 같은데, 모두가 동참하는 실험을 거쳐 될 때까지 밀어붙이면 세월과 함께 사회도 변화돼 있다. 지난 7월 중국에서는 처음으로 신차 등록 과반수를 전기차를 포함한 신에너지차가 차지했다. 내수 시장 진작과 자국 기업 부양책의 성과이기도 하다.

우한에서 운영 중인 무인 로보택시는 앱으로 손쉽게 잡아탈 수 있는데, 가격은 일반 택시의 반값이다. 물론 타고 내릴 수 있는 곳이 다소 제한적이라 약간 개인용 버스 같은 느낌도 들지만, 염가와 편리함 덕에 이미 지역 명물이 되고 있다. 택시 운전사의 반발이 없을 리 없지만 이미 결정돼 움직이기 시작한 사회는 일사불란 굴러간다. 과연 중국식이다. 그 방식이 좋은지 아닌지는 알 수 없지만 세계 시장을 그렇게 선도할 수는 없다.

미·중의 첨예한 보호무역주의 속에 중국은 하나의 큰 온실이 돼버렸지만, 앞으로는 어찌 될지 모르는 일이다. 글로벌 밸류 체인(GVC)이 다시 하나가 될 때, 실험을 마친 중국산은 지금까지와 다른 비중의 부품이 될 수도 있다.

중국산 배터리와 손잡은 벤츠도 그러리라 생각했나 보다. 그 결단이 옳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김국현 IT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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