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가 묘사한 일제강점기와 재일교포...'파친코' 시즌2 오늘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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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SBS <편상욱의 뉴스브리핑> 월~금 (14:00~16:00) ■ 진행 : 편상욱 앵커 ■ 대담 : 이주형 SBS 논설위원 -------------------------------------------- ● 이주형의 씨네멘터리 "프랑스 배우 알랭 들롱, 88세로 별세'기념비적 존재'로 남아" "'파친코 시즌2', 한국 근현대사 정교하게 고증보는 재미 있을 것" "'재일 한국인' 편견 다뤄다양한 인물·특유의 색감으로 전개" "'1923 간토대학살', 관동대학살 진실 찾는 일본 시민단체" "타르코프스키 감독 '희생', 29년 만의 4K 리마스터링 재개봉" ※ 자세한 내용은 동영상으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편상욱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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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 내용과 라이브 방송은 100% 일치하지는 않습니다)
Q. 본격적으로 영화 소개하기 전에 뉴스 하나 짚고 넘어가죠. 프랑스 배우 알랭 들롱이 이번 주 타계했어요.
네, 향년 88세로 뇌졸중을 앓다가 자택에서 세상을 떠났습니다. 지금은 장 안쓰는 비유지만 예전에는 잘 생긴 배우의 대명사였죠. 미남을 보면 ‘아랑 드롱’같이 생겼다고 할 정도였습니다.
지금 나가고 있는 영상은 르네 클레망 감독의 1960년도 영화 “태양은 가득히”인데요, 이 영화로 리플리역을 맡은 알랭 들롱은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리게 됩니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정말 잘 생겼죠. 이 영화는 지난 2000년 맷 데이먼 주연의 “리플리”라는 제목의 영화로 리메이크되기도 했습니다.
가출과 퇴학 등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낸 알랭 들롱은 내고 젊은 시절에도 닥치는대로 이 직업 저 직업을 전전했는데요, 일단 배우가 된 이후에는 평생 90여편의 영화를 찍었고, 대부분은 주연으로 출연했습니다. 2019년 칸 영화제는 알랭 들롱에게 명예황금종려상을 수여했습니다.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스의 기념비적인 존재”라는 말로 그를 추모했는데요, 이 뉴스를 들으시는 시청자분 중에서도 또 한 시대가 가는구나 하고 느끼실 분들도 많으실 겁니다.
Q. 네 그러면 본격적으로 영화 이야기해보죠. 오늘 첫 번째로 소개해주실 영화는 뭔가요?
이 코너에서는 처음인데요,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제작하고 배포하는 드라마 시리즈를 소개해 드릴까 합니다. 지난 주에 광복절이 있었는데, 마침 우리 근현대사와 아주 깊은 관련이 있는 할리우드 드라마입니다. 아주 깊은 관련 정도가 아니라 이 드라마가 바로 우리 근현대사 자체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편 앵커도 아실텐데 세계적인 호평을 받았던 “파친코”라는 드라마인데요, 이 드라마의 두 번째 시즌이 오늘부터 시작됩니다.
Q. “파친코”라면 윤여정 씨가 아카데미에서 여우조연상을 받은 이후 공개돼서 더 잘 알려졌죠?
맞습니다. 그런데 실은 윤여정씨가 “미나리”로 아카데미상을 받기 전에 이미 “파친코”에 캐스팅이 돼서 촬영을 하고 있던 상황이었습니다. 2년 전 스트리밍됐던 시즌1은 총 8부작으로 크리틱스 초이스 최우수 외국어 시리즈상을 받는 등 할리우드에서도 큰 호평을 받은 바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당시에 “파친코” 시즌1을 보면서 “아니, 어떻게 한국이 아닌 할리우드에서 저렇게까지 공을 들여서 일제강점기의 한국-구체적으로는 부산 영도인데요-을 사실적으로 재현할 수가 있나”하고 놀랐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미술이랄지, 의상이랄지, 사투리의 구사랄지 이런 부분이 할리우드에서 어설프게 재현했다는 느낌없이 상당히 정교하게 고증이 돼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Q. 원래 “파친코”는 유명한 원작 소설이 있죠? 어릴 때 미국으로 이민 간 이민진 작가의 작품으로 알고 있는데, 그 소설을 드라마로 만든 거죠?
그렇습니다. 2017년에 출간돼 미국에서 베스트셀러에 오른 이 책은 워낙 유명한 소설입니다. 2017년에 뉴욕타임즈와 BBC 등 유수의 언론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됐고요, 미국 최고 권위의 문학상인 전미 도서상 최종 후보에도 오른 바 있습니다. 2019년에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자신의 페북에 이 책을 추천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한국에서도 지난 2022년에 드라마가 공개되면서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던 적이 있습니다.
또 지난 달에는 뉴욕타임즈가 503명의 전문가들로부터 설문을 받아서 ‘21세기 100대 소설’을 발표했는데요, “파친코”가 15위에 올랐습니다.
Q. 책과 드라마가 모두 화제가 된 이 작품, 아까 광복절 얘기를 하셨는데 어떤 내용입니까?
먼저 이 소설의 첫 문장을 들려드리고 싶습니다.
“역사는 우리를 저버렸지만, 그래도 상관없다.” (History has failed us, but no matter)
이민진 작가는 바로 이 첫 문장이 이 작품의 주제문이라고 했는데요, “파친코”는 1910년대 부산 영도의 한 어촌 마을을 시작으로 1940년대 일본 오사카, 1980년대 후반 도쿄에 이르기까지 온갖 차별과 멸시 속에서도 먹고 살기 위해 발버둥쳤던 어느 이민자 가족의 4대에 걸친 삶의 투쟁을 그리고 있습니다.
때는 일제강점기입니다. 부산 영도의 한 하숙집 외동딸인 선자는 비록 가난하지만 부모님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라납니다. 그런데 어느 날 어시장에서 눈이 맞은 실력자 한수의 아이를 배게 되죠. 그런데 일본 야쿠자의 사위였던 한수는 유부남이었습니다. 선자는 결국 자신의 하숙집에 묵으로 온 목사 이삭과 결혼해서 일본 오사카로 건너갑니다. 여기까지가 시즌 1의 이야기이고, 시즌2는 선자가 일본으로 건너간 이후의 이야기를 중점적으로 다룹니다.
일제강점기에 한국에서도 살기 힘들었는데, 일본은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았죠. 선자가 온갖 차별을 감내하면서 시장에서 리어카를 끌고 음식 장사를 하면서 아들 둘을 낳아 키우고 그 아들이 낳은 아들이 미국에서 공부하고 돌아와 일본 사회에서 출세를 해보려고 하지만 자이니치, 즉 재일 한국인에 대한 뿌리 깊은 편견과 차별을 겪는 이야기가 시즌2에서 본격적으로 펼쳐집니다.
무려 80년 세월에 걸친 이야기라 젊은 선자를 김민하가 연기하고요 노인이 된 선자를 윤여정이 연기합니다. 드라마는 줄거리를 딱 잘라 말하기가 어려운 게, 책과 달리 시간 순으로 전개되는 것이 아니라 과거와 현재를 계속 오가며 이야기가 전개되기 때문에 시즌1에서부터 선자의 손자인 솔로몬의 이야기도 함께 펼쳐집니다.
Q. 그런데 왜 이 드라마의 제목이 “파친코”인가요?
시즌1에서 에미상 메인 타이틀상 후보에 올랐을 정도로 주목을 받았던 오프닝 타이틀의 배경이 바로 파친코장인데요, 극중에서 선자의 아들인 모자수가 파친코장을 차려서 성공을 한 인물입니다. 과거에는 재일 조선인, 재일 한국인들이 일본 사회에서 취업이 안돼서 할 수 있는 일과 직업이 매우 제한적이었다고 하는데요, 그 중 하나가 바로 파친코장을 차리거나 거기서 일하는 거였습니다.
이민진 작가는 도박을 하면 대부분 잃게 되는 것처럼 재일 한국인들이 거의 질 수 밖에 없는, 매우 불공정한 인생 게임을 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파친코라는 제목을 붙였다고 말했습니다.
Q. 이 드라마는 한국 드라마가 아니라 애플이 만든 할리우드 TV시리즈로 글로벌 플랫폼에서 스트리밍이 됐는데, “파친코” 시즌1이 스트리밍됐을 때 일본 내 우익들의 반발도 있었다죠?
“파친코”에는 아주 구체적으로 묘사되지는 않지만 일제 강점기에 일본이 행했던 악행들, 예를 들면 쌀 수탈, 강제 징용, 일본군 위안부 같은 사례들이 드라마적으로 열거됩니다. 또 선자네 가족으로 대표되는 재일 조선인과 한국인들이 이런 일제의 만행에 어떻게 피해를 당했는지 그려집니다. 당연하지만 이 작품은 선자의 시선에서 그려지는 것이니까요.
그리고 1923년 관동대지진 당시의 조선인 학살 사건도 시즌1에서 묘사하고 있습니다.
Q. 시즌1은 호평을 받았는데, 시즌2도 볼만 할까요?
3개국, 4대에 걸친 이야기, 3개 국어로 제작된 이야기는 여전합니다. 시즌1보다는 좀 더 현대로 왔기 때문에 세트, 의상 등도 프로덕션 전반이 더 다채로워졌습니다. 등장 인물도 시즌1 때보다 더 많아졌고, 시즌1이 선자의 러브 스토리가 중심이었다면 시즌2에서는 유장한 역사의 흐름 속에서 다양한 인물들의 러브 스토리도 함께 전개됩니다.디지털로 촬영됐지만 마치 필름으로 찍은 것 같은 “파친코” 특유의 차별화된 색감과 톤 또한 시즌1에서 이어집니다. 하지만 시즌2에서도 책의 이야기를 완전하게 끝내지는 않았습니다.
Q. 다음 영화로 가시죠. “1923 간토대학살” 이 영화는 아예 관동대학살을 본격적으로 다룬 영화인 모양이군요.
네. ‘“1923 간토대학살”은 다큐멘터리 영화입니다. 지난해가 바로 관동대학살 100주년이었습니다. 지난해 독립기념관이 관동대학살 100주년을 맞아 기획한 전시가 석연찮은 이유로 개막 한달 전에 돌연 취소됐다는 최근 한 언론의 보도도 있었는데요, 이 영화는 거의 2시간에 걸쳐서 학살 당시의 생생한 사진을 비롯한 다양한 자료와 일본의 양심적인 학자와 시민 단체 회원, 전직 총리의 목소리 등을 통해서 관동대학살을 자세하게 들여다 봅니다.
Q. 일본은 아직 관동대학살의 정확한 희생자수와 사건의 전말에 대해 제대로 밝히지 않고 있죠?
네, 그것이 바로 이 영화가 중요하게 지적하는 포인트입니다. 영화에 나오지만 아베 전 총리를 비롯한 일본의 역대 내각은 일본 의회에서 일부 양심적인 의원들이 관동대지진 때 조선인 대량 학살에 대해 물으면 항상 “정부는 그것에 대해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자료가 없다”는 말로 일관합니다.
하지만 영화를 보면 중요한 일본 정부의 문서들은 핵심 대목이 삭제됐거나 그 대목만 누락돼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현재 일본 정부가 인정하고 있는 조선인 희생자수는 겨우 233명인데요, 대한민국 임시 정부 등이 파악한 다양한 자료와 추산에 따르면 실제 희생자 수는 6천 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최근에 ‘중요한 것은 일본의 마음’이라는 국가안보실 차장의 발언을 둘러싸고 비판이 일었는데요, 이 영화를 보고 나면 사과의 진정성은커녕 일본 정부는 자신들이 행한 범죄에 대한 정확한 사실 확인과 인식 조차 제대로 돼있지 않구나 하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일본의 마음이 아니라 역사적 사실에 대한 정확한 조사와 인정이 먼저입니다. 일단 가해자가 가해 사실을 정확히 밝히고 인정하는 바탕 위에서 사과나 반성도 있을 수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이 영화의 뼈대를 이루는 것 중 하나는 카메라가 관동대학살로 희생된 재일 조선인 추모 단체인 봉선화회의 활동을 따라가는 건데요, 이름은 봉선화회지만 일본인들로 구성된 시민 단체입니다. 일본 정부가 아닌 일본 시민들의 관동대학살의 진실을 밝히기 위한 노력도 눈길을 끕니다.
Q. 마지막으로 ‘전설의 예술 영화’ 한 편이 이번 주에 재개봉을 했다면서요.
러시아의 영상 시인으로 불리는 안드레이 타르콥스키의 “희생”이라는 영화입니다. 1986년 칸 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받았구요, 한국에서는 10년 뒤인 1995년에 개봉을 해서 3만에서 10만에 이르는 관객이 들었다고 해서 세계적으로 화제가 됐던 영화입니다. 이번에 4K 리마스터링해서 재개봉했는데, 개봉일 전에 독립예술영화 예매율 1위를 기록했습니다.
Q. 그런데 지금 말씀하신 정도 관객 수로 세계적인 화제가 될 정도였나요?
왜냐하면 이 영화가 그만큼 지루한 영화이기 때문입니다. 지루하고 난해한데 전세계 평론가들의 찬사를 받는 작품, 그래서 이 영화는 전설이 됐습니다.
이 영화가 한국에서 처음 개봉했던 1990년대는 한국에서 대중 문화 또는 예술로서의 영화 문화가 대학가를 중심으로 폭발적인 성장을 하던 시기였습니다. 따라서 뒤늦게 주목받은 외국의 명작들이 비디오나 시네마테크 등에서 많이 상영이 됐는데요, 이 영화 “희생”은 필견의 영화였습니다.
줄거리는 단순합니다. 늦둥이 아들과 함께 시골 마을에 사는 한 언론인 출신 노인의 생일날 아내와 친구가 찾아오는데 3차 세계대전이 터지고, 종말의 위기 앞에서 노인은 신 앞에 기도하고 집을 불태운다는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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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SBS <편상욱의 뉴스브리핑> 월~금 (14:00~16:00)
■ 진행 : 편상욱 앵커
■ 대담 : 이주형 SBS 논설위원
(SBS 디지털뉴스편집부)
이주형 논설위원 joolee@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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