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경찰청장 “중요 사건은 지방청장이 국수본부장에 직접 보고”… ‘세관 마약’ 청문회 직후 지시
조지호 경찰청장이 국회의 ‘세관 마약 수사 외압 의혹’ 청문회 다음 날 경찰청 회의에서 “앞으로 중요 사건은 시·도경찰청장이 국가수사본부장에게 직접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취임하자마자 수사 외압 의혹에 직면한 조 청장이 수사 지휘 체계를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해석된다.
23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조 청장은 지난 21일 오후 열린 핵심정책과제 보고회에서 전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청문회를 거론하며 이같이 밝혔다. 조 청장도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조 청장은 “국수본부장이 수사에 대해선 시·도청장을 지휘할 수 있으니 중요 사건은 시도청장이 직접 국수본부장에게 보고하면 된다”고 발언했다. 수사 지휘와 보고의 급을 높이라는 취지다. 다만 서울과 부산은 시경청장이 국수본부장과 같은 계급(치안정감)인 점을 감안해 시경청장 아래 수사부장 등 지휘부가 국수본부장에게 보고하는 방향을 검토하도록 했다.
조 청장의 지시에는 세관 마약 수사 외압 의혹으로 청문회를 치르면서 생긴 문제의식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국내로 잠입한 말레이시아 필로폰 밀수 조직을 포착한 서울 영등포경찰서가 이 사건에 세관원이 개입했다는 의혹을 수사하면서 외압을 받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영등포서에서 해당 사건 수사를 맡았던 백해룡 경정(현 강서경찰서 화곡지구대장)은 지난달 열린 조 청장 인사청문회와 지난 20일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청문회에 잇따라 출석해 당시 영등포서장이던 김찬수 총경(현 대통령비서실 행정관)이 언론 브리핑을 앞두고 전화를 걸어 “용산(대통령실)에서 심각하게 보고 있다”며 브리핑 연기를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역시 청문회에 출석한 김 총경은 자신이 ‘용산’을 언급했다는 백 경정의 주장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세관원 개입 의혹에 대한 증거가 불충분하고, 압수수색이 예정돼 있으므로 수사 상황이 일반에 알려지면 증거인멸 우려가 있었기 때문에 언론 브리핑 연기를 지시했다는 것이다. 김 총경은 브리핑 내용이 국수본에 제대로 보고되지 않은 상태였다는 점도 근거로 들었다.
조 청장은 ‘용산’ 개입설은 백 경정의 주장 외에 다른 증거가 없고, 언론 브리핑에 대한 지시를 ‘외압’으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사건 초기부터 국수본이 수사를 제대로 지휘했어야 했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수본부장이 중요 사건을 철저히 챙기라는 지시는 2021년 국수본 출범 이후 수사 지휘 체계를 점검하려는 의도도 담겨 있다. 한 광역시 경찰청 수사 담당 간부는 “과거 국수본 출범 전에는 경찰청장에게 지방청장이 중요 사건을 직접 보고하는 것이 당연했다”며 “국수본 출범 이후 경찰청장이 수사 사무를 개별적으로 지휘할 수 없게 되면서 국수본에 대한 일선 수사 담당자들의 보고나 지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경향이 없지 않다”고 했다.
경찰청 한 관계자는 “(조 청장이 발언은) 주로 일선 수사기관에 지휘 체계를 확립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며 “지시 사항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전파하고 알릴지는 검토 단계”라고 했다.
우종수 국수본부장도 “아직 구체적으로 확정된 사안은 아니다”라며 “구체화되면 언론에 알릴 것”이라고 답했다.
전현진 기자 jjin2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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