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야수가 그걸 살려주면” 뿔난 김태형의 공개 질타, 시련의 ‘마황’은 업데이트 가능할까

▲ 21일 7회 송구에서 아쉬움을 남기고 곧바로 교체된 황성빈,. 김태형 롯데 감독은 집중력의 문제라고 쓴소리했다. ⓒ곽혜미 기자

▲ 황성빈은 리그 최정상급의 주력과 쏠쏠한 타격으로 올해 팀에 공헌하고 있지만 수비에서는 아직 발전해야 할 여지가 더 남아있다.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롯데는 21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와 경기에서 다 잡은 경기를 수비로 놓쳤다. 6회까지는 5-4로 앞서 있었지만 7회와 8회 각각 수비 실책이 빌미가 되며 결국 5-6으로 역전패했다. 한 경기 승리가 소중한 상황에서 땅을 칠 만한 경기였다.

7회 선두 최원준의 2루 땅볼 때 2루수 고승민이 이를 포구하지 못하며 불안하게 이닝이 시작됐다. 김태형 롯데 감독은 “어이가 없었다”는 허탈한 웃음으로 이 실책을 바라봤다. 실수가 이해되는 플레이가 있고, 그렇지 않은 플레이가 있는데 이는 전형적인 후자였다는 것이다.

이어 김도영의 좌전 안타로 무사 1,2루가 이어졌다. 그리고 소크라테스의 중견수 뜬공 때 2루 주자 최원준이 스타트를 끊어 3루에 먼저 들어갔다. 중견수 황성빈의 송구 강도가 약했다. 커트맨을 거치지 않고 3루에 와야 하는 거리였다. 그런데 2루 주자 최원준이 3루로 들어갔고, 공이 3루로 가는 사이 1루 주자 김도영까지 2루로 들어갔다. 안타 하나면 역전이 될 수 있는 상황으로 이어진 것이다.

이는 실책으로 기록되지는 않았지만 고승민의 실책보다 더 큰 쓴소리를 들어야 했다. 김태형 감독은 22일 경기를 앞두고 “중계플레이가 문제가 아니라 어떤 외야수가 그걸 3루에 살려주나”라고 아쉬워했다.

황성빈은 빠른 발로 넓은 수비 범위를 가지고는 있지만 어깨가 강한 편은 아니다. 그래도 타구는 깊숙하지 않았다. 게다가 우중간이 아닌 좌중간이었다. 황성빈이 3루에 송구하기 편한 상황이었다. 최원준의 스타트를 생각하지 않은 것도 아닌 듯했다. 바로 3루에 던졌다. 하지만 송구는 강도도, 정확도도 모두 떨어졌다. 김태형 감독은 집중력이 떨어진다고 이야기했다.

김 감독은 황성빈의 수비에서 자잘한 미스들이 많이 나온다고 본다. 김 감독은 “항상 그렇다. 그래서 나는 그 선수의 수비에 대해서는 평가를 낮게 하고 있다”면서 “발은 빠르다. 타석에서나 도루할 때 자기가 필요한 집중력은 굉장히 뛰어난데 외야에서 그런 플레이들이 굉장히 자주 나온다”고 질타했다. 김 감독은 그 플레이 이후 곧바로 장두성을 중견수 자리에 넣으며 문책성 교체를 단행했다.

김 감독은 평소 선수들을 평가할 때 칭찬도 많이 하지만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는 감독이다. 하지만 이번 비판은 조금 더 안타까움과 질책이 더 묻어나 있었다. 스스로 송구가 좋지 않다고 하면 조금 더 빨리 낙구 지점에 가 더 강하게 던질 수 있는 자세로 포구해야 한다. 그런데 수비 집중력이 부족하니 이것이 한 박자 늦고, 결국 21일과 같은 플레이가 나온다는 것이다.

▲ 수비 집중력을 조금 더 끌어올린다면 황성빈은 더 좋은 수비수가 될 수 있다는 게 김태형 감독의 아쉬움과 기대감이다. ⓒ롯데 자이언츠

황성빈은 올해 롯데의 히트 상품이다. 그간 발만 빠른 선수라는 이미지가 있었지만 올해는 공격에서도 공헌하고 있다. 시즌 96경기에 나가 타율 0.321, 4홈런, 24타점, 41도루를 기록했다. 출루율과 장타율의 합인 OPS는 0.818로 개인 최고치다. 홈런이 많은 건 아니지만 2루타와 3루타를 만들어내는 능력이 좋다. 그러나 그와 별개로 수비에서는 더 발전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평가다. 화려한 슬라이딩 캐치를 보여주기도 하지만 조금 더 타구 판단이 빠르다면 더 안전하게 잡을 수 있는 타구들이 제법 있었다.

공격과 주루에서 공헌하고 있지만 수비가 불안하고 수비 집중력이 떨어지면 결국 대형 사고를 칠 가능성이 커진다. 공격과 주루에서 번 점수를 수비에서 다 까먹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황성빈의 팀 내 가치가 가장 극대화되는 건 강타자들이 위치하는 코너 외야수가 아닌 중견수다. 수비력도 뒷받침이 되어야 주전 중견수가 될 수 있다. 자꾸 약점을 보이면 21일처럼 주자들이 더 자신감을 가지고 주루 플레이를 할 수밖에 없다. 발로 한 베이스를 더 가는데, 수비로 한 베이스를 더 주면 그건 이득이 아니다.

김태형 감독은 황성빈에 대해 지금껏 좋은 점은 칭찬하고, 또 잘못된 점은 애정 어린 쓴소리를 해왔다. 너무 나가는 데 집중하는 타격, 주루 플레이에서의 상대 자극 등은 김 감독이 고쳐야 한다고 말했고 황성빈은 실제 고치면서 올 시즌 급성장을 이어 갔다. 수비에서의 이야기도 잘 받아들이고 개선하려고 노력한다면 충분히 더 성장이 가능하다. ‘마황’의 엔진 출력은 누구나 인정한다. 그 출력을 현명하게 최대한 뽑아 쓰는 일이 남았다. 김 감독이 공개 질타를 통해 바라는 것도 그것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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