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스텔, 총알, 아름다운 손가락들'…지갤러리, 황수연 개인전

김일창 기자 2024. 8. 23.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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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대 대표적인 조각가 황수연이 9월 21일까지 서울 강남구 지갤러리에서 개인전 '파스텔, 총알, 아름다운 손가락들'을 연다.

황수연은 종이와 포일, 모래 등과 같은 재료를 오래도록 탐구함으로써 재료의 특성이 자연스럽게 드러나고 동시에 시간의 흐름이 돋보이는 조각을 만든다.

그 종이를 다시 주방 도구, 살림 도구, 의료용 메스, 조각용 손 도구, 필기구 등 주변에서 흔히 사용되는 날카로운 도구의 형상을 따라 가공해 개별의 종이 조각을 만들고 켜켜이 단단하게 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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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대 대표적인 조각가…9월 21일까지
황수연 개인전 전시 전경. 지갤러리 제공.

(서울=뉴스1) 김일창 기자 = 동시대 대표적인 조각가 황수연이 9월 21일까지 서울 강남구 지갤러리에서 개인전 '파스텔, 총알, 아름다운 손가락들'을 연다.

황수연은 종이와 포일, 모래 등과 같은 재료를 오래도록 탐구함으로써 재료의 특성이 자연스럽게 드러나고 동시에 시간의 흐름이 돋보이는 조각을 만든다.

그는 작업을 볼 때 생물학적 관점을 가지는데, 이는 작업을 자신과 동등한 존재로 바라보며 그 연약함을 연구하고, 이해하고, 또 받아들이는 태도이다.

황수연은 종이 위에 셀 수 없이 많은 선을 긋거나 포일을 몇 번이고 두드려 재료의 변화를 목격하고, 재료의 상태가 이끄는 곳에서 행위를 멈춘다.

패턴지를 사용해 도면을 제작하고 이를 합쳐 조각으로 세울 때도 종이의 물성을 거스르지 않으며 마무리한다. 관람자는 이를 통해 작업의 인격을 존중하고 또 드러내고자 하는 그의 태도를 엿볼 수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전시장에 집을 짓고, 그 안에 '작고 날카로운'이 잠시 거처하게 만들어 전시 공간을 외부로 도치시킨다. 이를 통해 작업 뒷면이 간직하는 간절한 기원과 비밀스럽고 치밀한 시간을 드러낸다.

황수연은 온오프라인을 망라하고 세상 곳곳에서 멈추지 않고 일어나는 약자를 향한 잔인하고도 공포스러운 사건들을 보고 들으며, 종이가 거의 구멍 나거나 찢어지기 직전까지 파괴하듯 검게 흑연을 칠했다.

그 종이를 다시 주방 도구, 살림 도구, 의료용 메스, 조각용 손 도구, 필기구 등 주변에서 흔히 사용되는 날카로운 도구의 형상을 따라 가공해 개별의 종이 조각을 만들고 켜켜이 단단하게 쌓았다.

이 과정을 통해 '작가 날카로운'에는 끊임없이 들려오는 연약한 존재들의 피해와 희생에 대한 추모, 두려움과 분노가 응축되어 담겼다.

벽, 문, 지붕, 바닥, 어느 한 곳도 온전하지 못한 집의 주변에는 정체 모를 대형 조각이 모호하지만 무시해 버릴 수 없는 힘을 발산하며 우두커니 서 있다.

세탁용 세제 손잡이 부분과 드릴 날이 과격하게 왜곡, 변형되고 확대된 이 조각은 나를 지켜주고 구출해 줄 것인지, 위협하고 해칠 것인지 파악할 수 없는 형체로 유령이거나 그림자처럼 주변을 배회하듯 존재한다.

'파스텔, 총알, 아름다운 손가락들'은 모호하고 허술하며 불완전한 정체들이 모여 잠시나마 개별의 고유한 섬세함과 연약함을 보존하고, 어딘가로 향하는 움직임을 멈추지 않으려는 시도의 광경이다.

황수연 개인전 전시 전경. 지갤러리 제공.

ic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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