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의 대한민국 개조론… “전국 4대 초광역권으로 재편” [오늘, 특별시]
오세훈 서울시장이 23일 전국을 수도권, 충청권, 영남권, 호남권의 4대 초광역권으로 재편하는 내용 등을 담은 ‘지방거점 대한민국 개조론’을 제언했다. 여권의 대선 잠룡으로 꼽히는 오 시장이 서울을 넘어 국가 차원의 발전전략을 공개적으로 발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늘 시선이 (국내가 아닌) 밖으로만 있었다”며 “서울시가 도시경쟁력에서 순위가 7위에서 5위로 오를 수 있도록 노력했지만, 지난달 23일 (국민의힘) 전당대회날 박 시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면서 ‘지방이 이대로 고사하는 것은 물론이고 대한민국이 다음 단계로 발전하는 것이 가능하지 않겠구나’라는 깨달음을 얻었다”고 운을 뗐다. 지난 프랑스·중국 출장 때 읽은 책 ‘부자 미국 가난한 유럽’을 통해서도 정책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전했다. 미국의 주요 주(州)들이 유럽 국가보다 경제 규모가 더 큰 배경을 다룬 책이다.
오 시장은 “(미국) 캘리포니아의 국내총생산(GDP)은 영국이나 프랑스보다도 높다”며 “각 주가 재량껏 전략을 펼 때 강국을 제치고 경제적으로 훨씬 더 부강해질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중앙과 지방의 동행을 위해 대한민국을 수도권, 영남권, 호남권, 충청권 강소국처럼 초강력 지방자치단체가 탄생할 수 있는 바탕이 마련돼야 한다”며 “‘4개 강소국 프로젝트’를 통해 국민소득 10만 달러를 열어가자”고 강조했다.
한국 정치의 개혁 방안으로 오 시장은 ‘원내 정당화’를 내세웠다. 그는 2004년 자신이 주도한 일명 ‘오세훈법(정치자금법·정당법·공직선거법 개정안)’이 원내 정당으로 가는 발판이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일극화·사유화된 정당은 민주 정당으로서의 기능을 할 수 없다”며 “지금은 개헌보다 국회와 정당의 정상화가 시급한 과제”라고 역설했다. 오 시장은 한때 정치권에서 일었던 지구당 부활 논란에 대해선 “역사를 거스르는 퇴행적인 합의”라며 다시 한 번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오 시장은 한국의 외교안보 대응 전략으로는 ‘전략적 유연성’을 강조했다. 그는 “취약해진 동아시아 지역의 불안정한 안보 환경에서는 전략적 모호성과 전략적 명확성 단계를 넘어선 전략적 유연성이 해법”이라며 “이를 통해 국가의 지속적 번영과 이익을 지켜내야 한다”고 설명했다. 오 시장은 아울러 “수정주의 국가진영의 도전에 맞서기 위해선 자유주의 국가진영 간 미래지향적이고 전향적 연대를 강화해야 하고, 이를 위한 국민의 지지가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북핵 대응과 관련해 오 시장은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데 안 만드는 것과 못 만드는 것은 엄연한 차이”라며 “미국의 핵우산 속에서만 해법을 찾는 것은 중간적인 해결책에 불과하고, 핵무장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일본 수준의 핵잠재력을 갖춰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남북 통일에 대해서는 “주변국의 동의와 지지, 충분한 경제력, 개혁 개방과 동질화, 견고한 신뢰, 통일에 대한 열망이 전제될 때 가능하다”며 “남북 경제공동체 마스터플랜으로 통일기반을 단계적으로 조성해야 한다”고 했다.
박 부산시장은 이날 모두발언에서 “대한민국의 국가 경영 패러다임을 발전국가에서 모든 시스템을 진화시키자는 취지의 ‘공진국가’로 전환해야 한다”며 “적자생존을 넘어 함께 진화하고, 수평적 분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권력은 소통적인 의사결정을 하고, 보편적 가치와 실용주의의 조화를 꾀하는 외교가 필요하다”고도 했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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