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간호사' 업무범위 의견차…간호법, 8월 통과 '불발' 이유가?

김규빈 기자 2024. 8. 23.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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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복지위 1소위 열렸으나 '계속심사'…"의료현장 혼란" 우려
의협 "의사 고유 업무 침해"…간협 "보호장치 필요"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가 열리고 있다. 2024.8.22/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간호법이 진료지원(PA) 간호사 업무 범위를 둘러싼 견해 차로 법안 심사의 첫 문턱을 넘지 못했다. 당초 여야는 이달 말 합의를 위해 노력한다고 입장을 밝혔으나, 의료계 이해당사자들의 갈등까지 겹쳐 법안 처리 시기는 더욱 불투명해질 전망이다.

23일 의료계에 따르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전날(22일)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간호법을 심사했으나 '계속심사' 하기로 결정했다.

앞서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원내 수석 부대표가 오는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간호법 등 쟁점 없는 민생법안을 신속히 통과시키기로 합의하면서 이달 말 간호법이 국회를 통과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왔다.

현재 발의된 간호법은 여당에서는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안, 야당에서는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수진 민주당 의원,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 등이 대표 발의한 법안 등이 있다.

의대 증원으로 전공의 이탈이 가속화되면서 정부는 의료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PA 간호사 합법화 등이 담긴 간호법 제정을 추진했다. 현재 PA간호사는 전국에 1만명 정도 활동하고 있다. 여당 안은 간호사가 의사의 지도·위임 하에 '검사·진단·치료·투약·처치' 등의 업무를 할 수 있다고 명시하는 등 PA 간호사의 업무를 구체화했다.

반면 야당 의원들이 발의한 간호법은 간호사의 업무를 현행 의료법과 동일하게 규정하되 의료기사 등의 업무는 제외했다. PA 간호사가 의사 지도 하에 시행하는 진료보조 업무 범위의 한계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위임했다.

전날 열린 소위에서 여야 모두 의료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PA간호사를 합법화해야 한다는 데는 일치된 의견을 보였다.

하지만 PA간호사가 별도의 조문으로 구성된 것과 관련해 별도의 자격, 수가, 수당을 부여하는 것이 아님에도 규정할 필요가 있는지를 두고서는 이견을 보였다. 또 별도의 조문으로 구성될 경우 의사도 아니고 간호사도 아닌 직역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PA간호사 규정이 의료 현장에 혼란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구체적으로 정부는 전공의들이 해왔던 동맥혈채취, 채혈 등 의료행위를 간호사들에게 한시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전공의 이탈에 따른 공백을 채우기 위해 지난 3월부터 시행된 '간호사 업무 관련 시범사업 보완 지침'을 시행해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만일 PA간호사 규정이 생기면 동맥혈채취, 채혈 등 업무를 의사에게 도로 맡길지, PA간호사만 전담할 지 등을 두고 혼선이 생긴다는 것이다.

탁영란 대한간호협회장이 20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간호협회에서 열린 의사 집단행동에 따른 의료현장 문제 간호사 법적 위협 2차 긴급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4.8.20/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간호조무사 국가시험 응시자격을 두고도 이견을 보였다. 야당은 특성화고등학교와 학원 뿐 아니라 전문대 출신도 간호조무사 시험에 응시할 수 있도록 기존보다 학력제한을 완화했다. 여당은 간호조무사 학력조건 완화는 교육계에서 반대한다며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법안 명칭 또한 여당 안은 '간호사 등에 관한 법안', 야당안은 '간호법'이라는 점도 차이가 있다.

간호법을 둘러싼 의사와 간호사의 갈등은 연일 커지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국회가 간호법 재추진을 중단하지 않으면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정권 퇴진 운동도 불사하겠다며 반발하고 있다. 의협은 전공의 공백을 PA간호사를 통해 해소하기 위해 정부가 간호법을 재추진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의협은 "의사의 고유 업무를 침해함으로써 불법 무면허 의료 행위를 종용하는 것과 동시에 의료인 간의 업무 범위를 구분하는 의료법 체계를 훼손할 수 있다"며 "혈액검사, 검체채취, 초음파 등 업무를 허용하는 PA업무에 대한 규정을 통해 간호 직역의 업무를 확장하면 임상병리사, 응급구조사 등 보건의료 직역과의 업무 중복을 초래해 분쟁을 조장하고, 국민 건강에 심각한 위해를 가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반해 대한간호협회(간협)는 전공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시행 중인 '간호사 업무 관련 시범사업'은 의료 현장의 상황이나 환자의 안전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미흡하다고 주장한다. 또 PA간호사의 업무범위가 법으로 규정되면, PA간호사가 의사의 지도나 위임 하에 합법적으로 진료 지원 업무를 수행할 수 있게되는 것이라고 반박한다.

간협은 "그간 간호사의 업무범위는 법 해석에 따라 합법과 불법을 오갔다"면서 "간호법 제정을 통해 간호사에 대한 법 보호 체계를 구체화하고 간호사의 처우를 개선할 수 있으며, 전문성을 바탕으로 간호 서비스의 질 향상과 국민건강 증진 등에 이바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rn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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