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 한국계 민족학교가 만들어낸 ‘기적’···교토국제고, 연장 혈투 끝에 간토다이이치고에 2-1 신승, 창단 25년 만에 첫 ‘고시엔 우승’
재일 한국계 민족학교인 교토국제고가 ‘여름 고시엔’으로 불리는 일본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에서 처음으로 우승하는 기적을 달성했다.
교토국제고는 23일 효고현 니시노미야시 소재 한신고시엔구장에서 열린 제106회 여름 고시엔 본선 결승전에서 도쿄도 대표 간토다이이치고에 연장 접전 끝에 2-1로 승리했다. 교토국제고는 한신고시엔구장 건설 100주년에 열린 여름 고시엔 우승팀이자 교토부 대표로는 68년 만에 정상에 오른 팀으로도 기록됐다.
1회부터 ‘0’의 행진이 이어지며 팽팽한 투수전 양상으로 흘러간 경기는 결국 0-0으로 연장에 접어들었다. 무사 1·2루에서 시작하는 연장 승부치기에서 먼저 공격한 교토국제고는 안타와 볼넷, 외야 플라이 등을 묶어 2점을 뽑았다. 이어 10회 말 구원 등판한 니시무라 잇키가 간토다이이치고에 1점만 내주며 승리를 확정했다.
이날 경기에서도 교토국제고 선수들이 승리 직후 “동해 바다 건너서 야마도(大和·야마토) 땅은 거룩한 우리 조상 옛적 꿈자리”로 시작되는 한국어 교가를 부르는 모습이 공영방송 NHK를 통해 일본 전국에 생중계됐다.
고마키 노리쓰구 교토국제고 감독은 우승 후 인터뷰에서 “대단한 선수들에게 감탄했다”면서 “전원이 강한 마음을 갖고 공격한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교토국제고는 이번 대회 본선 1차전에서 7-3으로 승리한 뒤 2차전부터 8강전까지 세 경기 연속 4-0으로 이겼다. 특히 지난 21일 펼쳐진 준결승전에서는 아오모리야마다고교를 상대로 2점을 내준 뒤 3점을 뽑아 짜릿한 역전승을 거둬 결승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고시엔은 일본 고교 야구선수들이 본선에 진출하는 것만도 어려워 ‘꿈의 무대’로 불린다. 올해는 일본의 3715개 학교(3441개 팀)가 참가했으나 49개 학교만 본선에 올랐다.
1999년 야구부를 창단한 교토국제고가 여름 고시엔 정상에 선 것은 기적으로 평가된다. 학교 규모가 작은데다가 야구부 역사도 20여 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교토국제고는 앞서 2021년 처음 여름 고시엔 본선에 진출해 4강에 올랐으나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2022년 여름 고시엔에도 본선에 나갔으나 1차전에서 석패했고, 지난해는 본선에 진출하지 못했다.
교토국제학원이 운영하는 교토국제고는 중·고교생을 모두 합해 학생 수가 160명가량인 소규모 한국계 학교다. 재적 학생의 65%가 일본인이고 한국계는 30%가량이다.
교토국제고는 재일교포들이 민족 교육을 위해 자발적으로 돈을 모아 1947년 설립한 교토조선중학교가 전신이다. 1958년 한국 정부의 인가를 받았고 2003년 일본 정부의 정식 학교 인가를 받아 현재의 교토국제고로 이름을 바꿨다. 학생 모집을 위해 야구부를 창단해 1999년 일본 고교야구연맹에 가입했으며 고교생 138명 중 야구부 소속이 61명이다.
일본프로야구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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