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 전까지 고대생’ 수원 김지호 “제 피는 ‘파란색’인데요?”

이준희 2024. 8. 23.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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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경기 4골을 터뜨리며 수원의 핵심 공격 자원으로 떠오른 김지호.


2부리그 11경기 무패행진을 달리며 어느 덧 리그 3위까지 치고 올라온 수원은 이번 여름 이적시장을 통해 완전히 달리진 팀으로 탈바꿈했다.

변성환 감독은 이번 여름 이적 시장에서 20대 초반 '젊은 피'들을 긴급 수혈하며 팀의 에너지 레벨을 단숨에 끌어올렸다. 영입생들을 앞세워 본격적으로 자기 색깔을 내기 시작한 변성환 표 수원은 1위 FC안양과의 승점 차도 어느덧 6점으로 좁히며 다이렉트 승격의 꿈을 꾸기 시작했다.

20대 초반이 주축이 된 최근 수원의 상승세에서 가장 돋보이는 건 단연 김지호의 활약이다.

김지호는 두 달 전까지만 해도 고려대 유니폼을 입고 대학 무대를 누비던 학생 선수였다. 이번 여름 이적시장에서 어린 시절부터 인연이 있었던 변성환 감독의 깜짝 러브콜을 받고 프로 무대에 뛰어든 김지호.

고려대 시절 붉은 줄무늬 유니폼을 입고 있는 김지호. (사진 출처 - SPORTS KU)


'적응'이라는 말조차 어색하게 느껴질 만큼 김지호는 프로 데뷔전이었던 7월 13일 천안전을 시작으로 6경기에서 4골 도움 2개를 올리는 깜짝 활약을 펼치며 단숨에 수원의 핵심 공격 자원으로 떠올랐다.

이제 프로 생활 두 달차. 매일 매일이 꿈 같은 김지호가 프로에서 그리고 수원에서 적응하기 가장 어려웠던 것은 뜻밖에도 '색깔'이었다.

두 달 전만 해도 '붉은색'이 상징인 온 통 빨간 피가 흐르던 고려대생 그 자체였던 김지호. 라이벌 연세대의 상징인 파란색 옷은 다 버렸고, 축구화도 파란색은 절대 신지 않을 정도였다.

"파란색 너무 싫어했어요. 라이벌 연세대 때문에 파란색 옷도 다 버릴 정도였어요. 축구화도 파란색은 안 신었어요."

이렇게 파란색을 끔찍히도 싫어하던 고려대 출신 김지호가 공교롭게 파란색이 상징인 수원에 입단한 것. 운명의 장난처럼 수원의 영원한 라이벌 FC서울의 상징색은 또 빨간색.

고대생에서 이제는 수원 삼성의 일원이 된 김지호에게 다시 물었다. (그렇다면 지금 수원 삼성 김지호의 피는 무슨 색깔이죠?) "제 피요? 당연히 파란색인데요?"

"사실 최근에 구단 광고 촬영 중에 실수를 했어요. 아이스크림 광고였는데, 현묵이 형한테 빨간색 아이스크림을 줘서 제가 무의식 중에 피디님한테 저도 빨간색으로 달라했거든요. 아차 싶었어요.하지만 제가 지금 가장 좋아하는 색은 파란색이고요. 파란 유니폼 입고 뛰는 것 자체가 영광이고, 파란 유니폼 입고 오래오래 뛰고 싶어요. (대학 동기들이 배신자라고 하면 어쩌나?)에이, 괜찮아요! 괜찮아요! 배신자 낙인보다 파란 피가 더 중요해요."


김지호는 자신을 프로 무대로 이끌어준 변성환 감독에 대한 고마움도 잊지 않았다.

"성남 유스이던 어릴 때부터 감독님에게 축구를 배워왔는데 저를 프로에 오게 해주셔서가 아니라 저는 변성환 감독님이 단연 최고의 지도자라고 생각해요. 감독님 축구 철학도 정말 뚜렷하시고, 카리스마를 앞세워 선수 장악하시는 능력도 정말 뛰어나세요. 감독님 훈련은 정말 힘들어요. 훈련에서부터 팀으로 싸우는 걸 더 중요하게 생각하시고, 공격수도 적극적으로 전방 압박하면서 빠른 볼 탈취 통해 주도적으로 경기하는 걸 원하세요. 정말 디테일하게 움직여야 하고, 수비 압박 그리고 간격 이런 것도 강조하시고요."

김지호는 늘 모든 경기를 홈으로 만들어주는 수원 팬들에게도 다이렉트 승격을 선물하겠다고 약속했다.

"제가 사실 대학생 때 2~3만명 가득 찼던 고연전때도 하나도 안 떨렸거든요. 그런데 데뷔전 천안 전때 몸 풀기 전에 수원 팬들 앞에 처음 인사하기 위해 섰는데 심장이 터질 만큼 긴장이 되더라고요. 그런데 팬들 응원 소리 들으니 긴장이 쫙 풀리면서 이런 팬 앞에서 좋은 모습 꼭 보여줘야겠다고 다짐했죠. 홈, 원정 가리지 않고 많이 찾아주셔서 늘 모든 경기를 홈 경기로 만들어 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더 잘 준비해서 팬들에게 승격이라는 기쁨 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두 달 만에 '파란 피의 사나이'로 거듭난 김지호는 오는 일요일 1부리그 다이렉트 승격의 분수령이 될 서울 이랜드 전에서 시즌 5호 골을 정조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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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희 기자 (fcjun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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