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야구 심장에서 한국어 교가 6번…고시엔 우승 ‘이 학교’ 학생 수가
한국어 교가로 감동의 피날레
감독 “정말 대단한 선수들이다”
우승했지만 어려운 야구 환경
지난해 한일교류재단 1억 쾌척
23일 교토국제고는 효고현 니시노미야시 소재 한신고시엔구장에서 열린 제106회 여름 고시엔 본선 결승전에서 도쿄도 대표 간토다이이치고에 연장 접전 끝에 2대 1로 승리했다.
교토 대표의 우승은 1956년 헤이안고 이후 68년만이다. 또 교토국제고는 한신고시엔구장 건설 100주년에 열린 여름 고시엔의 우승팀으로 남게 됐다.
팽팽하던 투수전은 연장으로 이어졌다. 연장 10회 초 무사 1, 2루에 주자를 두고 공격하는 승부치기에서 교토국제고는 안타와 볼넷, 외야 뜬공 등을 묶어 2점을 냈다.
간토다이이치고도 10회말 내야 땅볼로 1점을 내고 이어서 1사 만루의 기회를 잡았다. 하지만 구원 등판한 교토국제고의 니시무라 잇키가 후속 타자를 땅볼과 헛스윙 삼진으로 잡아내며 우승을 확정 지었다.
응원단장인 야마모토 신노스케 교토국제고 3학년생은 감동의 눈물을 흘리며 “끈끈한 팀워크가 우승을 만들어 낸 비결”이라며 “졸업 전에 학교가 우승하는 모습을 꼭 보고 싶었는데 너무 감격스럽다”고 소감을 말했다.
고마키 노리쓰구 교토국제고 감독은 우승 인터뷰에서 “대단한 선수들에게 감탄했다”면서 “연장전에서 정신력과 기세만은 절대로 지면 안 된다고 강조했는데 모두가 강한 마음을 갖고 공격해서 좋은 결과를 냈다”고 말했다.
전통있는 야구명문고의 경우 학교 내에 응원악단이 있어서 이들이 응원가를 연주해준다. 올해 고시엔에서도 트럼펫 연주가 훌륭했던 학교가 화제가 됐을 정도다. 하지만 중·고등학교를 합쳐 전교생이 160여명 남짓인 교토국제고에 이러한 응원악단이 있을 리 없다.
이들을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것이 교토산업대부속고 학생들이다. 자기 학교가 아닌데도 교토의 명예를 걸고 싸우는 학교를 응원하기 위해 80여명이 빨간 옷을 맞춰 입고 땡볕 아래서 북을 치고 트럼펫 연주를 하며 힘을 보탰다.
교토지역 주민과 다른 학교 학생들도 대거 응원석을 채웠다. 교토국제고에 아깝게 졌던 경쟁학교인 교토세이쇼고 야구선수도 목청을 높여 노래를 불렀다. 청년회의소(JC) 교류 사업으로 일본을 찾은 서울 양천중학교 야구부 선수 15명도 응원에 힘을 보탰다.
교토국제고 2학년인 후지모토 우치소라 학생은 “2021년에 교토국제고가 고시엔에 처음 진출하는 것에 감명받아 이곳을 지원했다”며 “지금은 응원석에 있지만 선수들과 똑같이 뛴다고 생각하며 응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토국제고는 한국계 민족학교이기는 하지만 학생 수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본 내 민족학교는 도쿄에 1곳, 오사카에 2곳, 교토에 1곳 있지만 대도시인 도쿄·오사카와 달리 교토는 학생 수가 매년 감소 추세다.
이 때문에 지난 1999년 야구부를 설립하고 K팝과 K요리 관련 과목을 신설하면서 일본인 학생도 적극 모으고 있다. 정원 160명에 학생의 90%는 일본 국적이다. 고교 과정 138명 중에서 야구선수는 61명에 달한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작은 독지가들이 교토국제고의 버팀목이 되어주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신한은행 창업자인 고 이희건 명예회장이 설립한 한일교류재단에서 학교 기숙사 개보수를 위해 1억원을 기부하는 등 재일교포들의 후원이 이어지고 있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은 교토국제고의 우승에 대해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열악한 여건에서 이뤄낸 기적 같은 쾌거는 재일동포들에게 자긍심과 용기를 안겨주었다”며 “야구를 통해 한일 양국이 더욱 가까워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역시 야구는 위대합니다. 많은 감동을 만들어내니까요”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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