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스 "'트럼프 응원' 독재자 김정은과 가까이 않겠다"…후보 수락(종합2보)
투표 75일 남겨두고 민주 해리스, 공화 트럼프 대진표 공식 확정
(시카고·서울=뉴스1) 조소영 정지윤 기자 류정민 특파원 =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미국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 지명을 공식 수락했다.
이로써 오는 11월 5일 투표하는 미국 대선은 민주당의 카멀라 해리스 대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대결구도로 75일간 뜨거운 선거전을 벌이게 됐다.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일리노이주 시카고 유나이티드 센터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 수락 연설을 통해 "모든 미국인들, 당파, 인종, 성별, 언어에 상관 없이, 열심히 일하고, 꿈을 좇고 서로를 살펴봐주는 사람들을 대표해서 나는 여기 이 자리에 섰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는 지구상의 가장 위대한 미국이라는 국가를 대표하며, 나는 모두를 대표해 겸허하게 미국 대통령 후보직을 수락한다(I accept your nomination)"라고 밝혔다.
이날 해리스 부통령은 남색 바지 정장을 입고 무대에 올랐다. 참석자들은 연설 중간 중간 '유에스에이'(U.S.A)를 외치고 환호와 박수로 화답했고, 대통령 후보직을 수락한다고 말할 때는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환호성을 보내고 박수를 쳤다.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결혼 10주년을 맞은 데 있어 남편인 더그 엠호프에게 고마움을 표하는 한편, 재선 도전 포기라는 용단을 내린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도 감사를 전했다.
그는 "조, 우리가 함께 걸어온 길을 생각하면 감사한 마음이 가득하다"며 "당신의 기록은 역사가 증명하듯 특별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부부는 당신과 질 바이든 여사 두 사람을 사랑하고 영원히 감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해리스 부통령은 연설 초반 자신이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났으며, 부모로부터 강인한 의지를 물려받았음을 강조했다.
특히 부모의 이혼 후 어머니와 지냈던 그는 성장 과정에서 겪었던 이야기도 전했다. 그는 아버지에 대해 본인에게 "두려움 없이 달려라"라고 조언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어머니는 우리에게 불의에 대해 불평하지 말고 무언가를 하라고 가르쳤다"며 "그녀는 또한 우리(자신과 여동생)에게 절대 '대충 하지 말라'고 가르쳤다"고 강조했다.
해리스는 낙태권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트럼프를 겨냥, "어린 시절 친구가 성적 학대를 당한 것에 충격을 받고 검사가 됐다"고 말했다. 해리스는 캘리포니아주 검찰총장 출신이다.
그는 "모든 사람은 안전과 존엄성, 정의에 대한 권리가 있다고 믿기 때문에 완다(친구)와 같은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 검사가 됐다"고 부연했다.
해리스는 자신의 경력을 '사법 리스크'에 휩싸여 있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공격하는 데 활용하고 있다. 이날 해리스는 트럼프를 겨냥해 "가드레일이 없는 도널드 트럼프를 상상해보라"고 했다.
특히 해리스는 트럼프의 국정운영 청사진으로 일컬어지는 '프로젝트 2025'를 언급하며 "미국은 과거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여러 면에서 트럼프는 진지하지 않은 사람이지만 백악관에 트럼프가 다시 들어가면 그 결과는 매우 심각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해리스는 "나는 김정은과 같은 독재자와 친하게 지내지 않겠다"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등과의 친분을 과시하는 것에 대해 경계를 표하기도 했다.
특히 해리스는 김정은 총비서와 같은 "독재자와 폭군"은 트럼프 전 대통령을 응원한다면서, 트럼프는 "아첨과 호의로 조종하기 쉽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은 이런 "독재자들의 비위를 맞추려고 하지 않을 것"이라며 트럼프 전 대통령은 "스스로 독재자가 되기를 원하기 때문에 독재자들에게 책임을 묻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여성 생식권을 박탈하려 한다고 주장하면서 "간단히 말해 그들(트럼프 전 대통령과 낙태를 금지한 대법관들)은 정신이 나간 사람들"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자신이 제47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된다면 중산층을 보호하고 주택 부족 문제를 종식하며 사회보장 및 메디케어(Medicare)는 보호하겠다고 약속했다.
아울러 가자지구 전쟁과 관련해 이스라엘의 방어권은 옹호하겠지만 가자지구 유혈 사태는 "파괴적이고 가슴 아픈 일"이라고 했다.
이어 "바이든 대통령과 저는 이스라엘이 안전해지고 인질들이 석방되고 가자지구의 고통이 끝나고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존엄성, 안전, 자유, 자결권을 실현할 수 있도록, 전쟁 종식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와 함께 "이란과 이란의 지원을 받는 테러리스트들로부터 우리 군과 우리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하는 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해리스 부통령은 연설 마지막에는 '단결'을 촉구했다.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 그의 부통령 후보(러닝메이트)인 J.D. 밴스 상원의원(오하이오)은 미국을 폄하하고 있다면서 "우리가 무엇을 지지하는지 서로와 세계에 보여주자"고 말했다.
해리스 부통령의 연설이 끝나자 전당대회장 천장에 설치한 10만 개의 빨간색, 흰색, 풍선이 풀려 대회장을 뒤덮었다.
해리스 부통령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고령 논란을 떨치지 못하고 재선 도전을 포기하면서 대선을 불과 70여일 남겨둔 시점에 미국의 첫 여성 대통령이라는 새 역사에 도전하게 됐다.
ryupd0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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