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몬, 플랫폼 정상화 시도…“큐텐 벗어나 독립 재무조직 신설, 새 정산시스템 도입”
대규모 미정산 사태를 일으키고 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한 티몬이 모기업 큐텐을 벗어나 독립경영체제 구축을 시도한다. 조직개편과 새 정산시스템 도입 등으로 서비스를 정상화하는 발판을 마련하겠단 계획인데, 한 번 잃어버린 고객과 판매자들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티몬은 ‘독립경영체제 구축’과 ‘큐레이션 역량 강화’를 목표로 한 고강도 조직 구조개선을 단행했다고 23일 밝혔다. 먼저 큐텐 인수 후 큐텐 자회사인 큐텐테크놀로지로 넘어갔던 재무·자금 조직을 만들어 자금관리와 재무건전성 강화를 맡기고, 결제조직과 법무조직도 신설하기로 했다. 큐텐에 넘겨줬던 핵심 조직을 복원시키는 조치로, 큐텐에서 독립해 독자생존할 길을 찾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티몬은 또 전 쇼핑 카테고리를 아우르는 ‘상품본부’를 신설해 영업조직을 재구성하고, 류광진 대표가 상품본부를 직접 지휘하도록 해 플랫폼 정상화 속도를 높이겠다고 밝혔다.
티몬은 제3의 금융기관에 정산금을 예치 신탁하는 에스크로 기반의 새로운 정산시스템도 최대한 빨리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시스템이 도입되면 상품 발송 후 3일 안에 판매자에게 대금을 정산해줄 수 있다.
티몬이 이런 방침을 밝힌 것은 플랫폼 정상화를 위해서다. 현재 티몬 사이트는 카드사들이 지난달 24일부터 결제를 차단하면서 상품을 사고파는 기능이 정지된 상태다. 상품 판매가 재개돼야 플랫폼에 돈이 돌고 신규 투자 유치가 가능해지며 회사가 정상궤도로 돌아갈 수 있다고 티몬은 보고 있다.
앞서 티몬과 위메프는 거래를 재개하고 신규 투자를 받아 채권자들에게 채무를 상환한 뒤 3년 안에 회사를 재매각하겠다는 자구안을 서울회생법원에 제출한 바 있다. 다만 이미 미정산 사태로 신뢰를 잃은 티몬이 조직을 정비한다고 해도 떠났던 소비자와 판매자들이 돌아올지는 미지수다.
티몬과 위메프는 지난달 29일 법원에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고, 법원 결정에 따라 자율구조조정프로그램(ARS)을 밟고 있다. ARS는 법원이 강제 회생절차 개시를 보류하고 기업과 채권자들이 자율적으로 구조조정을 협의하도록 지원하는 제도다. 지난 13일 회사 경영진과 채권자가 모여 첫 회생절차 협의회를 가졌고 오는 30일 2차 회의가 열릴 예정이다.
류광진 대표는 “판매자와 고객 여러분께 끼친 피해와 우려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투자유치와 자본확충 등 정상화를 위한 방안들을 최선을 다해 다각도로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조직 개편은 이를 위한 시작으로, 조직과 인사를 합리적으로 쇄신해 경영 투명성을 확립하고 대내외 신뢰 회복과 더불어 장기적 성장 발판을 마련할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남지원 기자 somni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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