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당선 한달, 민생현안 챙기고 식사 정치…특검·당정관계 해법 못찾아
친정 체제 구축, 식사 정치로 당내 스킨십 강화
민생 현안 해결에 집중…당정협의, 관계자 접견
제3자 추천 채상병 특검 난제…대통령실과 관계 설정도 과제
친한계 "일할 시간 없었다…중수청 외연 확대·민생 공략"
[서울=뉴시스] 이재우 최영서 기자 =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23일 당대표 취임 1개월을 맞았다. 한 대표는 민생을 위해 정치 공방을 자제하고 많이 참았다면서 앞으로 국민을 위한 생산적인 싸움을 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한 대표는 그동안 친한계를 중심으로 친정체제를 구축하고 민생 정책을 내세워 여소야대 정국에서 존재감을 키우려는 행보에 집중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비공개 회동으로 '윤-한 갈등'에 대한 우려도 봉합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한 달이 지나도록 '한동훈표' 성과를 구체적으로 보여준 건 없다. 당정관계도 여전히 '불안불안하다'는 평가다.
한 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청년 지도자 양성 프로그램' 수료식에서 "저는 잘 안 참는데 지난 한달 동안 많이 참았다. 최대한 정치공방은 자제해 왔다"고 대표 취임 한달 소회를 밝혔다.
이어 "정치 공방의 불씨를 계속 살려가서 온도를 높여가는 것보다,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 논의 같은 민생을 여야 정치의 전장으로 만드는 게 우리 정치에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한 대표는 "격차를 해소하는 것을 중요한 정책 목표로 삼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어 "여야 대표회담이 11년 만이라고 하던데 추진해서 정치를 복원해보려고 한다"며 "이재명 대표께서 회담을 생산적으로 이끌어 낼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한 대표는 당대표 취임 직후 '친윤(친윤석열)계' 정점식 전 정책위의장의 사퇴를 관철하고 주요 당직에 친한계를 포진시켜 친정체제를 구축했다.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층)' 외연 확장을 명분 삼아 원외 인사를 중심으로 친한계를 확장할 수 있는 발판도 마련했다.
한 대표는 특히 '식사 정치'를 적극 활용해 당내 스킨십을 강화했다. 상임고문단, 국회 부의장 등 중진 의원 및 초재선 의원들, 전 비대위 지도부 등과 오찬·만찬을 통해 접촉면을 넓혔다. 의원들이 개최하는 토론회도 적극 참여했다. 송언석 의원이 주최한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 관련 토론회에서는 정책 추진 의지를 강하게 드러내기도 했다. 신임 사무처 실국장회의를 개최하고 사무처 당직자 워크숍도 개최했다. 이런 활동을 통해 당에 착근하려는 시도를 한 것이다.
한 대표는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 격차해소위원회 신설, 폭염 대비 전기료 감면, 물가 안정, 전기차 화재 대책, 티몬·위메프 판매대금 정산 지연 사태 등 민생 현안 선점을 시도하면서 원외 대표 한계론을 극복하고 여소야대 정국에서 정치적 공간을 확보하려는 모습도 보였다.
민생 현안에 집중하는 모습을 강조하기 위해 민·관을 불문하고 접견·면담 등을 통해 현안을 논의했다. 티몬·위메프 판매대금 정산 지연 사태 관련 당정 회의를 개최하고 고위당정협의회를 재개한 것도 이런 차원이다.
한 친한계 핵심 인사는 "(한 대표는) 격차 해소와 중수청 외연 확대, 당 개혁 등을 해보려고 하고 있다"며 "격차해소 같은 어젠다를 내놓고 지역 민생 현장에도 많이 다녀보려고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러나 한 대표가 풀어야 할 난제에 대한 구체적 진전은 아직 없다. 당장 제3자 추천 채상병 특검법이 한 대표의 발목을 잡고 있다.
민주당은 한 대표가 전당대회 기간 제안한 제3자 추천 방식은 물론 당대표 취임 이후 추가 조건으로 제시한 '제보 조작' 의혹까지 수용하겠다면서 한 대표에게 오는 26일까지 특검안을 발의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한 대표는 채상병 특검법 입장에 변화가 없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대통령과 친윤계를 중심으로 반대 여론이 여전한 상황에서 자체 특검법을 발의하긴 어려운 여건이다.
당정 관계 역시 매끄럽게 풀리지 않고 있다. 한 대표는 김경수 전 경남지사 복권에 대해 측근을 통해 반대 입장을 밝히며 윤 대통령과 차별화 하는 모습을 보였다. 검찰의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 무혐의 종결,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임명 논란 등 민감한 현안에 대해선 대체로 침묵하는 등 말을 아끼고 있다. 한 대표가 대통령실과의 관계 설정에 대한 해답을 아직 찾지 못한 셈이다.
한 친한계 당직자는 뉴시스에 "한달 밖에 지나지 않아 한 대표가 할 수 있는 시간이 없었다. 초기에는 정책위의장 때문에, 최근에는 여야 대표회담 때문에 시간이 없었다"며 "아직 평가 받기에는 이르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ironn108@newsis.com, youngagai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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