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점 차 대패에서 꿈의 무대 우승까지’…교토국제고의 동화 같은 이야기

강구열 2024. 8. 23.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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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부를 만든 1999년, 여름 전국선수권 지역대회 첫 경기 결과는 0-34의 대패였다.

25년 후인 2024년 여름, 34점차의 대패를 맛본 이 팀은 정상의 자리에 섰다.

23일 일본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에서 처음으로 우승한 재일 한국계 민족학교 교토국제고 이야기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우승을 이끈 고마키 노리츠구 감독은 교토국제고에 34점 차의 패배를 안긴 상대 학교의 2루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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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부를 만든 1999년, 여름 전국선수권 지역대회 첫 경기 결과는 0-34의 대패였다. 힘의 차이는 역력했고 ‘꿈의 무대’로 불리는 여름 고시엔은 말 그대로 꿈처럼 느껴졌다. 

25년 후인 2024년 여름, 34점차의 대패를 맛본 이 팀은 정상의 자리에 섰다. 감독은 “정신력만은 절대로 지면 안 된다고 계속 말해 왔다”고 한다. 열악한 환경에서 담금질을 이어온 끝에 얻은 결실이었다. 

23일 일본 효고현 니시노미야시 소재 한신고시엔구장에서 열린 제106회여름 고시엔 본선 결승전에서 교토국제고 선수들이 우승을 확정한 후 기쁨을 나누고 있다. 니시노미야=교도연합뉴스
23일 일본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에서 처음으로 우승한 재일 한국계 민족학교 교토국제고 이야기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우승을 이끈 고마키 노리츠구 감독은 교토국제고에 34점 차의 패배를 안긴 상대 학교의 2루수였다. 고마키 감독은 당시를 회상하며 “앞쪽으로 치면 안타가 되고, (다른 경기라면) 짧은 안타가 될 것이 장타가 됐다”고 말했다. 그 때 교토국제고의 야구는 야구라 할 것도 못됐다. 

지인의 소개로 교토국제고의 감독이 된 그는 부임 후 1년째가 되는 해 봄대회에서 부원 13명으로 교토부대회 3위에 올랐다. 조금씩 성과를 냈지만 환경은 열악했다. 좁은 그라운드에서 제대로 연습을 할 수 없어 기본이라도 철저히 하자는 생각이었다고 한다. 실전을 상정해 다양한 패턴을 몸에 익히는 연습도 이어갔다. 실수를 하면 다시 반복했다. 지금도 이어가고 있는 교토국제고의 연습 패턴이다. 타격 연습은 제대로 치면 그라운드를 벗어나 주차장 차에 맞기 일쑤여서 배팅 네트를 향해 낮고 강하게 때리도록 했다. 

이런 환경에서 2008년 첫 프로선수를 배출했고,  2021년 봄에는 고시엔에 출전할 수 있었다. 고시엔 출전은 “연습이나 보통의 공식 경기에 비해 몇 백배, 몇 천배의 가치가 있었다”고 한다. 그전까지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선수들의 기량은 향상됐다. 

3년 전 고시엔에서 4강 진출이라는 성적을 낸 것을 동경해 입부한 아이들이 이번 우승을 일군 멤버들이다. 아사히는 “전체 팀연습 후 오후 8시쯤까지 실내 연습이 이어졌다. 경쟁하듯 배트를 휘둘렀고, 언제부턴가 오후 10시반 기숙사 점호 시간이 빠듯할 때까지 누구도 돌아가지 않았다”고 전했다. 

아사히는 “풍족하다고 할 수 없는 환경에서 길러낸 타격이 올해 고시엔에서의 결실”이라며 “교토부 대표가 대회를 제패한 것은 1956년 38회 이후 68년 만”이라고 전했다.    

도쿄=강구열기자 river91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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