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서 멍청하게 운다”... ‘학습 장애’ 월즈 아들 조롱한 트럼프 지지자들
트럼프 지지자들 “생리대 갖다 줘라” “질질 짜는 아들 둬 축하한다” 트윗
21일 민주당 전당대회 셋째날 저녁, 미네소타 주지사인 팀 월즈의 부통령 후보 수락 연설을 압도한 것은 도중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울면서 “저 사람이 우리 아빠예요”라고 외쳤던 열일곱살짜리 그의 아들 거스 월즈였다.
거스는 비(非)언어적(nonverbal) 학습장애와 불안장애,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를 앓고 있다. 비언어적 학습장애는 언어 습득에는 어려움이 없지만, 시ㆍ공간적 정보 처리 능력이나 사회적 적응에서 어려움을 보이고 수학적 개념은 이해하지만 문제 해결을 잘 하지 못하는 장애를 말한다.
이날 아빠 팀 월즈는 아내 그웬과 수년간 아기를 갖기 위해 난임(難姙) 치료를 받으면서 겪었던 좌절감을 소개했다. 그리고 그렇게 낳은 딸 호프(Hope)와 아들 거스의 이름을 부르며 “호프와 거스, 그웬은 내 삶의 모든 것이고, 사랑한다”고 말했다.
월즈는 “이번 대선에서 이 문제[난임 치료]가 큰 부분을 차지해, 우리가 어떻게 가족을 시작했는지를 밝힌다”며 이렇게 말했다. 공화당은 다수의 난자를 채취해 시험관에서 인공 수정된 배아를 자궁에 일부 이식하고, 나머지 배아는 냉동 보관 후 폐기하는 체외 인공수정(IVFㆍ시험관 시술) 방식에 대해 ‘잔여 배아’도 ‘사람’이라며 반대한다. 월즈 부부는 IVF가 아닌, 자궁내 정자를 주입하는 인공수정(IUI) 방식으로 아기를 가졌다.
아들 거스는 아빠의 이 말이 끝나자마자, 감격의 눈물을 흘리며 자리에서 일어나 손가락으로 아빠를 가리키며 “아빠, 사랑해요” “저 사람이 우리 아빠”라고 거듭 외쳤다.
대본에 없었던 아들 거스의 이 모습은 TV와 인터넷을 통해 순식간에 번졌다. 대부분 “아들이 아빠의 쇼를 훔쳤다” “‘감동적”이라는 반응이었다.
심지어 친(親)트럼프 성향의 폭스 뉴스도 소셜미디어 틱톡에 “거스 월즈가 아빠의 수락 연설에서 더 주목을 받았다(steal the show)”라는 제목으로 영상을 게재했다.
@foxnews
Tim Walz’s son Gus became tearful during his dad’s DNC speech, adding a sweet and touching moment to the event. ♬ original sound - Fox News - Fox News
폭스 뉴스의 뉴스호스트 데이너 페리노는 이 광경을 “멋지다(delightful)”고 표현했다. 배우 미아 패로는 “아빠를 자랑스러워하는 눈물을 흘리며 ‘저 사람이 우리 아빠’라고 외치는 거스 월즈는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고 했다.
민주당 진영에선 “‘저 사람이 우리 아빠(That’s my dad)’라는 세 단어보다 차기 부통령을 더 멋지게 표현할 말은 없다”고 반응했다.
그러나 소셜미디어의 다른 진영, 특히 ‘미국을 위대하게(MAGA)’를 표방하는 일부 트럼프 지지파의 입장은 정반대였다.
보수적인 여성 논객이자 선동가에 가까운 앤 쿨터는 소셜미디어 X에 “그 이상한 애에 대해 얘기하자면(Talk about weird…)”라고 쓰고 거스의 울먹이는 사진을 실었다. 이후 비난이 쏟아지자 이 트윗을 삭제했지만, 사람들은 이 트윗을 화면 캡쳐해서 퍼 나르며 “아이를 괴롭히는 어른들에게는 지옥에 특별한 장소가 있을 것”이라고 비난했다.
트럼프 지지 팟캐스트를 하는 한 사람은 거스를 “멍청하게 우는 아들”이라며 “당신, 애를 퉁퉁 부은 베타 메일(beta maleㆍ열등한 사내아이)로 키웠군요. 축하해요”라고 조롱했다.
또 다른 트럼프 지지자로 육아 팟캐스트를 하는 한 사람은 “아이한테 빨리 탐폰(생리대) 갖다 줘라”고 조롱했다. 미네소타 주지사로서 월즈가 학생들에 대한 생리대 무료 제공을 의무화하는 법안에 서명한 것을 빗댄 것이었다.
위스콘신 주의 공화당 지지 라디오쇼 호스트인 제이 웨버는 “만약 월즈 부부가 오늘의 미국을 대표한다면, 이 나라는 망했다. ‘우리 아들 보세요. 주체 없이 질질 짜는 멍청한 아이에요. 애 엄마랑 저는 매우 자랑스럽답니다’라니”라고 썼다. 이후 문제가 되자 웨버는 이 트윗을 삭제하고 “거스에게 학습 장애가 있는지 몰랐다” “아이들은 절대로 건드리면 안 된다고 줄곧 말해 놓고선, 내가 잘못을 저질렀다”고 사과했다.
비언어적 학습장애는 미국인 성인과 어린이 3~4%가 겪는 장애이지만, 거스가 진단 받은 또 다른 다른 장애인 ADHD처럼 널리 알려지지는 않았다. 미의학협회저널(JAMA)에 따르면, 미국 어린이와 10대 청소년 200만 명 이상이 ‘비언어적 학습장애’를 앓고 있다.
아들 거스에 쏟아진 조롱과 야유에, 장애아를 둔 미국인 부모들은 발끈했다. 자폐아를 둔 한 부모는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인간성을 상실했는지를 보여준다”며 “많은 사람이 익명과 키보드 뒤에 숨어서 마음대로 말한다”며 “직면하든지, 온라인에서든지, 이런 조롱은 여전히 아프다. 이런 것은 설 자리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워싱턴 DC에 소재한 지적ㆍ발달 장애아를 위한 옹호 단체인 ‘아크(Arc) 오브 더 유나이티드 스테이츠’ 대표인 케이티 니스는 USA 투데이에 “거스 월즈를 온라인에서 괴롭히는 것은 잔인할 뿐 아니라, 장애를 가진 아이들이 매일 어떤 일을 겪는지를 상기시킨다”며 “장애아는 학교에서 일반 아동에 비해 2,3배 더 괴롭힘을 당한다”고 말했다.
월즈 부부는 이달 초 피플 잡지 인터뷰에서 아들의 장애 사실을 밝히며 “다른 가족들처럼 어떻게 하면 거스가 잘 자랄 수 있을지 파악하는데 시간이 좀 걸렸다”며 “그러나 곧 거스의 상태는 결함이 아니라, 그만이 지닌 비밀스러운 능력이라는 게 분명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아들 거스가 “매우 똑똑하고, 우리는 그냥 지나치는 것들을 자세하게 의식했고, 무엇보다도 훌륭한 아들”이라고 말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속보] 새 대법관 후보 4명 “마용주·심담·조한창·홍동기”
- SK플라즈마, 인니 혈액제 공장에 인도네시아 국부펀드 유치 완료
- ‘K뷰티’ 훈풍 속 CJ올리브영, 3분기 매출 1조2300억원... 5분기 연속 1조원대
- 롯데면세점, 매출 전년比 8% 올랐지만 영업 손실 기록
- 野 "특별감찰관, 근본 대책 아냐" 한동훈 "文정부 5년간 왜 임명 안했나"
- ‘레드 스위프’ 감세 속도전...美 경제 부흥이냐, 빚더미냐
- 美·中 고래 싸움 격화 예고...韓,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을까
- 유재석 울린 ‘박달초 합창단’, 유퀴즈 상금 100만원 기부
- 故 송재림 14일 발인… ‘해품달’ 정일우 “형, 우리 다시 만나”
- [WEEKLY BIZ LETTER] ‘마케팅 천재’ 스위프트, 대중 보복심리 꿰뚫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