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을 향한 고아성의 응원과 위로…‘한국이 싫어서’
장강명 작가의 장편소설 ‘한국이 싫어서’가 영화로 관객들을 만난다. 2015년 책 출간 후 9년 만이다. 원작 자체도 베스트셀러로 이름을 올린데다, 영화가 작년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도 선정되며 많은 원작 팬들과 관객들의 기대를 받았다.
21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영화 ‘한국이 싫어서’의 언론배급시사회 및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영화의 각본·연출을 맡은 장건재 감독과 주연배우 고아성(주계나 역), 주종혁(재인 역), 김우겸(지명 역)이 참석했다.
‘한국이 싫어서’는 20대 후반의 계나가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의 행복을 찾아서 직장과 가족, 남자친구를 뒤로하고 홀로 뉴질랜드로 이민을 떠나는 이야기다. 아역부터 시작해 탄탄한 필모그래피를 쌓아온 고아성이 자신의 행복이 무엇인가를 고민하고, 도전과 성장을 거듭하는 20대의 초상을 그려낸다. 저마다 각자의 지옥을 안고 사는 젊은 세대를 다채롭게 그려내 공감과 위로를 전한다.
장 감독은 2015년, 출간된 해에 이 책을 만났다. 그는 책을 읽자마자 ‘영화화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그는 이를 실천으로 옮겼다. 출판사에 연락해 판권을 알아보기 시작했고, 이듬해부터 영화화 작업에 착수했다.
소설은 계나의 1인칭 시점으로 흘러간다. 계나가 누군가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같기도, 일기장에 생각을 털어놓는 것 같기도 하다. 영화는 소설의 전개 방식을 따라 계나의 독백으로 시작한다. 장 감독은 “영화는 물리적인 공간을 다뤄야하기 때문에 고민했다”며 “각색, 촬영하는 과정이 숙제였다”고 말했다. 이어 “상상 속의 인물 세 명을 만나게 됐는데, 살아 움직이는 배우들과 상상했던 인물을 어떻게 만들어낼지도 고민이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 소설을 읽으면 이국의 냄새 같은 게 났다”며 “그런 건 표현하기가 되게 어렵다. 영화화하면서 이런 걸 표현하기가 어려웠다. 어떤 묘사는 글이 더 수월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주인공 계나를 연기한 고아성은 “맨 처음 시나리오 받았을 때 내가 꼭 해야 할 것 같은, 꼭 하고 싶은 놓치면 영영 후회할 작품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계나는 제가 여태 맡아왔던 청춘의 결기랄까, 사회 초년생이 갖는 열정이 진한, 직장 생활을 7년 정도 한 20대 후반의 지친 여성상을 그려보고 싶었다”고 했다.
장 감독은 “영화에 나오는 인물들뿐 아니라 한국 사회는 각자의 위치에서 저마다의 위치에서 지옥을 품고 살아가는 사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계나와는 다른 처지에 있는 사람이다. 그런 입장에서도 한국 사회는 살기 어렵고 팍팍한 곳인데 여성, 소수자가 되거나 장애를 가지거나 하는 사람들에게 훨씬 더 어려운 사회”라며 “그런 담론을 다 끌어안고 있는 영화는 아니지만, 캐릭터들이 그런 고민들을 가시화하는 존재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 청년들에게 응원의 메시지가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고 했다.
장 감독은 “계나는 극중 다른 인물들과 다르게 결론을 가진 인물이라기 보다는 질문을 품고 있는 인물이다”라며 “엔딩이 다소 모호하고 열린 결말처럼 느껴질 수도 있는데, 그런 질문의 연장선으로 보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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