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가신 부모 빚 많아서’ 작년 상속 포기 신청 3만건···5년새 최대치
상속 포기하는 3만명 챙기는 게 민생”
상속받을 재산보다 빚이 더 많아서 법원에 상속 포기를 접수한 건수가 지난해 3만건을 넘어섰다. 최근 5년 새 규모와 증가 폭이 가장 크다. 고금리 기조로 이자 상환 부담이 늘고, 내수 부진으로 자영업자마저 위기를 겪으면서 빚이 많은 가계가 늘어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이 23일 대법원에서 받은 ‘상속 포기 및 상속 한정승인 결정현황’을 보면, 지난해 법원에 신청한 상속 포기 접수 건수는 3만249건으로 전년보다 4570건 늘어났다. 접수 건수와 증가 폭 모두 5년 새 가장 큰 규모다. 상속 포기 접수 건수는 매년 늘어나 2019년 2만994건보다 지난해 약 1.4배 늘어났다.
상속 포기가 급증한 것은 물려받을 재산보다 빚이 더 많은 상속인이 그만큼 늘어났다는 뜻이다. 부모가 빚을 남기고 사망했다면 자녀는 상속개시일로부터 3개월 이내에 가정법원에 상속 포기를 신고해야 사망한 부모의 빚을 대신 갚지 않아도 된다.
법원은 지난해 상속 포기 신고건수 3만249건 중 94.8%인 2만8701건을 인용했다. 한편 상속받은 재산 내에서 피상속인의 빚을 갚도록 하는 상속 한정승인도 지난해 2만6141건으로 최근 5년 새 가장 많았다. 법원은 이 중 2만6032건을 인용했다.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이자 부담이 늘어나 빚을 갚지 못한 가계가 늘어나고 있다.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지난해 한국신용정보원에서 받은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2022년 73만1400명이었던 금융채무 불이행자(신용불량자)는 지난해 상반기 77만7200명으로 6.3%(4만5800명) 늘었다.
내수마저 부진하면서빚을 낸 자영업자들도 한계상황에 내몰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취약 자영업자 차주의 연체율이 2021년 3분기 3.97%에서 올 1분기 말 10.2%로 급등했다.
차 의원은 “빠른 속도로 가계 경제가 악화하고 있다”며 “최근 정치권 일각에서 상속세를 인하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데, 상속세를 내는 2만여명의 여유 있는 시민보다 빚 때문에 상속조차 포기하는 3만여명의 시민을 먼저 챙기는 것이 민생”이라고 했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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