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변하는 전기차 전략… 韓 배터리, 가동 시기·지역 탄력 대응

정재훤 기자 2024. 8. 23.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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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포드, GM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전기차 생산 전략이 변화하면서, 이들 업체와 합작법인을 세워 해외 공장을 운영하는 국내 배터리 기업들의 생산 계획도 바뀌고 있다. 완성차 업체의 요청에 따라 공장 가동 시기를 조절하거나 생산 지역을 바꾸는 등 유연하게 대응하는 모습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포드는 최근 한국 배터리사들과 협력을 강화해 미국 내 생산을 증대하고 생산 일정을 앞당긴다는 내용의 ‘전기차 사업 효율화 전략’을 발표했다. 이에 포드와 협력 관계에 있는 LG에너지솔루션, SK온의 생산 계획에도 변화가 생겼다.

정비사가 현대차 아이오닉 5 차량을 점검하고 있다./현대차 제공

LG에너지솔루션은 현재 포드 머스탱 마크-E 모델에 사용되는 배터리 일부를 폴란드 공장에서 생산하고 있는데, 내년부터 생산 지역을 미국 미시간주 홀랜드 공장으로 옮길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LG에너지솔루션의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세액공제 혜택도 늘어날 전망이다. 미국 내에서 생산되는 배터리 셀은 1㎾h당 35달러, 모듈은 1㎾h당 10달러가 지급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악화한 시장 상황에 따라 일부 투자 속도를 조절하고 있다. 미국 애리조나주 퀸크리크에 건설 중인 ESS(Energy Storage System·에너지 저장 체계) 라인은 건설을 일시 중단했다. 미시간 등 다른 공장의 생산 라인 일부를 ESS 전용으로 전환한 데 따른 조치다. 이 공장은 2026년 가동을 목표로 ESS용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17GWh, 원통형 배터리 36GWh 등 총 53GWh의 생산 능력을 갖출 계획이었다.

그래픽=정서희

GM과의 합작 법인 얼티엄셀즈가 미국 미시간에 짓고 있던 3공장 건설도 일시 중단됐다. 이에 따라 올 하반기 예정됐던 준공도 내년 이후로 늦춰질 전망이다. 지난해 11월에는 포드, 코치그룹과 추진하던 튀르키예 합작 배터리 공장 건립 계획을 백지화하기도 했다.

일부 투자가 늦춰졌음에도 LG에너지솔루션이 여전히 북미 지역에 확보를 목표로 하는 총 생산능력(CAPA)은 연간 352기가와트시(GWh)에 달한다. 이는 완전 충전 시 500㎞ 이상 주행이 가능한 전기차 약 420만대를 만들 수 있는 규모다.

그래픽=정서희

SK온 역시 포드의 생산 계획에 따라 가동 시점을 확정할 수 있게 됐다. SK온과 포드의 합작사인 블루오벌SK는 미국 테네시와 켄터키주에 각각 43GWh, 86GWh 규모의 생산시설을 짓고 있는데, 지난해 포드가 전기차 사업부에서만 6조원이 넘는 손실을 기록하며 공장 가동 시점이 늦춰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그러나 포드는 최근 발표를 통해 내년 중반부터 켄터키주 1공장에서 현행 ‘E-트랜짓’ 전기 트럭과 ‘F-150 라이트닝’ 전기 픽업트럭의 배터리를 생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테네시주 2공장은 내년 말부터 포드의 신형 전기 상용밴 전용 배터리 생산을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SK온은 전기차 보급 초창기부터 협업해 온 현대차그룹과도 인연이 깊다. 현대차와 기아가 생산 중이거나 생산했던 전기차 25종 중 17종에 SK온 배터리가 탑재됐다. 현재 SK온 연간 매출의 절반 수준이 현대차그룹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SK온과 현대차그룹은 내년 양산을 목표로 미국 조지아주에 35GWh 규모 합작 공장을 짓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합작공장에서 생산된 배터리셀은 배터리팩으로 제작해 미국에서 생산할 현대차그룹 전기차에 공급할 예정이다.

30GWh 규모의 SK온 헝가리 3공장은 가동을 시작했다. 중국 옌청에서도 33GWh 규모의 2공장을 준공했으나, 전방 수요 둔화로 시장 상황을 지켜보며 양산 개시 일정을 조율한다는 계획이다.

그래픽=정서희

삼성SDI는 과거부터 상각전영업이익(EBITDA)보다 설비투자(CAPEX)를 낮게 책정하는 등 국내 주요 배터리 3사 중 가장 보수적인 투자 전략을 고수해 왔지만, 올해는 오히려 설비 투자를 늘렸다. 지난해 설비투자에 약 4조원을 집행했는데, 올해 투자 규모는 약 6조5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SDI는 최근 악화한 시장 상황에도 설비 투자를 축소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40%가량 줄었지만, 국내 3사 중 유일하게 흑자를 기록했다.

삼성SDI는 미국 내 생산기지가 없지만, 2025년~2027년 사이 스텔란티스, GM과의 미국 합작 공장 가동이 예정돼 있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 북미 지역에서 본격적으로 IRA 세액공제 혜택을 받게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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