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스타 오타니 “분하다”며 눈물 흘렸다…바로 그 대회, 사상 첫 우승한 재일한국인 고교 [필동정담]

김병호 기자(jerome@mk.co.kr) 2024. 8. 23.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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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프로야구팀 LA 다저스에서 뛰는 오타니 쇼헤이는 2012년 고교 3학년때 고시엔(甲子園·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참가를 결정짓는 지역 결승에서 패한 뒤 "분하다"며 눈물을 흘렸다.

고교 때 이미 시속 160km 강속구와 장타력을 겸비해 주목받았지만 오타니는 야구 청춘들의 꿈의 무대인 고시엔에서 유독 약했다.

'고시엔 우승을 한 투수들은 프로야구에서 성공하지 못한다'는 속설을 입증하는 사례로 오타니가 등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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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3월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4 미국 메이저리그(MLB) 월드투어 서울시리즈 공식 개막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LA 다저스의 2차전 경기, 2회말 1사 주자 2,3루 상황 LA다저스 오타니 쇼헤이가 1타점 희생플라이를 치고 있다. [공동취재단]
미국 프로야구팀 LA 다저스에서 뛰는 오타니 쇼헤이는 2012년 고교 3학년때 고시엔(甲子園·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참가를 결정짓는 지역 결승에서 패한 뒤 “분하다”며 눈물을 흘렸다. 고교 때 이미 시속 160km 강속구와 장타력을 겸비해 주목받았지만 오타니는 야구 청춘들의 꿈의 무대인 고시엔에서 유독 약했다. 대회 진출을 못했거나 나갔더라도 운 나쁘게 초반부터 강팀을 만나 1회전 탈락을 수모를 2번이나 겪었다. ‘고시엔 우승을 한 투수들은 프로야구에서 성공하지 못한다’는 속설을 입증하는 사례로 오타니가 등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고교 때 우승하느라 힘을 소진했거나 선수로서의 운을 다했다는 게 통계로도 증명돼있다.

고시엔이 열리는 곳은 일본 프로야구 명문 구단인 한신 타이거즈 홈구장인데 봄(3월)과 여름(8월) 고교야구를 위해 제공된다. 봄 대회보다 규모가 큰 ‘여름 고시엔’은 올해로 106회 째다.

한·일 간 프로야구 수준 차이를 얘기할 때 단골 소재로 나오는 것이 고교 야구팀 숫자 비교다. 한국은 약 80개인 반면 일본은 4000여 개나 되니 야구의 기초 자산부터 다르다. 여름 고시엔에는 지역별 예선에서 우승한 49개 팀이 모여 ‘별중의 별’을 가린다. 그러니 고시엔에 나갔다는 것 자체가 해당 고교와 그 지역 사회에 더할 나위 없는 영광이 된다. 오타니가 분함을 표하면서 “전국 제패로 이와테 여러분을 기쁘게 해드리고 싶었다”고 한 것도 그런 맥락에서다. 일본 동북부의 이와테현은 오타니의 고향이자 그가 다녔던 고교가 있는 곳이다. 오타니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참사를 겪은 주민들을 야구로 위로해주고 싶었다고 했다.

23일 일본 효고현 니시노미야 한신 고시엔구장에서 열린 일본 전국 고교야구선수권대회(고시엔) 결승전 교토국제고와 간토다이이치고 경기. 2-1 승리를 거두고 우승을 차지한 일본 내 한국계 민족학교인 교토국제고 재학생들이 관중석에서 기쁨을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역사와 명성을 간직한 올 여름 고시엔에 재일 한국계인 교토국제고가 결승에 처음 진출해 우승했다. 2021년 고시엔 4강에 올라 화제를 일으킨데 이어 3년 만의 쾌거다. 교토국제고는 재일교포 학생들을 위해 1947년 설립된 교토조선중학교가 2003년 일본 정부의 공식 인가를 받은 뒤 개명한 곳이다. 학생 수 부족에 따른 폐교 위기를 넘기려 1999년 야구부를 창단했다. 현재 138명 재학생 중 야구부원은 절반에 가까운 61명이나 된다.

이 학교 교가는 한국어로 된 ‘동해 바다 건너서~’로 시작한다. 이제는 일본인 비중이 70%나 되는 학교가 한국어 교가를 보존하고 있는 게 놀랍고도 반갑다. 고시엔에서는 매 경기마다 승리팀 교가가 울려퍼지는데 교토국제고의 한국어 교가는 이번 대회에서 우승할 때까지 6번이나 울려퍼졌다. 그 과정에서 일본 공영 방송 NHK는 ‘동해’ 대신에 ‘동쪽의 바다’로 자막을 넣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23일 결승전에서 연장 혈투 끝에 상대팀을 2대 1로 누르고 우승을 차지한 교토국제부 야구팀에 큰 박수를 보낸다.

김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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