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은행 직원, 지인 명의 도용 대출로 4년 간 117억 횡령

감사 진행 따라 금액 늘어날 수도
당국 "추후 회사 측 불법성 볼 것"

서울 중구 NH농협은행 전경. NH농협은행 제공

NH농협은행의 한 영업점에서 100억 원이 넘는 금융사고가 발생했다. 사고에 연루된 직원은 내부 감사가 시작되자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전해졌다.

23일 농협은행은 서울 시내 한 영업점에서 횡령으로 의심되는 부당여신거래 행위를 발견해 20일부터 감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고기간은 2020년 6월부터 올해 8월까지로, 영업점 직원 A씨가 지인 명의를 도용하는 방식으로 거액의 대출을 일으킨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까지 확인된 사고 금액은 약 117억 원이지만 감사 진행 상황에 따라 금액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은행은 보고 있다.

농협은행은 여신 관련 사고예방 상시감시를 강화하던 중 이 같은 정황을 포착했다고 설명했다. 20일 감사에 착수하면서 행위자에 대한 즉각적인 형사 고발과 인사 조치도 실시했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사망한 직원 외에 추가 가담자 여부 등이 확인되면 즉시 징계해직 등 최고 수위로 징계하고 형사 고발 등 법적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고는 금융감독원에도 보고됐다. 금감원 관계자는 “3월 수시검사를 실시하면서 은행에 자체 검사 도구를 제공했는데, 이를 활용해 감사하던 중 이상 거래를 발견한 것 같다”며 “규모와 진행상황을 보고받았고, 농협은행 내부 감사가 끝난 뒤 회사 측의 불법성 여부를 따져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올해 들어 농협은행에서 금융사고가 적발된 건 이번이 네 번째다. 3월 부동산 담보 대출 관련 109억 원 규모 배임 사고가 발생했고, 이후 5월에도 부동산 고가 감정으로 초과 대출한 배임 사고 두 건이 추가로 드러났다.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안하늘 기자 ahn708@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