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 수락 해리스 "모든 미국인 위한 대통령…김정은에 비위 안맞춰"

이지현 기자 2024. 8. 23.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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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민주당 전당대회 폐막…트럼프 "해리스, 미국을 가스라이팅" 비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모든 미국인을 위한 대통령이 되겠다"며 오는 11월 예정된 미국 대선에서의 민주당 대선 후보 지명을 수락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향해서는 "스스로 독재자가 되길 원하고 있다"고 비판했고,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곧바로 "해리스가 미국을 상대로 가스라이팅하고 있다"며 반박했다.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22일 (현지시간) 일리노이주 시카고의 유나이티드 센터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 마지막 날 활짝 웃으며 도착을 하고 있다. 2024.08.23 /로이터=뉴스1

22일(현지시간) CNN·뉴욕타임스(NYT)·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을 종합하면 일리노이주 시카고 유나이티드센터에서 개최된 민주당 전당대회(DNC) 넷째 날 행사에서 해리스 부통령은 민주당 대통령 후보 지명을 공식 수락하며 자신을 '모든 미국인을 단결시킬 수 있는 실용적인 지도자'로 소개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이번 선거를 통해 우리나라는 과거의 쓰라림, 냉소주의, 분열적인 싸움을 넘어설 수 있는 소중하고 덧없는 기회를 갖게 됐다"며 "어느 한 정당이나 파벌의 일원으로서가 아니라 미국인으로서 새로운 길을 개척할 기회"라고 말했다. "모든 미국인을 위한 대통령이 될 것을 약속한다"며 "정당과 자신보다 국가를 우선시하고,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 평화로운 권력 이양에 이르기까지 신성한 미국의 기본 원칙을 수호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2기에 대해 경고하기도 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트럼프를 백악관에 다시 앉히는 결과는 매우 심각하다"며 "그가 갖게 될 권력을 생각해 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반대해 상원에서 무산된 이민 협정을 되살리겠다고 했다. 그는 "수십 년 동안 법 집행 기관에서 일했기 때문에 특히 국경에서 안전과 보안의 중요성을 알고 있다"며 "그가 없앤 초당적 국경 안보 법안을 다시 가져와 법으로 서명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해리스 부통령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독재자들은 트럼프가 선거에서 이기길 바라고 있다"며 "북한의 김정은과 같은 독재자, 폭군들에게 비위 맞추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독재자들은 트럼프를 아첨과 호의로 조종하기 쉽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라며 "트럼프는 스스로 독재자가 되길 원하고 있다"고도 했다.

지난해 10월7일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한 것을 규탄하면서 이스라엘의 자위권을 지지한다는 뜻도 밝혔다. 다만 그는 "이스라엘의 안전과 자유를 위해, 가자지구의 고통을 끝내고 팔레스타인 국민이 존엄성을 지킬 권리를 실현할 수 있도록 휴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으며, 인질 석방 및 휴전 협상을 타결할 때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22일(현지시간) 일리노이주 시카고 유나이티드센터에서 개최된 민주당 전당대회(DNC) 넷째 날 행사가 진행되고 있다. /로이터=뉴스1

이날 연설을 위해 무대에 오른 민주당 인사들 사이에선 트럼프 전 대통령의 외교정책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여럿 나왔다. 제이슨 크로우 연방 하원의원은 공화당의 '프로젝트 2025'의 국가안보와 외교정책을 거론하면서 "트럼프가 미국의 동맹국을 버리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약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4장에서 트럼프는 우리 군대를 버리고 참전 용사들을 버리고 원칙을 버릴 것이라고 했다"며 "트럼프는 우크라이나를 버리는 푸틴의 계획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팻 라이언 연방 하원의원 역시 자신이 '웨스트포인트(미국 육군사관학교)' 출신임을 언급하며 "사관생도들은 거짓말, 도둑질, 속임수를 쓰는 것을 금지하는데, 트럼프는 그 규범에 있는 모든 것을 위반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트럼프는 쓰러진 영웅들을 '빨갱이'와 '패배자'로 부르는 도둑"이라며 "차기 대통령은 참전 용사들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을 존중하고, 존엄하고, 품위 있고 진실로 대하는 해리스 부통령 같은 사람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마크 켈리 연방 상원 의원도 "트럼프가 독재자에게 빨려 들어가 스스로 독재자가 되기를 꿈꾸고 있다"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맞서는 나토와 우크라이나를 지지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레온 파네타 전 국방장관은 트럼프 전 대통령을 '고립주의자'라며 "해리스는 미군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하게, 역사상 가장 강력하게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각) 애리조나주 시에라 비스타에 있는 멕시코와의 남부 국경 장벽을 방문해 둘러보고 있다. 2024.8.23.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해리스 부통령 연설 후 곧바로 자신의 SNS '트루스 소셜'에 글을 올려 "해리스 부통령이 미국을 상대로 '가스라이팅' 하려는 것을 보라"며 "해리스 동지 밑에서는 미래가 없을 것이다. 그가 우리를 제3차 핵전쟁으로 몰고 갈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민주당 인사들에게 비난받았던 '프로젝트 2025'에 대해서도 "나와는 관련이 없고, 모르는 것이었다"고 반박했다. 이어 자신이 대통령이었다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절대 시작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며 "해리스는 가자지구의 영구적 휴전을 원하고 있다. 이스라엘을 증오한다"고 덧붙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X'에 질 바이든 여사와 전당대회를 생중계로 지켜보는 사진을 올리면서 "해리스 부통령과 연설 전 통화했다"고 밝혔다.

한편 전당대회 넷째 날은 '우리의 미래를 위하여(for our future.)'라는 테마로 진행됐다. 이날 참석한 수많은 대의원은 해리스 부통령의 연설에 맞춰 여성 참정권 운동의 상징인 흰옷을 입고 대회장을 가득 메워 눈길을 끌었다.

이지현 기자 jihyun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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