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현종의 170이닝 도전, 어쩌면 이번이 마지막?···이범호 감독 “내년부턴 줄여볼까”[스경x이슈]

김은진 기자 2024. 8. 23.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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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타이거즈 제공



양현종(36·KIA)은 지난해까지 9시즌 연속 170이닝 이상을 던졌다. 미국에서 1년 뛰었던 2021년을 제외하면, 에이스로 자리잡기 시작한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한 시즌도 거르지 않고 매년 최소 170이닝을 던졌다.

같이 시작했던 두자릿승수 기록은 지난 시즌을 9승으로 마치면서 ‘8년 연속’에서 끝났지만 양현종의 170이닝 도전은 올해도 10시즌 연속 계속되고 있다. 23일 현재 144이닝을 던졌고 KIA는 26경기를 남겨 놓고 있다. 양현종이 등판할 기회는 5차례 정도 남아 있어 170이닝 도전 여지는 충분하다.

양현종은 지난 21일 통산 최다 탈삼진 1위로 올라선 뒤에도 이 ‘10년 연속 170이닝’에 대한 욕심만은 숨기지 않았다. “7년 연속 달성 때부터 꿈꿔왔던 기록이고, 10년 연속 하게 된다면 그건 정말 앞으로 깨기 힘든 기록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달성하게 되면 스스로 정말 많이 뿌듯할 것 같다”고 했다. 양현종은 이미 2022년 8년 연속 170이닝을 던지면서 프로야구 역사 최초의 기록을 세운 상태다. 그 기록을 10년까지 꽉 채우고 싶은 것이 양현종의 거의 유일한 욕심이다.

양현종의 상징이 된 이 170이닝의 도전을 어쩌면 내년부터는 보기 어려울 수도 있다. 이범호 KIA 감독이 양현종의 ‘이닝 관리’ 계획을 처음으로 드러냈다.

KIA 양현종이 지난해 10월17일 광주 NC전에서 9년 연속 170이닝 이상 투구 기록을 달성한 뒤 마운드를 내려오고 있다. KIA 타이거즈 제공



이범호 KIA 감독은 양현종이 최다 탈삼진 기록을 세운 뒤 지난 22일 “양현종은 진행형 투수다. 앞으로 훨씬 더 많은 삼진을 잡을 것”이라며 그의 투수로서 수명이 아직 한참 남았음을 강조했다. 그리고 “특히 (양현종처럼) 체인지업을 잘 던지는 좌투수는 이닝 수만 조절해주면 더 오래 던질 수 있다. 양현종과도 이야기를 많이 나누고 있다. 10년 연속 170이닝은 스스로 이루고 싶은 소망이 있는 것 같다. 올해 10년째기 때문에, 채우고나면 이제는 이닝 수를 조금 줄여가면서 던지는 것도 선수 생활 하는 데 도움되고 팀에도 더 보탬이 될 수 있다”고 했다.

1988년생인 양현종은 30대 후반으로 접어들었다. 여전히 팀의 에이스이며 리그 에이스급 투구를 펼치면서도 탈삼진, 이닝, 승수 등에서 통산 1~2위에 오르고 있다. 경력이 쌓인 만큼 몸의 나이를 느껴가게 될 시기다. 2007년 데뷔한 이래 부상으로 시즌을 이탈한 적은 한 번도 없고 수술 한 번 받지 않고 통산 2476.1이닝을 던진 양현종이 10년 연속 170이닝에 도전하는 올시즌을 마치고나면 그 투구 이닝을 이제는 조금씩 줄여가며 관리해주겠다는 것이 이범호 감독의 계획이다.

이의리와 윤영철이 모두 부상으로 이탈한 올해 KIA는 여전히 양현종에게 국내 1선발로 의지하고 있다. 시간이 지나 레전드급 기록을 쌓으면서도 1선발급 투구를 펼치고 있기에 올해 더욱 그 진가를 인정받는 양현종은 KIA에 향후에도 계속 필요한 투수다.

KIA 양현종이 지난 21일 광주 롯데전 승리 뒤 이범호 KIA 감독과 하이파이브 하고 있다. KIA 타이거즈 제공



지난 6월 투구 중 갑자기 팔꿈치 이상이 생겼을 때도, 검진 결과 큰 이상은 없었고 양현종은 다음 등판을 정상적으로 소화하겠다고 했지만 이범호 감독은 몇 차례 회의와 면담 끝에 엔트리에서 제외해 열흘간 휴식하게 했다. 양현종이 더 건강하고 멋지게 최고참 투수로서 선수 생활 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내년부터 이닝 관리로 실천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범호 감독은 최근 양현종과 이 부분에 관해 이야기를 나눈 상황이다. 결정된 것은 없지만 감독의 생각은 양현종에게도 전달된 상태다. 다만 양현종은 워낙 이닝 욕심이 많다. 선발로 뛴 이래 이닝이 선발 투수의 가장 중요한 가치라 생각하고 던져온 투수다. 세월의 흐름을 스스로도 체감은 하고 있다. 소화 가능한 이닝이 자연스럽게 감소한다면 개인기록을 위해 억지로 도전을 이어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몸에 특별한 이상이 없고 지치지 않고 던질 수 있다면 굳이 ‘관리’를 받으면서 이닝을 줄이려고 할 투수가 아니다. 양현종의 성향을 잘 아는 이범호 감독은 이에 ‘대화 중’임을 여러 번 강조하기도 했다.

이범호 감독의 ‘관리’는 나이에 따른 부상 우려를 예방하기 위한 차원이다. KIA는 양현종이 마지막까지도 건강하고 꾸준히 던질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다.

이범호 감독은 “많은 고참 선수들이 마지막에 경험했던 모습보다는 잘 정리할 수 있게, 좋은 투수로 남을 수 있는 방향을 찾아보려 한다. 본인이 목표로 했던 꿈을 이루고 그 다음부터는 마지막까지 선수 생활 하는 데 있어 어떤 것이 더 나은 방향인지 본인과 잘 상의하겠다. 지금 양현종과 나누고 있는 대화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했다.

광주 |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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