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랑말랑 '하이드로젤'이 게임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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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들이 말랑말랑한 '하이드로젤'이 사람처럼 1970년대 고전 게임을 할 수 있도록 가르쳤다.
하이드로젤의 게임 실력은 게임을 하면 할수록 향상하기도 했다.
요시카츠 하야시 영국 레딩대 연구원팀은 하이드로젤에 게임 '퐁(Pong)'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성공적으로 가르친 연구결과를 22일(현지시간) 국제 학술지 '셀 리포트 피지컬 사이언스(Cell Reports Physical Science)'에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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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들이 말랑말랑한 '하이드로젤'이 사람처럼 1970년대 고전 게임을 할 수 있도록 가르쳤다. 하이드로젤의 게임 실력은 게임을 하면 할수록 향상하기도 했다. 하이드로젤 같은 합성 소재가 컴퓨터 성능을 높이기 위한 메모리로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다.
요시카츠 하야시 영국 레딩대 연구원팀은 하이드로젤에 게임 ‘퐁(Pong)’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성공적으로 가르친 연구결과를 22일(현지시간) 국제 학술지 '셀 리포트 피지컬 사이언스(Cell Reports Physical Science)'에 발표했다.
콜라겐은 자연에서 발견할 수 있는 대표적인 하이드로젤이다. 하이드로젤은 친수성 고분자가 물속에 분산돼 있는 젤리 형태의 물질이다.
2022년 12월 호주의 생명공학 기업인 ‘코티컬 랩스’가 배양 접시에 키운 뇌세포를 컴퓨터 시스템에 연결해 게임 퐁을 하도록 학습시켰다는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 ‘뉴런’에 실었다. 퐁은 1972년 처음 발매된 고전 아케이드 게임이다. 탁구처럼 화면 이리저리 튀어 다니는 공을 판으로 쳐서 반대편으로 날려 보내면 된다. 판으로 공을 되받아치지 못하면 게임 오버다. 당시 코티컬 랩스는 사람이 게임을 하는 '자극-입력-처리-출력-반응'의 정보 흐름을 뇌세포에 구현했다.
레딩대 연구팀은 코티컬 랩스의 연구에 착안해 뇌세포가 아닌 하이드로젤로 바꿔 퐁을 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친 것이다. 하이드로젤 내부에는 전기를 띠고 있는 이온이 있다. 이온에 전기 자극을 주면 이온이 하이드로젤을 이동하며 물 분자를 끌어당겨 하이드로젤의 모양이 변한다. 이처럼 이온이 움직이면 주변 다른 이온들의 배열에도 차례로 영향을 미친다. 연구팀은 이같은 현상이 물리적으로 하이드로젤이 기억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하이드로젤과 게임의 컴퓨터 시스템을 전극으로 연결했다. 게임 화면을 6개 정사각형으로 나누고 정사각형 하나당 각기 다른 전극을 하나씩 연결했다. 공이 정사각형 중 하나를 통과할 때마다 해당 전극이 하이드로젤에 전기 신호를 보내 이온의 위치가 바뀌도록 했다.
그런 다음 이온의 위치를 감지하는 전극이 이온의 배열이 달라졌다는 것을 측정해 컴퓨터로 전달한다. 컴퓨터는 이를 게임에서 공을 치는 판을 움직이라고 명령하는 신호로 인식했다. 이 과정이 반복될수록 이온의 배열이 바뀌기 때문에 일종의 '기억'이 형성됐다.
이같은 방법으로 하이드로젤에 게임을 하는 방법을 가르쳤더니 실험 초기에는 하이드로젤이 판으로 공을 약 50% 정확도로 쳐냈다. 24분이 흐르자 적중률이 60%로 올랐다. 하이드로젤이 기억을 바탕으로 게임을 더 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연구팀은 "코티컬 랩스가 이용한 뇌세포보다 하이드로젤이 더욱 간단한 시스템으로 게임을 한다"면서 "매우 단순한 재료도 생명체나 정교한 AI와 관련한 시스템을 구현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참고자료>
https://doi.org/10.1016/j.xcrp.2024.102151
[이채린 기자 rini11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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