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셰플러가 골프공 라인을 정렬하지 않는 이유 [임정우의 스리 퍼트]

임정우 기자(happy23@mk.co.kr) 2024. 8. 23.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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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공 라인’ 도움 된다 vs 안 된다
선 의존 안하는 셰플러·임성재·박상현
도움 받는 디섐보·리디아고·마쓰야마
골프공 라인을 정렬하지 않고 퍼트를 한 뒤 최고의 활약을 펼치고 있는 스코티 셰플러. USA 투데이 연합뉴스
골프공에 그려진 선을 정렬하고 퍼트하는 선수와 따로 정렬하지 않는 선수. 프로 골퍼들이 그린 위에서 퍼트하는 장면을 보면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각기 다른 장점과 단점을 갖고 있는 만큼 프로 골퍼들은 자신에게 맞는 방법으로 퍼트를 하고 있다.

골프공에 그려진 선에 의지하지 않는 대표적인 선수는 스코티 셰플러(미국)와 임성재,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 박상현 등이다. 이들은 골프공에 그려진 선을 목표 지점에 겨냥하는 것보다 시각적으로 느껴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해 골프공 라인을 정렬하지 않고 퍼트를 하고 있다.

리디아 고(뉴질랜드)와 브라이슨 디섐보(미국), 마쓰야마 히데키(일본) 등은 목표 지점을 정확하게 겨냥하고 퍼트하는 프로 골퍼들이다. 골프공에 있는 라인과 퍼터 헤드가 향하는 방향이 일치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 선수들은 그린 위에서 골프공 라인 정렬에 각별히 신경쓰고 있다.

남자골프 세계랭킹 1위 셰플러는 2024시즌 그린 위에서 최고의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는 선수 중 한 명이다. 그는 날카로운 퍼트감을 앞세워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6승과 2024 파리올림픽 금메달을 차지했다.

말렛형 퍼터 교체와 어드레스 자세 교정 등과 함께 셰플러가 퍼트의 신으로 거듭날 수 있게 도운 건 골프공에 선을 긋지 않는 것이었다. 셰플러는 “골프공에 선을 긋지 않은 뒤로 퍼트 성공률이 높아졌다. 퍼트를 집어넣기 위해서는 정렬과 스트로크 등이 완벽해야 한다는 완벽주의에서 벗어난 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골프공에 그려진 선을 정렬하지 않은채 퍼트하고 있는 임성재. 매경DB
임성재도 셰플러와 비슷한 이유로 골프공 라인을 정렬하지 않고 퍼트를 하고 있다. 임성재는 “올 시즌 초반에 퍼트가 흔들려 고민하던 중 지금의 방식으로 변화를 주게 됐다. 양손과 눈 등의 감각을 이용해서 그런지 확실히 퍼트가 잘 된다. 당분간은 현재의 방법으로 퍼트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린 위에서 시간을 단축하는 효과도 있다고 밝혔다. 임성재는 “퍼트가 안 되는 날에는 골프공 라인을 정렬하는 시간도 오래 걸린다. 퍼트에 대한 자신감이 없어서 그러는 것 같다”며 “이럴 때는 결정을 빠르게 내리는 게 중요하다. 생각을 단순하게 가져가고 경기 시간까지 단축시키는 장점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통산 상금랭킹 1위 박상현도 골프공 라인에 따로 도움을 받지 않고 있다. 박상현은 “그린 위에서는 상상력을 발휘하는 게 중요한데 골프공 라인을 정렬하면 틀에 박힌 플레이를 할 수밖에 없다. 에이밍이 정확하게 되지 않는 날에는 골프공 라인을 정렬한 상태로 퍼트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감각적인 부분이 떨어질 수 있는 만큼 너무 의존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골프공 라인을 정렬하고 퍼트를 하고 있는 브라이슨 디섐보. USA 투데이 연합뉴스
지난 6월 메이저 대회 US오픈 정상에 올랐던 디섐보는 골프공 라인 정렬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아무리 그린 경사를 정확하게 읽고 거리를 맞춰도 공의 출발 방향이 잘못되면 홀에 들어가지 않는다고 생각해서다.

골프공의 무게 중심이 가운데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소금물에 담갔다가 쓰는 디샘보는 왼쪽 팔뚝을 그립에 밀착시키고 퍼트하는 암록(arm-lock) 퍼터를 사용한다. 직진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만큼 디섐보는 그린 위에 공을 놓을 때도 각별히 공을 들인다.

디섐보는 “골프공에 선을 긋는 이유는 퍼트할 때 어떤 실수가 나오는지 곧바로 확인할 수 있어서다. 골프공에 그려져 있는 라인대로 굴러가면 홀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 퍼트 성공률을 높이고 곧바로 문제점을 알 수 있기 때문에 현재의 방법을 택하고 있다”고 말했다.

2024 파리올림픽 골프 여자부 경기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며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리게 된 리디아 고도 골프공 라인 정렬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프로 골퍼다. 특히 리디아 고는 2m 이내의 짧은 거리에서 퍼트를 할 때 골프공 라인 정렬에 각별히 신경쓰고 있다.

확실한 이유가 있다. 공이 출발 방향이 올바르지 못해 퍼트를 놓칠 때가 종종 있었기 때문이다. 리디아 고를 지도하고 있는 이시우 스윙코치는 “리디아 고의 경우 2m 이내의 훅 라이에서 실수가 많이 나와 목표 지점을 정확하게 겨냥하고 퍼트를 하는 연습을 많이 했다”며 “불안감이 크거나 확신이 없을 때는 골프공 라인을 정렬한 상태에서 퍼트를 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프로 골퍼들을 현장에서 돕고 있는 캐디들은 각 상황에 맞춰 퍼트를 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그린의 경사가 심하지 않거나 명확할 때는 골프공 라인을 정렬하고 반대의 경우에는 감각적으로 퍼트를 하는 것이다. KLPGA 투어 한 캐디는 “한 방법을 고수하는 것보다는 자신이 처한 상황에 맞는 방법을 택해야 한다. 최근에는 퍼트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두 가지 방법을 번갈아 가면서 사용하는 프로 골퍼들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 국내 유일의 골프 선수 출신 기자인 임정우 기자는 ‘임정우의 스리 퍼트’를 통해 선수들이 필드 안팎에서 겪는 이야기들을 생생하게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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