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여정도 울린 아픈 韓 역사...'파친코', 더 깊어진 서사로 돌아온다(종합)
(MHN스포츠 정승민 기자) '파친코'(Pachinko)가 한층 더 깊어진 서사로 돌아온다.
23일 오전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그랜드볼룸에서 애플TV+ 시리즈 '파친코' 시즌 2 프레스 컨퍼런스가 개최됐다. 이날은 윤여정, 이민호, 김민하, 정은채, 김성규가 참석했으며 진행은 방송인 박경림이 맡았다.
동명의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도서를 원작으로 한 '파친코'는 스스로에게 떳떳하게 살기 위해 낯선 땅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온 강인한 어머니 '선자'의 시선을 통해 사랑과 생존에 대한 광범위한 이야기를 4대에 걸친 연대기로 풀어낸 작품이다.
앞서 '파친코' 시즌 1은 크리틱스 초이스 어워즈, 고담 어워즈를 비롯한 세계 유수 시상식을 석권한 바 있다.
이에 이민호는 "시즌 1 때 과분한 사랑을 받았다"고 했고, 김민하는 "두 팔 벌려 환영해 주시고 재밌게 봐주신 것 같아서 좋았다"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시즌 2에서는 한층 깊어진 서사를 그릴 것으로 예고한 출연진들은 각자 작품에 임한 자세를 밝히기도 했다.
먼저 시즌 2를 통해 일본 배우 쿠나무라 준과 호흡을 맞추는 윤여정은 "일본어를 해야 해서 힘들었지만 함께 소통하면서 연기했다"고 했고, 이민호는 "시즌 1이 생존에 관한 이야기였다면 시즌 2는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한층 더 진화된 인물의 인간상을 표현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김민하는 "시즌 1에 비해 시간이 흘렀기 때문에 아들과의 관계도 많이 나타나서 시즌 1에서 생각하지 못했던 모성애에 대해 생각했다. 시즌 2에서는 가족과의 관계성을 다루는 이야기도 많기 때문에 어떻게 성장하는지도 고민했었던 것 같다"고 밝혔다.
이에 더해 김민하는 "한 번도 엄마가 돼 본 적이 없어서 모성애가 숙제였다. 그래서 엄마랑 할머니께 왜 이렇게 나를 사랑하냐고 귀찮을 정도로 물어봤는데 그냥 너라서라고 했을 때 크게 와닿았다. 자연스럽게 감싸주고 싶고 지켜주고 싶다는 처음 접한 감정들이 쌓이면서부터는 깨달은 게 있었는지 편하게 집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정은채는 "아직 적응하지 못하는 상황 속에서 혼란을 겪는 부족한 캐릭터였다면 시즌 2에서는 세월을 조금은 받아들이고 인정하며 그 안에서 많은 것을 내려놓고 적응하는, 강인해지는 모습을 보실 수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특히 김성규는 시즌 2를 통해 새롭게 합류한다. 그는 "오디션을 보는 과정에서 제가 그간 맡았던 역할과는 다른 느낌이 있었다. 함께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너무 기뻤는데 어디에다가 얘기할 수는 없었어서 조용하게 기뻐하며 작품을 준비했다"고 합류 소감을 밝혔다.
이날 출연진들은 등장인물들이 흥겹게 춤을 추는 '파친코' 오프닝 시퀀스에 관한 비하인드를 풀어내기도 했다.
이민호는 "촬영 3일 전에 갑자기 문워크를 하라고 하더라. 무슨 문워크냐고 했더니 시대와 시대를 잇는 오프닝 시퀀스 장면에 넣었으면 좋겠다고 했었다. 그래서 보기에는 어려워 보이지 않지만 3일을 바짝 연습했다"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김민하는 "촬영 직전에 연습하는 영상들이 휴대폰에 많은데, 애기들도 너무 사랑스러워서 기억에 남는다. 음악이 틀어지면 경쟁하는 수준으로 임해서 재미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김성규는 "시청자로 봤을 때 같이 응원하면서 즐길 수 있었지만, 춤을 잘 춰야 하나 걱정하긴 했다. 찍기 전날 엘리베이터에 춤을 추다가 1시간 반 정도 갇혔었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함부로 흔들면 안 되겠더라"라는 아찔한 뒷이야기를 풀어냈다.
극 중 선자와 멜로 라인을 그렸던 이민호는 본인이 맡았던 배역 한수를 둘러싼 팬들의 반응을 인지하고 있다고.
이민호는 "팬분들도 해바레기(해바라기+쓰레기)라고 부르더라. 선자와 처음 만났을 때부터 이건 단순한 사랑 이상의 감정으로 바라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강인한 인간으로서 첫눈에 반했다고 해석했다"며 "사랑보다는 저 사람을 갖고 싶다, 소유하고 싶다는 감정이었다. 그리고 그 시대에는 남녀가 서로를 이해하는 것에 서툴렀고 그럴 필요도 없었던 시대라고 생각해서 선자 반응에 상관 없이 하고 싶으면 한다는 한수의 감정이 우선이었다. 한수가 더 많은 것을 얻게 될 수록 선자에게 집착하게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또한 이민호는 "지금 시대에 한수가 있었다면 좋은 평가를 들을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여 웃음을 안기기도 했다.
이를 들은 김민하는 "첫사랑을 떠나서 세상을 보여준 백과사전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새로운 문을 열어줬던 사람이었기 때문에 사랑으로 정의하기에는 큰 사람이었다"며 "시즌 2 관계도 너무 복잡하고 이 감정은 뭘까, 내 삶에서 없어졌으면 좋겠는데 매일 생각나는 건 뭘까. 선자는 현실적으로 이 사람이 없으면 살아갈 수가 없더라. 그래서 결국 인정하는 순간까지 가는 것 같다. 처음에는 정의를 내리고 싶었는데 안 내려져서 복잡한 마음으로 집중하려고 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파친코'는 OTT를 통해 한국의 아픈 역사를 전 세계에 전하며 의미를 남기기도 했다.
이에 관해 윤여정은 "이 여자는 못 배우고 가난했던 여자인데도 천박하지 않게 살아간다. 정신이 우선인 여자를 표현하는 게 좋았다. 촬영 내내 다른 세대를 사는 인물이기 때문에 많이 호흡을 맞춘 아라이 소지에게 자이니치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는데 어느 순간 울었다. 그리고 내가 이 역사의 뒷이야기를 몰랐던 시대를 살았구나 싶었고 찍는 동안 역사 시간에 배운 것 이외에도 많이 듣고 배웠다"고 감회를 밝혔다.
이민호는 "대본을 봤을 때도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고 관심이 없었던 이야기를 큰 시장에서 관심을 가져준다는 것에 의미와 감동이 있었다. 참여하게 된 이후에는 역사적 소명보다는 선조들의 희생이 있기에 지금 우리가 존재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했다. 역사적 사건을 돌아보고 소외받고 주목받지 못했던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인다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었던 것 같다"고 답했다.
그리고 김민하는 "촬영 준비하면서 너무 많이 배웠고, 내가 많이 모르고 살았다고 자각하게 됐다. 공개 후 사람들의 반응을 봤을 때 너무 감격스러웠다. 결국은 전 세계적으로 통합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는 게 감동이었고 이런 이야기를 더 많이 하고 싶다"고 말했다.
윤여정과 이민호는 시즌 1 분량이 많지 않아 아쉬웠다는 의견도 있었는데, 두 사람은 어떻게 '파친코'에 합류하게 됐을까.
이에 관한 물음에 윤여정은 "소설도 읽어봤는데, 제 역할이 왔을 때 74세 오선자 역할로 왔다. 그때 제가 74살이라 할 만하겠다 싶었다"며 "저는 출연이 적을 수록 좋다. 일은 젊은 사람이 많이 해야지 난 일할 힘이 없다. 후배를 배려하는 게 아니다"라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이민호는 "작품 선택 기준이 분량인 적은 없었다. 이야기 자체도 메시지가 공감이 되고 표현하고 싶은 캐릭터였기 때문에 분량보다는 작품의 메시지를 보고 선택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출연진들은 '파친코'를 통해 해외 제작진과 협업한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김성규는 "시간을 굉장히 정확하게 쟀던 것 같다. 한국에서도 물론 그렇지만 주말과 쉬는 시간에 기뻐하는 모습이 좋았던 것 같다. 세트도 크게 지어지는 모습이 놀랍기도 했는데 한국에서 보지 못했던 것들이 있었다"고 했고, 정은채는 "큰 규모의 세트장에 갔을 때 느껴지는 웅장함과 스케일, 섬세하게 표현된 미술의 규모를 많이 체감했던 것 같다. 다만 연기하는 현장은 비슷했고, 외국 배우들과 함께 현장에 있어서 대화할 때는 여러 갈래가 있었다. 어려웠지만 신선했던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끝으로 시즌 3 가능성에 관해서는 김민하가 "저도 바라고 있다"고 짧게 답하면서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한편, 8편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애플TV+ 시리즈 '파친코' 시즌 2는 23일 첫 에피소드를 시작으로 매주 금요일 한 편씩 공개된다.
사진=MHN스포츠 이현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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