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국가 맞아?” 한국인이 봐도 파격적인 두바이法 3선 [파일럿 Johan의 아라비안나이트]

2024. 8. 23.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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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살고 있는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는 중동의 허브로 전세계 자금과 사람들이 모여드는 곳이다. 이렇게 돈이 모여들고 규제가 느슨하다보면 무슨 일이 생길까. 자연스럽게 이상한 사람들도 많이 들어오고, 때로는 범죄자들이나 검은돈들도 모인다는 것이다.

각종 첨단 기업 투자가들이나 설립자들도 예외가 아니다. 두바이가 중동에서 각종 기업을 유치하고 자금을 투입하고 거래소를 세우기 수월하다보니 최근 몇 년 사이에 이곳에 급격히 많은 사람들이 유입되는 것을 목격하고 있다.

그중에는 고귀한 뜻을 갖고 노동을 하고 투자를 하고 정당한 이익을 가져가는 사람도 있겠지만, 언제나 세상이 그렇듯이 그렇지 않은 사람도 섞여 있고 우리는 그걸 ‘당하기’ 전까진 알 수 없다. 때문에 두바이 현지 뉴스를 보다보면 각종 투자 유치, 기업 설립과 관련해 사기혐의로 외국인이 구속되는 사건이 종종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바이 정부에서는 아직까지는 적극적인 투자 유치와 규제 완화에 조금 더 방점을 둔 듯 하다. 그 과정에서 나올 수 있는 범죄나 부작용 여파는 문제가 예측되는대로 바로바로 수정보완하는 식이다. 의사결정이 빠른 왕정국가이기에 가능한 방식이다.

알아두면 비즈니스를 하거나 현지 생활하는데 도움이 될 법한 UAE 두바이에서 쏟아지고 있는 최근의 파격적인 판례나 법안을 몇 개 소개해보겠다.

1. 급여를 암호화폐로 지급 가능
그림=DALL.E
두바이 법원이 한 회사가 직원의 미지급 임금을 암호화폐로 지급할 수 있도록 판시했다. 불과 며칠전에 나온 따끈따끈한 판례로, 암호화폐를 포함한 디지털 통화의 법적 지위를 강화했다는 의의를 갖는다.

이 사건은 한 직원이 부당 해고를 당했다고 주장하며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직원의 계약서에는 월급이 UAE 디르함과 EcoWatt 토큰이라는 암호화폐로 지급된다고 명시되어 있었고, 법원은 이 계약 내용을 존중해 회사가 직원에게 미지급된 급여를 두 가지 형태로 모두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법원에 따르면 이 사건의 중심에는 고용주가 6개월 동안 직원에게 5,250 EcoWatt 토큰을 지급하지 않은 사실과 부당 해고 문제가 있었다. 그리고 법원은 이 사건을 통해 암호화폐가 급여의 일부로 합법적으로 인정될 수 있음을 명확히 했다.

다만, 이 판결이 UAE의 법정 통화가 디르함이란 사실에 어떠한 영향을 끼치는 것은 아니라고 명확히 했고, 급여 지급은 여전히 UAE 정부 시스템에 등록되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암호화폐로 지급되는 급여는 주택권, 주식과 같은 형태로도 같이 적용될 수 있는 일종의 보너스 부분이라는 의미다.

2. 법원에서 한국어로 혼인 가능
그림=DALL.E
법원에서 아랍어가 아닌 한국어 음성을 들으면서 하는 정식 결혼식이 가능해졌다. 아부다비 민사 가정법원이 UAE에 거주하거나 방문 중인 비무슬림 외국인을 대상으로 결혼식을 올릴 수 있는 법률혼 서비스에서 개원 이후 지금까지 7개 언어로 제공되던 음성 성혼 서약문에 한국어를 추가했기 때문이다.

법률혼은 UAE 민법에 따라 이루어지는 결혼으로, 신랑과 신부 간의 민사 계약을 통해 합법적인 결혼이 이루어진다. 이 결혼은 이슬람 종교적 규범이 아닌 세속적 규정에 따라 진행된다. 부부는 결혼 전 선별검사를 받을 필요가 없고, 아내의 아버지나 보호자의 허가도 필요하지 않다.

이전에는 UAE에서 외국인 비무슬림이 결혼 신고를 하는 것이 어려웠다. 결혼 후에도 부부 관계를 증명할 수 있는 혼인 신고서를 제출하기 위해 고국으로 돌아가 혼인 신고를 하고, 여러번 공증을 받아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한국에서 원본 문서를 발급받고 자국 외교부에서 공증을 받고 현지 UAE 대사관에서 또 공증을 받고 이 문서를 UAE로 가져와 UAE 내무부에서 또또 공증을 받는 식이다. 해외 생활해본 사람은 알 것이다. 이런 모든 과정을 거치다 보면 정말 ‘멘탈’이 나가는 경험을 할 수 있다.

UAE 법원 결혼식은 판사와 결혼 공증인의 주재 하에 진행되며, 사전에 녹음된 성혼 선언문을 듣고 결혼 서약을 한다. 기본적으로 영어로 제공되지만, 부부가 다른 언어를 요청하면 법원이 그에 맞춰 준비를 한다. 법률혼 의식은 음성 성혼 선언문에 따라 혼인 서약을 한 후, 인증샷을 찍고 결혼 계약서에 서명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총 소요시간은 약 10~15분 정도다.

3. 미혼커플 시험관시술 & 불임부부 대리모 가능
그림=DALL.E
지난해 11월부터 두바이에서 미혼 커플도 체외수정(시험관) 시술이 가능해졌고, 불임 부부를 위한 대리모 사용까지 가능해졌다. 또한 체외수정을 할 때 성별 선택도 가능해져서 딸이나 아들 중 특정한 성별을 원하는 가정의 선택권을 높였다. 대한민국은 현재까지 모두 다 불법이거나 관련법 없이 사각지대다.

개정된 출산법에 따르면, 결혼하지 않은 비무슬림 커플이나 무슬림-비무슬림 커플도 두 사람의 이름으로 자녀를 등록하는 데 동의하면 체외수정 시술을 신청할 수 있게 됐다. 반면 무슬림-무슬림 부부는 시술 전 반드시 결혼증명서를 제출해야 한다. 다만, 동성 커플의 경우 체외수정 시술은 허용되지 않는다.

불임 부부를 위한 대리모 역시 이번 개정에서 합법화됐다. 이전까지는 대리모를 통한 출산이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었으나, 새로운 법에서는 이러한 조항이 삭제되어 각 토후국이 자체적인 대리모 규정을 제정할 수 있게 됐다. 현재까지 중동 지역 대부분에서 대리모는 여전히 금지되어 있다.

이번 법 개정의 배경에는 UAE 내 미혼 커플의 증가, 체외수정 시술에 대한 사회적 수용 증가, 그리고 불임률 증가 등이 있다. 또한 이 법으로 인해 자국 내 거주자들 외에도 더 많은 의료 관광객과 방문객을 유치할 수 있는 가능성을 높여줄 것으로 UAE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 참고

· UAE 사법부 홈페이지, uaelegislation.gov.ae/en

· 아부다비 민사법원 홈페이지, www.adjd.gov.ae

· 둘라의 아랍 이야기, dullahbank.com

·《The National》, Marriage, divorce and inheritance in the UAE: Everything you need to know, https://url.kr/es6946

[원요환 UAE항공사 파일럿 (前매일경제 기자)]

john.won320@gmail.com

아랍 항공 전문가와 함께 중동으로 떠나시죠! 매일경제 기자출신으로 현재 중동 외항사 파일럿으로 일하고 있는 필자가 복잡하고 생소한 중동지역을 생생하고 쉽게 읽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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