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 10만 마리 폐사" 펄펄 끓는 부산바다에 어민·상인 '절규'
28~30도 오르내리는 바닷물에 한때 '고수온경보' 발령
"올해 유달리 높은 수온…고기 안 나" 지역 어촌계도 조업 중단
유례없는 고수온 현상이 이어지면서 부산 기장군 양식장에서도 10만 마리가 넘는 양식어류가 폐사했다. 부산 앞바다에서는 해파리 떼가 기승을 부리면서 어민들이 조업을 중단하는 등 피해가 커지고 있다.
23일 부산 기장군에 따르면 지난 17일부터 21일 사이 일광읍과 기장읍 등 지역 양식장 5곳에서 양식 어류 10만 636미가 폐사했다. 강도다리가 9만 1323미로 대부분이었고, 넙치도 9313미 폐사했다.
헤양수산부의 자연재해 복구비용 산정 기중에 따라 집계액 피해액은 불과 닷새 만에 8547만 원에 달했다.
기장군은 수온이 급격히 올라가면서 양식 어류 폐사가 잇따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앞서 국립수산과학원은 지난 16일 기장 연안 수온이 29.3도까지 올라 고수온주의보를 경보로 상향 발령했다. 고수온경보는 3일 이상 바닷물 온도가 28도를 유지할 경우 발령된다.
기장 연안 수온은 지난 14일부터 19일까지 28~30도를 오르내리다 태풍 종다리가 통과한 전날에야 15.9도까지 내려갔다.
양식장에서는 산소 발생기를 가동하는 등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역부족이라고 토로했다.
넙치 양식장을 운영하는 신일근(70·남)씨는 "며칠 사이에 4~5t 상당의 넙치가 폐사했고 이제 남은 고기가 얼마 없다. 그마저도 입을 쩍 벌리고 흐물흐물하다"며 "고수온에 취약한 인근 강도다리 양식장은 피해가 더 크다. 거의 전멸"이라고 상황을 전했다.
이어 "여름철 고수온으로 인한 피해는 매년 어느 정도 보지만 올해는 유독 심하다. 수온이 최고 31.8도까지 올라갔다"며 "30년 넘게 양식장을 운영하고 있지만 이렇게까지 수온이 올라간 건 처음이다. 이렇게까지 올라가버리면 방법이 없다"고 막막한 심경을 전했다.
기장군은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액화산소공급기와 액화산소통, 면역증강제 등을 지원하고 있다. 또 국립수산과학원 등과 피해합동조사반을 꾸려 정확한 피해 규모를 조사한 후 피해 어가에 재난지원금을 지급할 계획이다.
기장군 관계자는 "전날부터 수온이 떨어지면서 폐사량은 줄고 있지만 피해 신고는 계속 들어오고 있다"며 "국립수산과학원과 기장수협, 어업인 등과 피해합동조사반을 꾸려 정확한 피해 규모를 집계한 후 재난지원금 등을 지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고수온으로 인해 어획량이 줄면서 부산지역 어민과 상인들 사이에서도 피해를 호소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해운대구 미포 어촌계에서는 이달 조업을 중단한 상태다. 예년 같았으면 한창 광어를 잡을 시기이지만 고수온 현상에 해파리까지 기승을 부리면서 어군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어민들은 드물게 어망에 걸리는 물고기마저도 대부분은 죽은 채 발견되고 있다고 호소했다.
윤갑수 미포 어촌계장은 "원래 1년 내내 조업을 한다. 여름철엔 통발로 문어를 건지고 광어를 잡으러 다니는데 올해 유달리 높은 수온에 해파리도 많이 나오면서 고기가 안 난다"며 "어망에 한 마리 걸려도 다 죽은 상태다 보니 어민들이 조업을 안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수산물 시장 상인들도 울상을 짓고 있다. 중구 자갈치시장 상인들은 고수온으로 어군 자체가 잘 형성되지 않는 탓에 어획량이 큰 폭으로 줄면서 수산물 가격 단가가 오르고 있다고 전했다.
한 자갈치시장 상인은 "해수면 온도 때문에 고기나 오징어가 잘 안 난다. 많이 잡혀야 단가가 낮아질 텐데 한 달 사이에 상자당 1만 원씩 가격이 오르고 있다"며 "날도 더워 손님도 없다 보니 얼음값조차 감당이 안 돼서 대부분 상인들이 장사하러 안 나오고 있다. 시장 와보면 문 닫은 곳이 더 많다"고 말했다.
연일 지속되는 폭염에 고수온 현상도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여 피해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국립수산과학원 관계자는 "태풍 종다리 통과 이후 냉수대가 발생하면서 잠깐 수온이 떨어졌지만 다시 오르고 있다"며 "당분간 폭염이 이어지면서 대기에 있는 열이 바닷물로 전도돼 고수온 현상이 지속될 걸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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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CBS 김혜민 기자 min@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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