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세 남녀의 위태롭고도 감미로운 환승연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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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주는 거리에서 대학 동창 재하를 우연히 마주친다.
태주는 갑작스러운 만남이 별로 달갑지 않지만 "다음에 만난다 해도 그날이 되면 또 오늘이에요"라는 명의 우아한 농담에 마음이 넘어가 버리고 만다.
태주와 명 사이에 새로운 사랑이 일기 시작하면서 그 전의 명과 재하의 위태롭던 사랑은 끝을 맺게 되고, 새롭게 찾아온 사랑을 마음껏 누리는 연인은 복에 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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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용래 기자 = 태주는 거리에서 대학 동창 재하를 우연히 마주친다. 그 옆에는 늦은 오후의 빛을 받아 환하게 빛나는 여자 '명'이 있다. 태주는 갑작스러운 만남이 별로 달갑지 않지만 "다음에 만난다 해도 그날이 되면 또 오늘이에요"라는 명의 우아한 농담에 마음이 넘어가 버리고 만다.
벚꽃잎이 날리던 봄밤의 술자리 뒤 셋은 함께 어울리기 시작하고, 자신의 연인인 명에게 "태주 어때?"하며 은연중에 도발하는 재하가 태주는 가끔 못마땅하다. 하지만 명의 묘하게 끌리는 말 한마디에 어느새 못 이기는 척 그들과 함께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또다시 태주는 재하에 대해 부러움 이상의 부러움을 느끼며 사랑의 레이스가 시작될지 모르겠다고 직감한다.
박현욱의 장편소설 '원할 때는 가질 수 없고 가지고 나면 원하지 않아'는 30대 세 남녀가 통과하는 사랑의 소멸과 탄생에 관한 이야기다.
태주와 명 사이에 새로운 사랑이 일기 시작하면서 그 전의 명과 재하의 위태롭던 사랑은 끝을 맺게 되고, 새롭게 찾아온 사랑을 마음껏 누리는 연인은 복에 겹다. 그리고 새 연인은 '아무렇게나'가 아닌 '우리의 방식'으로 함께 가보기로 한다.
"아무렇게나도 좋지만 어떻게든 나하고 같이 가봐요. 커피 내리는 방식이 다양해서 아무렇게나 내려도 된다지만 그중에서 좋아하는 커피 맛이 나오는 방식이 있을 거잖아요. 그러니까 우리도 우리의 방식으로 같이 가봐요. 어떻게든."
그러나 갓 탄생한 사랑의 행복이 영원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두 사람 사이에서 재하의 흔적은 사라질 듯 사라지지 않고, 새로 시작한 태주와 명의 사랑도 어김없이 위기를 맞는다.
요즘 말로 이른바 '환승연애'의 숨죽이는 순간들과 세 남녀 사이 기류의 미세한 떨림 같은 것들이 박현욱 작가의 섬세하고 감각적인 문장으로 전해진다.
이 작품은 과작(寡作)인 작가가 자신의 마지막 장편이었던 '아내가 결혼했다'(2006) 이후 18년 만에 내놓은 장편소설이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이 소설도 두 남자와 한 여자라는 인물 구도를 내세웠는데 이번에는 사랑과 관계에 관한 아포리즘이 가득하다. 길지 않은 분량에 복잡할 게 없는 스토리에서도 작가가 오랜 시간 고르고 골랐을 문장과 표현들이 반짝거린다. 이제 막 사랑을 시작했거나 이별을 통과하는 이들이라면 밑줄을 그으며 공감할 대목이 많다.
복잡미묘한 심경 변화를 묘사한 문장도 좋지만, 태주와 명 사이의 아래와 같은 담백하지만 강력한 대화가 더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보고 싶어요"
"그런 낯간지러운 말을 참 잘도 하네요"
"거북한가요?"
"듣기 좋아요. 또 해봐요"(115쪽)
문학동네. 172쪽.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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