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한달’ 한동훈 “당내 장악력?…이견 좁혀가는 과정이 진짜 정치”

‘격차 해소’를 달 탐사에 비유…“가능성 없어 보이지만 결국 가지 않나”
“저는 낙관론자…여야 대표 회담 추진해서 정치 복원할 것”

(시사저널=박나영 기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8월2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형법 제98조 개정 입법토론회'에 참석한 뒤 나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23일 "약자만을 위한 정책이 아니라 꼭 필요한 곳, 우선순위를 둬야 할 곳에 집중해서 정교하고 과감하게 지원하는 것이 격차 해소 정책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한 대표는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청년 지도자 양성 프로그램' 수료식에서 대표 취임 한 달 소회를 밝히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파이를 키우고 성장해 우상향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면서도 "다만 지금 이 시점의 대한민국에서는 파이를 공정하고 치우치지 않게 잘 나누는 격차 해소에도 중점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어쩌면 격차 해소는 달을 보는 것과 같다. 멀리 있고 실현 가능성이 없는 목표처럼 보이지만 결국 우린 달에 가지 않나"라면서 '쉽기 때문이 아니라 어렵기 때문에 달 탐사에 도전하는 것'이라는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의 어록을 인용하기도 했다.

한 대표는 취임 이후 한 달간 당의 체질 개선을 위해 정치 공방을 자제해왔다고 밝혔다. 그는 "당장 앞으로 선거가 없는 걸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당의 체질을 개선하고 체력을 보강하고 당의 정치적 목표를 차분히 다시 생각하고 정비·조정하는 일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기 위해 최대한 정치 공방을 자제했다. 제가 여기까지 오게 된 이유 중 하나는 지지자들이 보기에 제가 잘 싸운다는 것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저는 잘 안 참는다. 그런데 지난 한 달간 많이 참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치 공방 불씨를 계속 살려서 온도를 높여가는 것보다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같은 민생을 여야 정치의 전장으로 만드는 것이 우리 정치를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 대표는 25일로 예정됐다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코로나 확진으로 연기된 여야 대표 회담에 대한 기대감도 드러냈다. "여야 대표 회담이 11년 만이라고 하던데 (회담을) 추진해서 정치를 복원해보려고 한다"며 "이재명 대표가 빨리 쾌차해서 우리 회담을 생산적으로 이끌어내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는 비관적인 낙관론자"라며 "현실은 낙관적이지 않지만 결국은 다 잘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도 말했다.

그는 또 참석자들에게 "정치를 하는 사람이 후질 순 있지만 정치 자체가 중요하고 목소리를 내야 한다", "우물을 깊이 파려면 넓게 파야 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행사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난 한 대표는 '당내 장악력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 "민주당처럼 한 명이 이야기하는 대로 무조건 따르는 게 정상적인 건 아니다"라며 "이견이 있는 부분은 투명하게 좁혀가는 과정이 진짜 정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는 이견을 존중할 것이고, 제 답이 맞는다고 생각하면 끝까지 관철하기 위해 노력하겠지만, 상대의 말이 옳다면 얼마든지 설득당할 용의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