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바다 건너서" 한국계 교토국제고, 창단 첫 고시엔 우승…무사 만루 끝내기 위기 극복 [속보]

신원철 기자 2024. 8. 23.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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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토국제고 선발투수 나카자키 루이는 결승전에서 9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9회말 2사 만루 승부처에서 뜬공 유도에 성공했다. ⓒ 연합뉴스
▲ 고시엔구장. ⓒ 신원철 기자

[스포티비뉴스=신원철 기자] '동해바다'를 교가에 넣은 한국계 학교 교토국제고등학교가 창단 후 첫 고시엔 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한국계 학교인 교토국제고는 일본 효고현 니시노미야시 고시엔구장에서 열린 '제106회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고시엔 대회)' 간토다이이치(관동제일)고등학교와 결승전에서 연장 10회 승부치기 끝에 2-1로 이겼다. 에이스 나카자키 루이의 9이닝 무실점 역투에 이어 연장 10회 무사 만루 기회에서 밀어내기 볼넷과 희생플라이로 점수를 뽑았다. 교체 출전한 니시무라 잇키는 무사 만루를 만드는 안타와 연장 10회 1실점 투구로 우승을 이끌었다.

기네모토 유고(3학년 좌익수)와 미타니 세이야(3학년 2루수)가 테이블세터를 맡았다. 사와다 하루토(3학년중견수)와 후지모토 하루키(3학년 유격수), 하세가와 하야테(2학년 우익수)가 중심타순에 배치됐다. 그 뒤로 다카기시 에이타로(3학년 1루수)와 오쿠이 소다이(3학년 포수), 시미즈 우타(2학년 3루수), 그리고 9번타자 투수로 나카자키가 선발 출전했다.

▲ 교토국제고 선수들. ⓒ 연합뉴스

양 팀 모두 첫 우승에 도전하는 만큼 장외 응원전이 더욱 치열했다. 니시와키 다카토시 교토부지사가 결승전을 직관했다. 간토다이이치고는 올해 세계학생치어리더선수권대회에서 준우승한 치어리더부를 앞세워 응원전에 나섰다. 극우인사로 분류되는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도 고시엔구장에 방문했다.

일본 언론에서는 이번 결승전을 '투수력의 교토국제고'와 '수비력의 간토다이이치고'의 맞대결로 봤다. 경기는 예상 그대로였다. 나카자키의 역투를 앞세운 교토국제고도, 더 많은 주자를 내보내고도 실점을 막아낸 간토다이이치고도 8회까지 점수를 내지 못했다.

교토국제고는 3회 2사까지 간토다이이치고 선발에 막혀 출루하지 못하고 있었다. 3회 2사 후 선발투수 나카자키가 중전안타를 치면서 첫 출루에 성공했다. 이어 1번타자 가네모토가 연속 안타를 치면서 처음 득점권 기회를 잡았다. 그러나 미타니의 유격수 땅볼이 나오면서 선취점에 실패했다.

5회에는 1사 후 오쿠이의 2루타가 터지면서 또 한번 기회가 찾아왔다. 2사 후 나카자키가 유격수 내야안타로 출루해 3루까지 주자가 진루했다. 이번에는 가네모토가 유격수 땅볼을 치면서 또 한번 기회가 무산됐다.

6회가 더 아쉬웠다. 교토국제고는 2번타자 미타니와 3번타자 사와다의 연속 안타로 무사 1, 2루에 주자를 내보냈다. 후지모토의 희생번트로 1사 2, 3루가 됐지만 짧은 중견수 뜬공, 삼진이 이어지면서 절호의기회를 놓쳤다.

교토국제고는 여러 차례 기회를 살리지 못했지만 나카자키의 8이닝 4피안타 1볼넷 5탈삼진 무실점 호투로 9회초를 앞두고 0-0을 유지할 수 있었다. 9회에는 후지모토의 중전안타와 1사 2루에서 나온 대타 핫토리 후마의 뜬공으로 2사 3루까지 승부를 끌고갔다. 오쿠이가 몸에 맞는 공으로 걸어나가면서 2사 1, 3루가 됐다. 시미즈의 3루수 땅볼로 교토국제고의 정규이닝 마지막 공격이 끝났다.

8회까지 91구를 던지며 무실점 호투를 펼치던 나카자키는 9회말 선두타자 나루이 사토시에게 초구에 몸에 맞는 공을 던지고 말았다. 허탈한 웃음을 지으며 다시 마운드에 오른 나카자키는 희생번트 후 1사 2루 끝내기 위기에 몰렸다. 4번타자 다카하시 뎃페이를 중견수 뜬공으로 막고 큰 고비를 넘겼고, 5번타자 에치고 슌스케를 자동고의4구로 거르면서 1루를 채웠다.

계속된 2사 1, 2루 위기. 여기서 교토국제고 선수들이 마운드에 모여 마지막 의지를 다졌다. 고지마 소오의 유격수 땅볼이 실책으로 이어지면서 베이스가 가득 찼다. 나카자키의 투구 수는 101구가 됐다. 나카자키는 구마가이 슌노스케에게 좌익수 쪽 잘 맞은 라인드라이브를 허용했으나 가네모토가 팔을 쭉 뻗어 잡아냈다.

▲ 결승전을 위해 고시엔구장에 도착한 교토국제고 선수들. ⓒ 연합뉴스

결국 두 팀은 연장 승부치기로 창단 첫 우승의 주인공을 가리게 됐다.

나카자키의 9이닝 무실점 역투는 헛되지 않았다. 교토국제고는 연장 10회 승부치기에서 대타 니시무라 잇키의 좌전안타로 무사 만루 기회를 얻었다. 니시무라는 나카자키의 대타로 나와 안타를 쳐냈다. 가네모토가 밀어내기 볼넷으로 기어코 선취점을 냈다.

7회부터 올라와 무실점 호투를 펼치던 간토다이이치고 투수 사카이 하루는 무사 만루의 압박감을 안고 풀카운트 승부를 펼쳤지만 결국 6구째 공이 그라운드에 박히는 볼이 됐다. 선취점을 내준 뒤에는 투수를 바꾸고, 내야수 배치도 바꾸면서 최소 실점을 위해 애썼다.

그러나 교토국제고는 가볍게 추가점을 올렸다. 미타니가 우익수 희생플라이를 날려 2-0이 됐다. 사와다의 중전안타로 다시 1사 만루 기회가 계속됐다. 후지모토의 2루수 땅볼로 홈에서 3루주자가 잡히고, 하세가와가 중견수 뜬공으로 잡히면서 교토국제고의 공격이 마무리됐다.

나카자키의 대타로 나와 안타를 친 니시무라가 10회말 그대로 마운드를 이어받았다. 이치카와 아유무의 희생번트 시도가 실책으로 이어지면서 교토국제고 역시 무사 만루 위기에 놓였다. 2점 리드를 안고 던진 니시무라가 1점과 아웃카운트를 맞바꿨다. 1실점 뒤 볼넷으로 1사 만루가 됐지만, 땅볼 유도로 3루 주자를 홈에서 잡아 2사 만루를 만들었다.

마지막 승부. 니시무라는 초구 스트라이크로 기선을 제압한 뒤 볼카운트 1-2로 유리한 위치를 선점했다. 4구째가 사카모토 신타로의 헛스윙을 끌어냈고, 교토국제고의 창단 첫 우승을 완성하는 끝내기 삼진으로 이어졌다.

▲ 교토국제고 응원단.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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