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계 교토국제고, ‘꿈의 무대’ 日 고시엔 정상에 섰다
재일한국계 교토국제고가 사상 첫 고시엔 정상에 섰다. 교토(京都)국제고는 23일 일본 효고현 니시노미야시 고시엔 구장에서 열린 도쿄 간토다이이치(關東弟一)고와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별칭 고시엔) 결승에서 0-0으로 정규 이닝 9회를 마무리하고 연장 승부치기에 돌입했다. 연장 승부치기에서 양팀은 무사 1-2루 상태로 공격을 시작한다.
여기서 10회초 교토국제고가 안타와 볼넷, 희생플라이 등을 묶어 먼저 2점을 냈다. 10회말 간토다이이치고 반격도 만만치 않았다. 1점을 만회해 2-1로 추격한 다음, 다시 2사 만루. 여기서 교토국제고 투수 니시무라 잇키는 2스트라이크 1볼에서 절묘한 슬라이더를 포수 미트에 꽂으면서 삼진을 잡아 감격스런 우승 포효를 터뜨렸다. 2대1 승리. 고시엔(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결승이 연장까지 이어진 건 2006년 이후 18년 만. 2018년 도입한 승부치기 제도가 결승에서 치러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교토국제고는 고시엔 본선 1차전에서 7대3으로 이긴 뒤 2차전부터 8강전까지 세 경기 연속 4대0으로 상대를 압도했다. 지난 21일 준결승전에서는 아오모리야마다고교에 2점을 먼저 내주고 끌려가다 3대2 역전승을 거두고 결승에 올라왔다. 결승 대진은 일본 현 수도 도쿄와 옛 수도 교토 소재 학교 간 맞대결로도 색다른 관심을 모은 바 있다.
이날 경기가 끝나고 고시엔 구장에는 또다시 교토국제고 한국어 교가가 울려 퍼졌다. “동해 바다 건너서 야마도(大和) 땅은/ 거룩한 우리 조상 옛적 꿈자리/ 아침 저녁 몸과 덕 닦는 우리의/ 정다운 보금자리 한국의 학원” 더그아웃에서 교가 제창을 마친 교토국제고 선수단은 그라운드로 달려가 우승 감흥을 다시 즐겼고, 외야 부근 3루 관중석을 가득 메운 응원단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교토국제고 고마키 노리츠구(41) 감독은 “(1999년) 야구부가 창단되고 나서 우리에겐 여러 드라마가 있었지만, 오늘 이 대단한 고시엔 구장에서 아이들이 우승한 모습을 보여주게 돼 너무 기쁘다”며 “괴로운 부분도 있었지만 경기를 잘 이겨낸 나카자키, 니시무라 두 투수들에게 특히 감사하다”고 말했다. 야구부 주장 후지모토 하루키는 “지금 이곳에 서 있는 게 꿈만 같다”며 “오늘 우승은 우리끼리 따낸 게 아닌, 지금까지 우리를 응원해준 모든 분들과 다함께 이뤄낸 것”이라고 말했다. 교토 지역 고교가 고시엔(여름) 우승을 한 건 1956년 헤이안고교 이후 처음이다.
박철희 주일 한국대사는 “한일 협력을 상징하는 교토국제학원은 이번 대회 우승으로 한일 양국 국민에게 가슴 깊이 간직될 빛나는 감동을 선물했다”며 “우승을 발판으로 삼아 앞으로도 교토국제학원이 더욱 큰 영광의 역사를 계속해서 만들어 주기를 기원한다”고 밝혔다.
교토 히가시야마구에 자리한 교토국제고는 1947년 재일 교포들이 자발적으로 돈을 모아 설립한 교토조선중학교에 뿌리를 두고 있다. 야구부가 명문으로 발돋움하고, 최근 K팝(한국 대중음악) 등 한국 문화에 관심 있는 학생들 지원도 늘어나면서 현재 전교생 160여명 중 90% 가량이 일본인이라고 한다. 학생들은 입학하면 주 3~4시간씩 한국어를 배운다. 한국어로만 진행하는 수업도 꽤 있다. 백승환 교장은 “올 4월 한국어능력시험에 응시한 학생 10여 명이 전원 합격증을 땄다”고 했다.
야구부 창단은 1999년. 2021년 교토 대표로 고시엔에 처음 진출, 4강까지 오르는 파란을 일으켰다. 2022년에도 고시엔 본선에 올랐으나 1회전에서 졌다. 지난해는 고시엔 본선행 티켓을 얻지 못했다. 교토 지역 예선은 73개팀이 출전한다. 1팀만 고시엔에 나갈 수 있다.
한국 프로야구 KIA 구단은 지난 3월 교토국제고 야구부가 낡은 공에 테이프를 감아 재활용하는 등 장비 부족으로 애를 먹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퓨처스캠프(2군)에서 쓰던 공 1000개를 기증하기도 했다.
☞고시엔(甲子園)
일본 효고현 니시노미야시에 있는 야구 구장 이름. 개장 연도가 육십갑자상 ‘갑자(甲子)년’인 1924년이었기 때문에 이런 이름을 붙였다. 올해가 개장 100주년이다. 매해 3월 ‘선발고교야구대회(마이니치신문 주최)’와 8월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아사히신문 주최)’가 열리는데, 이를 각각 ‘봄 고시엔’과 ‘여름 고시엔’이라고 통칭한다. 32교가 나오는 봄 고시엔에 비해 47도도부현(광역자치단체)별로 1개교(훗카이도와 도쿄도 2개)씩 49교가 출전하는 여름 고시엔이 더 큰 행사로 꼽힌다. 고시엔은 일본 프로야구 한신 타이거스 홈구장이기도 하다.
🌎조선일보 국제부가 픽한 글로벌 이슈! 뉴스레터 구독하기 ☞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275739
🌎국제퀴즈 풀고 선물도 받으세요! ☞ https://www.chosun.com/members-event/?mec=n_quiz
🔴당신이 궁금해 할 일본 이야기, 방구석 도쿄통신 뉴스레터 구독하기 ☞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275745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부하 위증으로 '채동욱 뒷조사 누명' 쓴 공무원, 손배소 승소
- 기상청 “북한 함경북도서 규모 3.1 지진…자연지진으로 분석”
- 커플템·와인바 목격담에… 정우성·신현빈 ‘13살 차 열애설’ 해명
- “남은 의료진이 좀 더 일하겠습니다”...아주대병원 소아응급실, 토요일 정상 진료 재개
- 미 전문가 “美, 北 대화하려면 우크라전 끝내 돈벌이 차단해야”
- 트럼프 1기 핵심 참모 볼턴 “트럼프 취임 직후 평양 가도 놀랍지 않아”
- “담배 만져본 적도 없다”… 폐암 4기 시한부 판정 받은 50대 女, 원인은?
- 검찰, “‘왜곡 여론조사 의혹’ 업체 明 소유 아니다” 녹취 확보
- 멋쟁이들의 핫템 “칼票 양담배 어디 없나요?”
- 北 통신교란으로 여객선·어선 수십척 GPS 오작동…인명 피해는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