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달과 달짝지근[한성우 교수의 맛의 말, 말의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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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서리가 쳐질 정도로 단맛이 느껴질 때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농익은 꿀을 한 숟갈 떠서 한입에 먹었을 때의 느낌을 방언에서는 '달치다'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달달하다와 달짝지근하다 모두 '달다'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것인데 '달'을 반복한 '달달하다'는 아무래도 '달달 떨다'에 쓰이는 '달달' 때문에 새로운 단어로 자리 잡는 데 저항감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들 또한 달달하고 달짝지근한 맛을 제공하고자 늘 애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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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서리가 쳐질 정도로 단맛이 느껴질 때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농익은 꿀을 한 숟갈 떠서 한입에 먹었을 때의 느낌을 방언에서는 ‘달치다’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렇게 ‘달칠’ 정도의 단맛은 그리 즐거운 맛은 아니다. 달지만 괴롭지는 않은 맛, 설탕 범벅을 먹어 몸에 죄를 짓는 것은 아닌 정도의 기분 좋은 단맛을 우리는 원한다. 우리는 이때 ‘달달하다’와 ‘달짝지근하다’를 쓴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당연히 사전에 올라 있어야 할 것 같은 ‘달달하다’가 사전에 없다. 사전에 없다는 것은 표준어가 아니라는 뜻이다. 사투리이거나 신조어란 말이다. 그런데 ‘달달하다’가 특별히 어느 한 지역에서만 쓰이는 말은 아니다. 그렇다면 신조어일 듯한데 과연 그럴까? 신문을 찾아보니 1990년대 이후에야 나오기 시작한다. ‘덜덜’의 작은말로 ‘달달’이 많이 쓰이긴 하는데 ‘달달하다’는 잘 쓰이지 않았다.
이에 반해 ‘달짝지근하다’는 사전에도 실려 있고 꽤나 오래전부터 널리 사용되어 왔다. 오죽하면 노총각 ‘철벽남’과 대학생 딸을 둔 미혼모의 연애를 다룬 영화까지 만들어졌을까. 달달하다와 달짝지근하다 모두 ‘달다’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것인데 ‘달’을 반복한 ‘달달하다’는 아무래도 ‘달달 떨다’에 쓰이는 ‘달달’ 때문에 새로운 단어로 자리 잡는 데 저항감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사전이나 규범을 찾아보면 생각만큼 달달하거나 달짝지근하지 않다는 것을 종종 느끼게 될 것이다. 기대했던 뜻풀이가 아니거나 자신이 옳다고 여겼던 것과 다른 맞춤법 규정은 그나마 낫다. ‘달달하다’나 ‘둘레길’은 아예 사전에 올라 있지도 않고 규범을 봐도 ‘둘레길’은 어떻게 발음해야 할지 알기 어렵다. 그러나 사전과 규범을 만드는 이들의 노고를 생각하면 지나친 분노는 삼가는 것이 좋겠다. 그들 또한 달달하고 달짝지근한 맛을 제공하고자 늘 애쓴다.
인하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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