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현 선대회장 26주기…SK, 조용한 추모 속 경영 철학 재조명
오는 26일 최종현 SK그룹 선대회장 26주기
별도 행사 없이 경영 메시지만 짧게 전할 듯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SK그룹이 고(故) 최종현 선대회장 26주기를 앞두고 있다. 회사는 예년과 같이 추모 행사를 열지 않는 가운데, 내부적으로 최 선대회장의 경영 철학이 담긴 메시지를 전하며 조용히 넋을 기릴 방침이다.
23일 재계에 따르면 SK그룹은 오는 26일 최 선대회장 26주기와 관련해 그룹 차원의 별도 추모 행사를 준비하지 않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최재원 수석부회장 등 가족들만 조용히 고인을 추모할 것으로 보인다. SK그룹은 지난 2018년 최 선대회장 20주기를 맞아 워커힐 호텔에서 대대적인 추모 행사를 연 뒤 기일이 아닌 창립기념일에 창업주와 선대회장을 함께 기리고 있다.
회사 내부적으로는 사업장에 설치된 스크린 등을 통해 최 선대회장의 경영 메시지를 짧게 전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선대의 경영 철학을 되새기는 시간이다. SK를 넘어 재계 리더였던 최 선대회장은 생전 많은 어록을 남겼다. SK그룹은 지난해 창립 70주년을 맞아 창업주·선대회장 어록집을 발간하기도 했다. 여기에는 "첫째도 인간, 둘째도 인간, 셋째도 인간", "도전하는 자가 미래를 지배한다" 등 최 선대회장의 경영 철학을 엿볼 수 있는 메시지가 담겼다.
1962년 선경직물 부사장으로 SK에 합류한 최 선대회장은 1973년 형인 최종건 창업주가 40대의 젊은 나이로 별세하자 기업 경영을 맡았다. 1980년 대한석유공사(유공)를 인수하고 1991년 울산콤플렉스를 완공해 '석유에서 섬유까지 완전 수직계열화' 목표를 달성하는 등 그룹 성장의 기반을 마련했다. 이후 미래 먹거리를 고민하던 그는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정보통신기술(ICT) 사업에 투자하며 또 한 번 도약할 기회를 찾았다. 수차례 도전한 끝에 김영삼 정부 시절인 1994년 한국이동통신을 인수하며 어렵게 이동통신 사업에 진출한 최 선대회장은 시세보다 비싼 가격(4271억원)과 관련한 비판 여론에 "회사가 아닌 미래를 샀다"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한국이동통신은 현재 SK텔레콤이라는 이름으로 국내외 ICT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SK의 성장 동력으로 꼽히는 바이오 사업도 최 선대회장의 유산으로 거론된다. 1993년 제약(Pharmaceutical)의 영어 단어 첫음절을 딴 'P 프로젝트'를 통해 바이오 사업을 본격화한 최 선대회장은 신약 산업의 최전선인 미국 뉴저지에 연구소를 설립하고 국내에도 별도의 연구팀을 구성하는 등 과감한 투자를 이어 나가며 SK 바이오 사업의 초석을 다졌다.
최 선대회장은 1993년부터 전경련(현 한경협) 회장을 맡아 재계를 이끌기도 했다. 1990년대 중후반 IMF 외환위기 극복의 구심점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당시 폐암 수술을 받은 상태에서 산소호흡기를 달고 정부를 향해 비상조치를 요구하고, 전경련 회장단 회의에도 참석하는 등 병마와 싸우면서도 '경제 살리기'에 앞장섰던 모습은 재계 귀감이 되고 있다.
특히 최 선대회장은 기업의 필수 역량이 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의 문을 일찌감치 연 인물로도 평가받는다. 무분별한 벌목으로 전국에 민둥산이 늘어나는 것을 안타깝게 여기다 1972년 서해개발주식회사(현 SK임업)를 설립한 뒤 국내 최초로 기업형 조림 사업을 시작했다. 이와 함께 최 선대회장은 1974년 사재를 털어 한국고등교육재단을 설립, 평생을 인재 양성에 힘쓴 것으로도 유명하다. 최 선대회장에 이어 최태원 회장도 넷제로 경영·그린 비즈니스 실천, 최종현학술원 설립 등을 통해 ESG 경영을 선도하고 있다.
현재 SK그룹 내 최 선대회장의 흔적이 가장 많이 남아 있는 영역은 '경영 시스템'이다. 최 선대회장은 경영 관리에 관한 명확한 기준이 없다고 판단, 1979년 국내 최초로 체계화된 경영 시스템인 SKMS를 정립했다. 이를 계승·발전시킨 최태원 회장은 최근 구성원들에게 SKMS 실천을 당부하기도 했다. 지난 21일 열린 이천포럼 폐막 세션에서 "SKMS는 그룹의 많은 멤버사와 구성원들에게 공통적인 교집합 역할을 한다"며 "변화의 시기를 맞을 때마다 SKMS를 다시 살펴보며 앞으로 가야 하는 길의 방향을 모색하자"고 강조했다.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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