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도 없이 사과로 퉁치겠다고요? 바로 신고합시다

한겨레 2024. 8. 23.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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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병원에서 일합니다.

실장이 직원들에게 '돼지 새끼'라고 말하고, 연차 쓰면 '남친'과 자고 왔냐고 합니다.

둘째, 다수의 직원이나 환자들이 듣는 장소에서 '돼지 새끼'와 같은 폭언을 반복해 널리 알리게 했다면 모욕죄로 경찰에 신고할 수 있습니다.

전 직원이 원장에게 얘기했는데 실장을 조사하지 않고 사과를 시키겠다니, 원장도 정신 나간 사람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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쩜형의 까칠한 갑질상담소
게티이미지뱅크

Q. 병원에서 일합니다. 실장이 직원들에게 ‘돼지 새끼’라고 말하고, 연차 쓰면 ‘남친’과 자고 왔냐고 합니다. 청소, 설거지, 커피 심부름을 비롯해 매일 개인 심부름을 시키고 물건을 잘못 사 왔다고 환불해오라고 합니다. 월요일과 토요일 연차를 쓰지 못하게 합니다. 사원들 모두가 원장님께 말씀드렸으나 실장을 사과시키겠다며 징계위원회조차 열 생각도 없어 보입니다. 대화 내용 녹취록 있고, 증인들도 있는데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2024년 8월, 닉네임 ‘극혐’)

A. 가관이네요. ‘갑질 백화점’이라고 불러도 되겠어요. 지금이 어느 시절인데 이런 ‘극혐’ 상사가 있다니, 세상 참 안 바뀌는 것 같아요.

첫째, ‘회사 운영에 막대한 지장’이 없는데 특정일에 연차를 쓰지 못하게 한 것은 근로기준법 60조 위반으로 2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습니다. 노동청에 신고할 수 있어요.

둘째, 다수의 직원이나 환자들이 듣는 장소에서 ‘돼지 새끼’와 같은 폭언을 반복해 널리 알리게 했다면 모욕죄로 경찰에 신고할 수 있습니다.

셋째, ‘남친’ 관련 발언은 명백한 성희롱입니다. 죄질이 아주 나쁘고요. 노동청에 직장 내 성희롱으로 신고하세요. 이런 막말을 서슴지 않는다면 아마도 직장 내 성희롱 예방교육도 하지 않았을 것 같은데, 같이 신고하면 됩니다.

넷째, 설거지, 청소, 심부름 강요는 ‘직장 내 괴롭힘’입니다. 고용노동부 ‘직장 내 괴롭힘 예방·대응 매뉴얼’에는 “반복적으로 개인적인 심부름을 시키는 등 인간관계에서 용인될 수 있는 부탁의 수준을 넘어 행해지는 ‘사적 용무 지시’는 업무상 필요성이 없는 행위이므로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선 행위로 인정 가능”하다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전 직원이 원장에게 얘기했는데 실장을 조사하지 않고 사과를 시키겠다니, 원장도 정신 나간 사람이네요. 근로기준법에 직장 내 괴롭힘은 “신고를 접수하거나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인지한 경우에는 지체 없이” 조사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인지 즉시 조사’라고 부르는데, 조사·조치의무 위반은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원장에게 즉시 조사하고 피해자 보호 조치를 해달라고 하세요. 아니면 노동청에 신고하겠다고 하시고요.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이런 병원에서 다른 노동법은 잘 지킬까요? 전 직원 명의로 고용노동부에 근로감독청원을 하세요. 실명으로 신고하지만 익명이 보장됩니다.

중3 때부터 7년간 선배들 빨래를 했다는 배드민턴 안세영 선수가 생각나네요. 협회가 ‘빨래 갑질’을 몰랐을까요? 아마 ‘지들’끼리 “우리 때는 더 했어”라며 묵인했겠죠. 직장갑질119에는 여전히 ‘군기’ 타령을 일삼고 있는 체육계의 갑질 제보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익명 신고가 가능한 ‘체육계 갑질 신고센터’가 있다면 달라질까요?

그런데 운동에만 전념하고 싶은 선수들을 ‘빨래 선수’로 만든 협회가, 조사를 받는 게 아니라 안세영 선수를 조사한다고요? 하기야 대통령실에서 중요한 건 피해자가 아니라 가해자 마음이라고 하는 나라이니. 이게 무슨 말인지 막걸린지.

쩜형의 까칠한 갑질상담소는?

’직장갑질119’에서 평범한 직장인들이 일상적으로 겪는 노동권·인권 침해에 대응하고 있는 박점규 운영위원이 격주 금요일 낮 12시마다 직장인들의 질문에 답해주는 글을 연재합니다.

박점규 직장갑질119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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