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자와 전쟁(?)하는 은행…당국은 뒷짐

박은경 2024. 8. 23.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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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의 압박에 못 이겨 전세대출 제한부터 거치기간 폐지까지 전례 없는 '대출자와의 전쟁'을 선포한 은행들의 주름살이 깊어지고 있다.

가계대출을 줄이라는 특명에 금리를 올렸지만, 정작 당국은 앞에선 은행들의 행태를 비판하는 양상을 보인다.

신한은행은 가계대출이 잡히지 않자 한 달 사이 일곱 차례 금리를 올리고 조건부 전세대출을 제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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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은행 가계대출 22일 만에 6.8조 ↑
전세대출 제한에 이어 거치기간 폐지 검토
"당국, 뒤에서 금리 인상 부추기며 이중잣대" 불만도

[아이뉴스24 박은경 기자] 금융당국의 압박에 못 이겨 전세대출 제한부터 거치기간 폐지까지 전례 없는 '대출자와의 전쟁'을 선포한 은행들의 주름살이 깊어지고 있다. 가계대출을 줄이라는 특명에 금리를 올렸지만, 정작 당국은 앞에선 은행들의 행태를 비판하는 양상을 보인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혼합형 주택담보대출 금리 하단은 3.81%로 7월1일 대비 0.87%포인트(p) 올랐다. 신한은행의 경우 금리 하단이 1.11%p 올랐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은행의 대출창구 모습. [사진=뉴시스]

신한은행은 가계대출이 잡히지 않자 한 달 사이 일곱 차례 금리를 올리고 조건부 전세대출을 제한했다. 주택담보대출의 플러스모기지론(MCI·MCG)도 중단했다.

국민은행도 다섯 차례 금리를 올렸다. 또 현재 다주택자 주택담보대출과 갈아타기 대출을 중단한 데 이어 전세대출을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전날에는 시중은행에 이어 국책은행인 기업은행도 가계대출 금리를 최대 0.45%p 인상했다.

은행들은 만일 가계대출 수요가 줄지 않으면 거치기간을 완전히 폐지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현재 주택을 살 때 최대 1년, 중도금·이주비 대출 등 예외적 사유가 있을 때는 1년 이상 장기로 거치가 가능하다.

[자료=5대 은행]

가계대출이 폭증하자 그야말로 대출을 막기 위한 사생결단식 촌극이 벌어지는 양상이다. 5대 은행의 가계대출은 이달 들어 22일 만에 6조7902억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주담대가 6조1455억원으로 전체 가계대출 증가의 90%를 차지했다.

반면 금융당국은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가산금리 인상 외 뾰족한 대응책을 내놓지 않으면서도, 책임은 은행에 돌리는 모양새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은행들이 스스로 금리를 올렸겠느냐"면서 "당국은 가계대출을 줄이라는 명령하에 금리를 조정해 간접적으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강화하려는 효과를 주려는 숨은 의도"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취임 후 가계대출이 증가하자 태도를 바꿔 은행들을 질타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7월 제출한 인사청문회 자료에서 "대출금리 결정은 자율"이라면서도 취임 한 달도 안 된 지난 20일 "민생이 어려울 때 은행이 상생 의지를 충분히 전달했느냐"면서 "은행권은 왜 이런 비판들이 이어지는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태세를 전환했다.

은행 다른 관계자는 "당국은 부작용을 우려해 전면에 나서지 않고 은행들을 통해 가계대출을 관리하면서 책임은 은행에 돌리고 있는 이중잣대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은경 기자(mylife1440@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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