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교수를 위해 74명 철학자가 뭉쳐서 쓴 철학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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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삼 정부 시절 교육부 장관을 지낸 이명현 서울대 명예교수는 한국 철학계의 거두다.
그는 미국 브라운대학을 졸업한 뒤 1977년 서울대 철학과 조교수가 됐으나 1980년 '학생들을 선동한다는 이유로' 해직됐다.
동료인 백종현 서울대 철학과 명예교수가 동료 철학자들에게 철학에 대한 '100매 이상의 글'을 써 달라고 부탁했다.
그렇게 74명의 철학자가 쓴 결과물 '철학과 현실, 현실과 철학'(21세기북스)이 최근 출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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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양 철학 망라한 '철학과 현실, 현실과 철학' 출간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김영삼 정부 시절 교육부 장관을 지낸 이명현 서울대 명예교수는 한국 철학계의 거두다. 그는 미국 브라운대학을 졸업한 뒤 1977년 서울대 철학과 조교수가 됐으나 1980년 '학생들을 선동한다는 이유로' 해직됐다. 1984년 복직 후 2007년까지 서울대 철학과에서 근무했다. 지난 2008년에는 '아시아 철학의 선두'라는 일본을 제치고 국내에서 처음 열린 세계철학자대회에서 조직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그의 85세수(八十五歲壽)를 축하하고자 장대한 철학계 프로젝트가 진행됐다. 동료인 백종현 서울대 철학과 명예교수가 동료 철학자들에게 철학에 대한 '100매 이상의 글'을 써 달라고 부탁했다. 동양부터 서양까지 철학과 관련된 글이었다. 그렇게 74명의 철학자가 쓴 결과물 '철학과 현실, 현실과 철학'(21세기북스)이 최근 출간됐다.
"74명의 철학자가 선배를 위해서 잔치를 해주는 건 철학계에서 처음 있는 일이죠. 더군다나 이렇게 4권짜리의 두툼한 책을 내는 건 다른 학회에선 본 적이 없는 일입니다."
이명현 교수는 23일 연합뉴스와 전화 인터뷰에서 "후배들이 책을 헌정해 준 것에 대해 정말 황송하고, 기쁠 따름"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책은 세계를 양분하는 유럽과 미국에 내미는 한국 철학계의 도전 장이라 할 만하다. 동서양 고대 종교 사상부터 유교, 노장, 성리학, 불교철학, 인도철학, 서양 중세철학, 서양 근대철학, 분석철학, 포스트모더니즘 등 다양한 철학 분야를 망라했다. 저자들은 한국 철학계의 폭과 깊이를 보여주고자 겹치는 주제 없이 거의 모든 철학 분야를 담아 완성했다.
사회철학이나 현대 프랑스 철학 등 특정 분야의 철학을 개괄하기 위해 다양한 공저자가 참여한 책은 종종 있었으나, 국내에서 이 시리즈처럼 동서양 철학사 전반을 모두 담는 기획은 없었다. 분량은 4권, 모두 2천쪽에 달한다.
책을 기획한 백종현 교수는 "이 교수님은 철학계 발전에 커다란 역할을 하셨다. 철학을 현실화하고, 현실을 철학적으로 고양하고자 애를 많이 쓰셨다. 그에 대한 마땅한 경의를 표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철학이 현실과 멀리 떨어져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철학은 철학자가 당면한 현실적인 고뇌에서 출발했다"며 "이 책에서 그런 철학과 현실의 '조응 관계'를 밝히고자 노력했다"고 곁들였다.
buff2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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