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취의에 보조의료진까지···'36주 낙태' 수술 관계자 4명 추가 입건

마취의 1명·보조의료진 3명 살인방조혐의 입건
집도의는 압수물 분석 마치고 출석 요구할 예정
"사건 관계자들 전반적으로 다 들여다보는 중"

논란이 된 임신 36주차 낙태 유튜브 캡처.

[서울경제]

경찰이 ‘36주 낙태 유튜버’의 수술에 참여한 마취과 전문의 등 관계자 4명을 추가로 입건했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형사기동대는 23일 오전 10시 브리핑을 열고 마취과 전문의 1명과 보조의료진 3명 등 수술에 참여한 4명을 살인방조혐의로 이달 중순 입건했다고 밝혔다. 수술을 집행한 수도권 소재 A의원 원장도 수술실 폐쇄회로(CC)TV 미설치 혐의(의료법 위반)를 추가로 적용해 입건했다.

이로써 이번 사건과 관련해 입건된 인원은 산모와 집도의까지 총 6명으로 늘었다. 이번에 추가 입건된 4명 중 마취과 전문의는 A의원 소속은 아니고 일회성으로 의뢰를 받아 수술 전 마취를 진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측은 “6명 외에도 이번 사건과 관련된 이들을 전반적으로 다 들여다 보고 있다”며 추가 입건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경찰은 산모 및 추가 입건된 4명 중 3명에 대해선 조사 중이다. 나머지 1명도 조만간 일정을 잡아 조사할 계획이다. 원장은 아직 정식 조사를 시작하지 않았다. 경찰 측은 “지난 19일 의원 추가 압수수색 당시 기초적 사실관계에 대한 진술을 확보했다”며 “압수물 분석 이후 출석요구해 (정식) 조사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앞서 산모가 올린 영상을 참고해 수술 전 초음파 검사를 받았던 지방 소재 병원 두 곳을 방문 조사하며 수사 실마리를 확보하기도 했다. 경찰은 “각각 6월 22일, 24일 한 번씩 진료를 받았던 것으로 확인했다”며 “병원 두 곳을 특정했고 직접 찾아가서 (산모를) 진료했던 의사를 상대로 진술도 확보했다”고 전했다.

한편 경찰은 태아를 화장하는 과정에서 발급된 사산 증명서와 화장 증명서가 위조된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사산 증명서에는 ‘자연유산’으로 표기된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경찰은 문서에 작성된 내용이 사실인지는 수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보통 문서 위조라고 하면 작성 권한이 없는 사람이 작성을 했는가를 놓고 따지는데 이런 부분에선 문제가 없다는 의미”라면서도 “그런 서류가 존재하는 것은 맞지만 실제로 (사산이라는 사실이) 확인이 됐는지 이런 사실 관계를 지금 조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본인을 20대로 소개한 산모는 지난 6월 말 유튜브 채널에 임신 36주차에 낙태수술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영상을 올렸다. 해당 영상은 복수의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36주 낙태 브이로그’와 같은 제목으로 빠르게 퍼져나가면서 큰 논란을 불러왔다. 일각에서는 ‘자작’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지만 수사 결과 사실인 것으로 밝혀지면서 파장이 더욱 커졌다.

조지호 경찰청장(당시 서울경찰청장)은 지난 7월 기자간담회에서 “36주 정도면 자궁 밖으로 나와 독립적 생존이 가능한 정도가 아닌가 생각한다”라며 “일반적 낙태 사건과는 다르게 무게 있게 수사할 것”이라고 밝히며 강도 높은 수사를 예고했다.

정다은 기자 downright@sedaily.com